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펫] 강아지 아토피성 피부질환은 치료가 아닌 평생 관리의 개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권고가 나왔다. 아토피성 피부질환(이하 아토피) 반려견을 둔 보호자 역시 완치에 대한 기대치를 낮춰야 한다는 의미다.
수의 임상가를 위한 아토피 접근법 좌담회가 지난 18일 수원에서 경기도수의사회 주관으로 개최됐다. 왼쪽부터 황철용 서울대 교수, 박은정 미소동물병원장, 조도남 경기도수의사회 학술위원장(동수원동물병원장), 정설령 한국반려동물영양연구소장, 송치윤 바른동물의료센터 원장. |
지난 18일 수원에서 '수의 임상가를 위한 아토피 진료의 접근법 좌담회'가 개최됐다. 경기도수의사회 주관, 한국조에티스 주최로 열린 좌담회는 동물병원에서 아토피 접근법에 대한 진료 방식을 확립할 필요가 있다는 요청이 쇄도하면서 마련된 자리였다.
피부질환, 동물병원 내원 사유 1위..완치법 없는 아토피에 보호자·반려견·수의사 3중고
피부질환은 우리나라 반려견이 동물병원을 가장 많이 찾는 질환으로 꼽힌다.
농촌진흥청이 2016년 서울과 전주 지역 11개 동물병원을 찾은 반려견 1만1085마리의 진료내역을 분석한 결과, 피부염 및 습진(6.4%)과 외이염(6.3%)이 예방의학에 이어 2, 3위에 포진했다. (아래 기사 참고)
특히 연령대별 분포에서 4살 이후 전연령대에 걸쳐 피부질환이 예방접종에 이어 1위로 나타나 피부질환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평생 피부질환을 달고 산다는 말과 다름이 없다.
피부질환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알레르기, 그중에서도 아토피로 꼽힌다. 사람에서와 마찬가지다. 그런데 가장 큰 문제는 아토피가 지속적으로 재발한다는 점이다.
경기도수의사회는 좌담회에 앞서 회원 동물병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아토피와 알러지의 치료과정 중 가장 힘든점을 묻는 질문에 보호자의 이해도와 순응도(낮은 만족감)이 59%로 가장 많았고, 반복적인 재발이 29%로 두번째로 나타났다.
치료해도 보호자가 만족하지 않고, 재발하는 아토피에 수의사들 조차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있는 것이다.
사춘기가 지나면 사라지는 경향을 보이는 사람의 아토피와 달리 강아지 아토피는 1, 2살 때 서서히 나타나 평생을 가고 갈수록 악화된다. 게다가 원인이 워낙 광범위하고, 진단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게 현실이다.
대부분 아토피는 특유의 임상증상과 알러젠(항원)을 가려내는 IgE(감작항체) 테스트를 통해 진단이 될 수 있다. 그런데 아토피와 증상은 같지만 IgE 테스트에서 항원이 잡히지 않는 유사 아토피도 이미 출현한 상태다.
송치윤 바른동물의료센터 원장은 "해외의 피부질환 거장들 조차도 아토피에 대해 20% 밖에 정복하지 못했다고 탄식을 한다"고 말했다.
정설령 한국영양전문동물병원장 겸 한국반려동물영양연구소 대표는 "식이 알러지를 진단하거나 치료하기 위해 지금껏 먹이지 않았던 단백질원을 사용한 사료를 적용할 수 있다"며 "하지만 한 보고에 의하면 40% 확률로 다른 단백질의 혼입이 보고됐다"고 오진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는 또 "식이 알러지 병력이 없었지만 사료에 쓴 보조제나 부형제 때문에 아토피가 발현되는 경우도 있다"며 "단백질원 뿐 아니라 화학적 요소가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점도 의심해봐야 한다"고 소개했다.
"아토피 치료보다는 관리 개념서 접근해야"
아토피가 갖고 있는 이런 치료의 어려움 때문에 현 시점에선 치료보다는 관리의 개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권고다.
서울대 동물병원장을 겸임하고 있는 황철용 서울대 교수(수의내과학/피부과학)는 "매년 아토피 치료에 대한 국제 가이드라인이 바뀔 정도"라며 "아토피에 대해 치료란 표현을 쓰면 안된다. 기대치를 낮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 교수는 "1년 열두달을 시달리는 것보다는 한달을 시달리게 관리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본다"며 "아토피 반려견을 둔 보호자에게 평생 관리의 프로토콜을 신속하게 제시해줘야 한다"고 권고했다.
그는 아토피를 인지하고 원인을 알아내면 이를 회피하고, 피부건강성을 유지하며 관리해주는 것을 원칙으로 삼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보호자 입장에서는 다소 실망스럽고, 특히 비용의 문제를 생각하면 아찔해질 수 있다.
최신의 진료법을 전부 따를 수 있다면 최상이지만 그렇게 하는 방법 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미 일선 동물병원에서는 보호자의 의지와 경제력에 맞춘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는 곳들이 많다.
박은정 오산 미소동물병원장은 일선의 현실을 소개하면서 "보호자 입장에서는 당장의 효과에 집중하고, 비용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우선은 스테로이드를 사용하고 성향과 의지에 따라 판단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수의사들 역시 상당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는 치료법을 선뜻 권하기에는 부담스러워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치료 결정권을 가진 보호자에게 강요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송치윤 원장은 "환자의 상황에 맞는 약이 있을 뿐이고 그런 차원에서 스테로이드도 처방약이 될 수 있다"며 "보호자의 의지를 갖고 있다면 충분한 상담을 거친 뒤 선택을 도와주는게 맞다"고 말했다.
수의사의 권고에 따르되 보호자 의지와 처지에 맞춰 차선책도 충분히 찾을 수 있다는 의미다. 물론 수의사와 충분한 상담 과정은 반드시 거칠 필요가 있다.
경기도수의사회는 이날 좌담회에서 나온 패널들의 의견을 바탕으로 아토피와 알러지 질환에 대한 진료 프로토콜을 정립하고, 일선 동물병원에 보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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