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펫] 인류는 욕심이 많다. 수명에는 한계가 있지만, 욕심에는 한계가 없기 때문이다. 인류의 욕심은 인류가 소유한 모든 재화에 이어졌다. 그리고 그 대상에는 같이 사는 동물들도 포함되어졌다. 동물들은 인간이 원하는 형질을 가지도록 오랜 시간에 걸쳐 개량되었다.

소, 돼지, 닭 같이 인류가 식용을 목적으로 키우는 가축들을 흔히 산업동물(industrial animal)이라 한다. 산업동물들은 복잡한 개량 과정을 거치며 더욱 많은 고기, 우유, 알 등 동물성 단백질을 생산하도록 그 형질이 전환되어졌다.

하지만 개와 고양이는 산업동물들과는 다른 존재다. 이들은 식용을 목적으로 키우지 않기 때문이다. 개와 고양이는 반려동물(companion animal, 伴侶動物)이라는 독특한 지위를 가진 동물들이다. 그래서 산업동물들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개량되어졌다.

그런데 반려동물이라는 그룹에 같이 속한 개와 고양이의 개량 방향은 달랐다. 반려동물 중에서도 선두주자인 개는 실용적 방향으로 개량이 진행된 반면, 고양이는 실용성과는 관계없는 방향으로 개량 작업이 진행되어져왔기 때문이다.

공을 물고 주인에게 오는 골든 리트리버, 2011년 인천에서 촬영

빼어난 시각과 빠른 발로 먹잇감을 사냥하는 시각형 사냥개(sight hound)들은 보다 빨리 달릴 수 있도록 개량되어졌고, 예민한 후각과 강한 인내력으로 먹잇감을 추격하는 후각형 하운드(scent hound)들은 냄새를 더 잘 맡을 수 있는 방향으로 개량되어졌다.

사람들을 도와 다양한 일을 하는 사역견(working dog)들은 일을 잘 하고, 유순한 성격을 가지도록 개량되어졌다. 이런 측면을 이해하면 래브라도 리트리버(Labrador Retriever)와 골든 리트리버(Golden Retriever) 같은 개들이 왜 순한지 알 수 있다. 

그런데 개의 개량 방향이 실용적 방향 만으로만 진행된 것은 아니다. 포메라니언(Pomeranian), 시추(Shih Tzu), 치와와(Chihuahua) 같은 일부 소형견(small sized dog)들은 사람의 눈을 행복하게 만들기 위해 개량되어졌기 때문이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아름다움은 사람의 눈에 아름답다는 뜻이지, 개의 입장에서 본 것은 아니다.

고양이도 개량작업에서 예외가 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개량의 역사는 다른 동물들에 비해 매우 짧은 편이다. 반려동물의 다른 축인 개와 비교해도 그렇다.

그런데 고양이의 개량 방향은 개와 다르다. 개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사람들의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개량이 진행되었지만, 고양이는 그렇지 않았기 때문이다.

고양이는 사람의 눈을 행복하게 하기 위한 방향으로 개량됐다.

이는 당연한 일이다. 개는 고양이와 달리 사람들을 도와 같이 일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고양이의 개량 방향은 오직 사람의 눈을 행복하게 하기 위한 방향으로 진행되어졌다. 털의 색깔이나 길이, 코와 눈의 모양 등을 주로 개량한 것이다.

고양이라는 동물에 대한 개량 작업이 향후 어떤 방향으로 계속 진행될지는 불확실하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고양이라는 아름다운 동물의 건강이 가장 우선시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런데 더욱 솔직하고, 노골적으로 표현하면 개나 고양이의 형질을 개량하여 새로운 품종을 만드는 일은 이제 그만 되었으면 한다. 지금도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이강원 동물 칼럼니스트(powerranger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