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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에겐 참기 어려운 물고기의 유혹

[노트펫] 고양이는 생선(生鮮)을 좋아한다. 어린 시절 부산에서 키웠던 고양이 나비는 생선의 살로 키운 것이나 마찬가지다. 당시는 고양이 전용사료는 생각하기도 어려운 시절이었다.

 

그런데 우리 선조들도 고양이가 무척 생선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반어적(反語的) 의미로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기다."라는 멋진 속담을 후손들에게 넘겨주었다.

 

영국에도 우리 속담과 일맥상통하는 게 있다. "Keep a fox in the chicken coop." 이는 "닭장 안에 여우를 가두어 놓고 키운다." 정도의 뜻이다. 여우는 작은 체구의 포식자라서 자기 체격에 맞는 사냥감을 좋아한다. 가축 중에는 닭이 제일 자기에게 적격이다. 그래서 농가에 닭을 잡기 위해 출몰하는 여우를 전문적으로 사냥하는 사냥개도 유럽에는 존재한다.

 

그런데 한국과 영국의 같은 의미를 가진 속담에는 결정적 차이가 존재한다. 영국의 여우는 살아있는 닭을 노리는 반면, 한국의 고양이는 죽은 물고기인 생선을 노린다는 점이다.

 

생선의 사전적 의미는 식용을 목적으로 잡은 신선한 물고기다. 그렇다고 고양이가 반드시 죽은 물고기인 생선만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고양이는 살아있는 물고기도 좋아한다. 여기서 좋아한다는 말은 물고기를 자기 힘으로 잡아서 먹는 것을 좋아한다는 뜻이다.

 

고양이는 수족관 속 물고기의 움직임을 조용히 관찰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어떤 경우에는 재미있는 연속극을 보는 것처럼 넋을 놓고 쳐다보기도 한다. 그런데 고양이가 관상(觀賞)의 목적으로 그러고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고양이는 자신의 몸에 흐르는 포식자의 본능 즉 사냥 본능 때문에 물고기를 쳐다보는 것이다.

 

소년 시절, 마당에 연못을 파고 비단잉어와 금붕어를 오랫동안 키웠었다. 연못에서 물고기를 키워보면 물고기의 모든 것에 대해 잘 알 수 있다. 당시 집에서 키우던 고양이 나비는 필자와 함께 연못 옆에 앉아서 물고기들이 노는 모습을 유심히 관찰하곤 했다.

 

물고기들은 간혹 알을 낳았다. 고기들이 알을 낳는 장소는 연못의 수면에 떠다니는 부레옥잠(water hyacinth)의 뿌리였다. 그래서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는 꼭 연못의 수초를 한 번씩 들어서 뿌리를 확인했다. 만약 뿌리에 물고기들의 알이 맺혀있으면 집에 있던 큰 절구통에 물을 붓고 수초를 옮겨두었다. 그러면 며칠 후 작은 치어가 알에서 깨어나서 움직였다.

 

그런데 나비는 절구통에 물을 붓고 부레옥잠을 넣어두면 꼭 못된 장난을 치려했다. 나비는 연못에는 무서워서 들어갈 엄두를 내지 못했지만 절구통은 달랐다. 나비는 절구통 위로 가볍게 올라가서 앞발로 물속의 치어들을 툭툭 치곤했다. 사냥 본능이 발동한 것이다.

 

나비는 유약한 사냥감인 마당의 병아리에는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지만, 절구통 속 치어들에게는 관심이 많았다. 자신의 먹이로 본 것 같았다. 결국 고양이로부터 치어를 보호하기 위해 절구통 위에 그물망을 씌웠다. 나비에게 치어를 잃을 수는 없는 법이기 때문이다.

 

치어들은 부화한지 두 달 정도 되면 제법 물고기 티가 나게 된다. 그러면 어미들이 있는 연못에 합사시켜 주었다. 절구통은 또 다른 치어들을 키워야 했기 때문이다. 결국 고양이 나비는 단 한 마리의 치어도 잡아먹지 못했다. 대신 나비는 생선에 만족해야만 했다. 

 

이강원 동물 칼럼니스트(powerranger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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