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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병원 토론회 초대받은 '동물병원 가격비교 사이트'

허주형 동물병원협회장과 이찬범 마이펫플러스 대표가 동물병원비 관련 토론회에서 옆자리에 앉았다. 

 

[노트펫] "법적인 검토를 하고 있다. 불법 (소지가 있는 업체의) 대표자를 불렀다는 것에 대해 국회의원님에게 목적이 뭔지 묻고 싶다."

 

붉은 빛 도는 얼굴을 가진 허주형 한국동물병원협회장의 얼굴이 더욱 붉어졌다. 바로 왼편에 앉은 이찬범 마이펫플러스 대표를 겨냥한 말이었다.

 

10일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동물병원 의료서비스 발전방안 정책토론회가 전재수 의원실 주최로 개최됐다.

 

'소비자 관점에서 본'이라는 머리말 답게 이날 토론회는 기존 동물병원 의료서비스 발전방안 정책토론회와는 다소 달랐다. 대부분 동물병원 의료서비스 토론회는 차분하게 토론자가 준비해온 말을 듣고 끝나는 식이었다. 얌전하게 말이다. 

 

이번 토론회 주관을 맡은 한국소비자연맹에서 동물병원 피해 상담 사례와 동물병원 내원 보호자 대상 설문조사를 공개하면서 수의계에 포문을 열었다.

 

연맹은 최근 몇년 간 동물병원비 등을 조사해 일반에 공개하면서 수의계의 불만을 사왔다. 진료의 질이나 수의사의 역량 등 정성적 요소보다는 가격을 중심으로 계량적 측면의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수의사 측에서는 당연히 불만이 터져 나왔다. 

 

이날 설문조사 결과 역시 전적으로 보호자가 동물병원을 이용하면서 느꼈던 불만 사항을 정리한 것이기에 그다지 유효타가 되진 못했다.

 

허주형 회장과 우연철 대한수의사회 전무는 한해 최소 550명이 배출되고 있는 수의사 공급 과잉과 동물개체수 감소 우려, 동물용의약품의 약국 판매 허용과 광범위한 불법 자가진료, 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동물진료비 수준, 세제 등 지원은 일체 하지 않으면서도 동물진료의 공공성을 강조하면서 책임을 지우려 드는 정부의 태도 등등으로 맞받아쳤다.

 

허주형 회장은 "전세계 어떤 나라도 동물병원 진료비를 게시하거나 공시하는 나라는 없으며, 심지어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에서도 하지 않는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사실 수의계의 이런 주장은 타당성이 있다. 반박이 불가할 정도다. 하지만 반려동물 보호자들은 이런 주장에 일견 수긍하면서도 현실적으로 동물병원 이용에 불만이 많다. 양측의 간극이 엄청난 것이 현실이다. 

 

수의계에 유효타를 날린 것은 허주형 회장이 앞서 언급한 이찬범 마이펫플러스 대표의 존재였다. 

 

토론회 자리는 한 가운데 주최측 소비자연맹 관계자를 두고 왼쪽과 오른쪽이 보호자 측과 동물병원 측으로 배치됐다.

 

이찬범 대표는 자리 배치상 동물병원 측을 대변한다고 볼 수 있는 셈이었다. 그런데 이찬범 대표는 실상은 보호자 편에 가까운 인물이었다. 이 대표는 주최 측이 섭외했는데 주최 측이 회사 성격을 몰랐을 리 없다. 

 

마이펫플러스는 지난 2017년 2월 서비스를 시작, 이제 만 2년을 갓 지난 신생 벤처다. 동물병원들이 진료항목별 가격을 올리면 보호자들은 동물병원들이 올린 가격을 보고 찾아가게 된다. 물론 다른 병원에 갈 때 해당 진료에 얼마나 드는지 참고자료로 쓰기도 한다.

 

통상의 소셜커머스처럼 동물병원 간 경쟁이 붙으면서 결국 가격은 내려가는 효과가 발생하게 된다.

 

수의계에서는 저가 유인행위라고 못마땅해 하면서 수의사들에게도 가입하지 말 것을 압박했으나 어느새 가입 동물병원이 100곳을 넘어섰다. 물론 이 정도 규모는 4000개 안팎인 동물병원 숫자에 비할 때 큰 규모는 아니다.

 

이찬범 대표는 "토론회에 오게 돼 굉장히 영광스럽다"면서, "많은 보호자들로부터 호응과 응원을 받고 있다"고 수의계의 견제를 시사했다. 그러면서도 "(동물병원비 경감의) 대안이 될 수는 없겠지만 일부 갈증을 풀어주는 잣대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자부했다.

 

수의계를 더 아프게 하는 것은 가입 동물병원장들의 연령대다. 이 대표는 "대부분 20년 이상의 연륜과 경험이 있으시다보니 실수가 적고, 보호자들의 만족도도 높다"며 "10년 미만 경력을 가진 수의사들의 비중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개원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병원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젊은 수의사들이 아닌 이미 풍부한 임상을 거쳐 사회에서 자리에 잡은 '중견' 수의사들이 마이펫플러스에 가입하고 있는 셈이다.

 

다만, 마이펫플러스 가입 동물병원의 소득 증가에 대해서는 서로의 말이 엇갈리고 있다. 이 대표는 "동물병원 경영사정이 더 개선됐다"고 주장하는 반면 허 회장은 "제 친구인 원장도 가입했는데 더 악화됐다. 주변 병원의 수익성까지 악화시키고 있다"며 수의계 질서를 흐리고 있다고 규탄했다.

 

허 회장이 말한 대로 마이펫플러스는 수의사 법상 문제는 없는 것일까. 토론회가 끝난 뒤 만난 이찬범 대표는 "이미 농림부는 물론 얼마 전 서울시에서도 수의사 법상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을 들었다"며 "수의계의 반발은 서비스를 시작할 때부터 충분히 검토하고 각오했던 사안"이라고 말했다.

 

현재 법적인 문제가 없다고 하더라도 지속성을 확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수의사회는 과거 산업자본의 동물병원 프랜차이즈 사업 진출에 삭발식까지 진행해 가면서 수의사 만이 동물병원을 개설가능하도록 법을 개정, 산업자본을 쫓아낸 바 있다. 수의계는 의료법 에서는 소셜커머스가 불법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다만 마이펫플러스는 수의사회 압력에 버틸 배짱을 가진 중견 수의사들이 이미 가입하고 있고, 배가 고픈 수의사들이 늘어나고 있는 현실에서 가지를 뻗어 가고 있다는 점이 차이가 있다.

김세형 기자 eurio@inb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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