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펫] 평지에서 온몸에 땀이 흐를 정도로 달리거나 빠르게 걷는 것을 평소에 즐긴다. 쿠션감이 좋은 운동화를 신고 이렇게 운동을 하다보면 몸도 마음도 상쾌해짐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경사가 어느 정도 있는 길을 계속 오르고 내리는 유산소운동인 등산은 별로 즐기지 않는다. 무릎이나 발목에 충격을 주는 것 같은 느낌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며칠 전 불현 듯이 혼자서 등산을 하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나는 자연인이다’라는 TV 프로그램을 너무 재미있게 보았기 때문이다. 일종의 후유증과 같았다.
그래서 아주 간단한 채비만 갖추고 바로 산에 올랐다. 오랜 만에 하는 등산은 쉽지 않았다. 비가 오듯이 땀을 흘렸다. 한 시간도 못가서 잠시 바위에 앉아서 휴식을 취했다. 그런데 멀리서 사람들이 모여 웅성거리는 게 보였다. 호기심이 발동하여서 그곳으로 가보았다.
사람들의 시선을 주목시킨 것은 검은 비닐봉투에 담긴 음식물쓰레기를 먹던 고양이였다. 어떤 등산객이 버린 것으로 추정되는 검은 비닐봉투는 고양이의 날카로운 이빨 때문에 산산조각이 나있는 상태였다. 비닐봉투에 담긴 음식물은 등산로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
서울의 어느 산에서 음식물 쓰레기를 먹던 산고양이. 2019년 6월 촬영. |
고양이는 경계심 많은 동물이다. 사람들이 자신의 주변으로 모이자 잠시 자신의 몸을 풀숲으로 숨겼다. 하지만 고양이는 남은 음식쓰레기에 대해 못내 아쉬워하는 것 같았다. 시선을 떼지 않고 계속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딴 곳으로 가면 다시 음식물쓰레기 쪽으로 올 것 같은 분위기였다.
이렇게 등산객이 산 속에 음식물을 버리면 생태계에 예상치 못한 문제점을 일으키게 된다. 야생동물들은 강력한 냄새에 이끌려 음식물이 버려진 주위로 모이게 된다. 그리고 그 음식쓰레기를 먹으면서 자극적인 맛에 익숙해진다.
동물들의 후각은 사람의 후각보다 훨씬 뛰어나다. 그러므로 이렇게 버려진 쓰레기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런데 사람들이 먹는 음식은 야생동물들에게 적합하지 않다. 그날 등산로에 버려진 양념족발의 경우, 다량의 염분, 당분, 기름, 인공첨가물 등이 포함되어져 있다. 자연에서 천연식재료를 구해서 먹던 야생동물에게 이런 성분들은 소화하기도 힘들고, 건강에도 해로울 수 있다.
사람들이 버린 달콤한 젤리를 먹는 다람쥐, 2018년 5월 그랜드캐년에서 촬영. |
또한 산에 음식쓰레기가 많아지면 유기견(遺棄犬)이나 유기묘(遺棄猫)가 모여들 수도 있다. 이러한 유기동물들의 유입은 산의 생태계를 교란시키는 심각한 결과로 연결될 수 있다.
사람들의 눈에는 개나 고양이는 귀엽고 예쁜 동물이다. 하지만 야생동물들에게는 그렇지 않다. 개나 고양이는 원래 없던 외래포식자와 같은 존재다. 산은 개나 고양이의 영역이 아닌 야생동물들의 땅이다. 이런 간단한 법칙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
특히 산에 고양이의 개체수가 늘어나는 것은 야생조류에게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 미국 댈라스 페로자연사박물관(Perot Museum of Science and Science)의 자료를 참고하면 고양이들이 사냥하는 야생조류의 수는 미국 국내에서 연간 5억 마리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국내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하려면 산에 음식물을 버려 개나 고양이를 모여들게 하지 말아야 한다. 산은 어디까지나 야생동물들을 위한 공간이다.
이강원 동물 칼럼니스트(powerranger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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