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양이와 캣맘의 인연
[노트펫] 얼마 전 약속이 있어서 버스정류장으로 갔다. 그런데 버스를 기다리다가 예상치 않은 길고양이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그 이야기를 해주신 분은 길고양이들을 위한 먹이를 챙겨주는 소위 캣맘(cat mom)이라 불리는 애묘가(愛猫家)였다.
캣맘은 버스정류장 뒤 20여 미터 지점에서 고양이 밥을 챙겨주고 있었다. 그리고 배식을 마친 후 깨끗한 물까지 한 사발 놓아주었다. 어린 자식의 밥을 챙겨주는 엄마의 애정과 다를 것이 하나도 없었다. 본질적으로 같아보였다.
얼마 전 아파트단지 내에 있던 정자 아래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던 길고양이를 만나게 되었다. 2019년 9월 촬영 |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많은 예비승객들도 그 분의 행동을 유심히 보았다. 그러다 한 분이 용기를 내서 캣맘에게 왜 길고양이 먹이를 챙기고 있는지 물어보았다. 캣맘은 그 대답으로 자신과 자신의 집에 사는 고양이의 인연을 자세히 얘기해줬다.
목적지로 가는 버스가 도착했다. 하지만 그 버스를 탈수가 없었다. 계속되는 캣맘의 얘기를 끝까지 다 듣기 위해서였다. 아래는 그 캣맘의 이야기다.
"작년 가을 이 버스정류장에서 약속장소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바로 그때 3~4개월 정도 된 작은 고양이 한 마리가 계속 “야옹”거리면서 나를 보고 울어댔다. 과거에 고양이를 키워본 경험상, 이 고양이가 배가 고프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고양이에게 먹을 것을 사주기 위해 바로 옆 편의점에 들어가서 소시지 한 개를 사서 그 고양이게 주었다. 어린 고양이는 가지 않고 나를 기다려주었다.
고양이는 배가 고팠던지 그 소시지를 말끔하게 먹었다. 약속이 있어서 버스를 타야했지만, 그냥 갈 수 없었다. 날이 갈수록 추워지고, 거리에 먹을 것은 없는데, 고양이는 천둥벌거숭이 같았기 때문이다. 고양이가 눈에 밟혔다.
약간의 고민이 들었다. 고양이 한 마리를 집에 데려가는 것은 아이를 키우는 노력이 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국 핸드폰을 꺼내 지인에게 양해를 구했다. 그리고 계속 주위를 맴돌던 어린 고양이를 품에 안고 귀가했다. 그리고 그 고양이는 지금은 둘도 없는 가족이 되었다.
얼마 후 외출을 위해 다시 버스정류장에 왔다. 그런데 이번에는 또 다른 고양이가 눈에 보였다. 배고픈 길고양이들을 위해 나라도 뭔가를 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다음날부터 지금까지 매일 길고양이들을 위해 먹이를 주고 있다."
캣맘의 이야기처럼 배고픈 작은 고양이가 사람의 인생을 바꾼 것이다. 생명에 대한 사랑과 가여운 생명에 대한 동정심은 측은지심(惻隱之心)이라고 불리는 인간 본성의 위대함이 있기 때문이다.
측은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그 어떤 동물보다 위대한 존재인 것이다. 이렇게 사람은 선한 존재다. 사람은 자신보다 약하고, 불쌍한 존재에 대해 늘 가여움을 느끼고 있고 도와줄 채비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강원 동물 칼럼니스트(powerranger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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