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펫] 2005년 8월, 허리케인 카트리나(Hurricane Katrina)가 미국 남동부를 강타합니다.
북대서양에서 발생한 허리케인 중 6번째로 강했던 카트리나는 최대 풍속 75m/s의 강풍을 몰고 미국 남동부에 상륙해, 이재민 110만명과 2500여명의 사망실종자를 발생시켰죠.
재난 대비와 대응 과정이 총체적으로 부실해 인명피해가 커졌다는 지적이 이어졌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제때 구조되지 못하고 고립된 상태로 죽어 가는가 하면, 대피소는 수용 능력이 초과되어 제 구실을 하지 못했습니다.
USNews.com보도 캡처 |
결과적으로 시민들이 먹을 것을 찾아 상점가를 약탈하는 등 사회 질서가 무력화되고, 외부의 의약품과 구호품도 제대로 전달되지 못해 많은 사람들이 고향을 떠나게 되었죠.
카트리나의 교훈은 미국에서 사회문화적으로 여러 변화를 가져 왔는데, 그 중에 하나가 바로 PETS(Pets Evacuation and Transportation Standards Act) 법입니다.
<반려동물의 피난과 운송 표준에 대한 법> 정도로 번역할 수 있는 이 법은, 미국에서 허리케인이나 산불, 가스 누출 등 긴급 대피가 필요한 재해가 발생했을 때 반려동물과 시민을 대피시킬 준비와 과정에 대한 지침을 담고 있는데요.
(출처 : The Humane Society) |
이 법은 재해가 발생했을 때 미국 연방재난관리청(FEMA)에 가축 또는 반려동물이 있는 개인, 그리고 그들이 기르는 동물에게 구호, 보육, 피난처와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사항을 제공할 권한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특히 FEMA는 PETS 법을 효과적으로 시행하기 위해 지역 사무소별로 반려동물 구조시설을 확보하고, 필요시 미국 적십자와 농무부를 포함한 여러 기관으로부터 지원을 받게 됩니다.
PETS 법이 마련된 것에는 허리케인 카트리나 발생 당시 버려진, 혹은 구조 과정에서 강제로 버려져야 했던 수많은 동물들의 사진과 사연들이 미디어를 통해 알려진 것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출처 : The Humane Society) |
카트리나 당시까지만 해도, 미국 역시 구조나 대피 시설 운영상에 반려동물과 관련된 체계적인 지침이 없었기에 많은 사람들이 동물들과 생이별을 해야 했던 것이죠.
최근 강원도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 이후, 재난 상황에서 방치되거나 피해를 입은 동물들의 사례가 알려지면서 동물들에 대해서도 대응지침을 마련하라는 시민사회의 요구가 조금씩 기사화되고 있는데요.
아직 우리나라는 재난 발생시 반려동물과 관련된 구체적인 법제도나 규정이 없는 상태입니다. 15년 전 미국의 선례를 보며 조금씩 배워나가는 건 어떨까요.
양이삭 수의사(yes97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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