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펫] 물을 좋아해서, 혹은 인내심이 강해서 얌전히 목욕을 하는 고양이들이 있다.
랜선 집사라면 이 모습을 보면서 "생각보다 얌전하구나"라고 하겠지만, 현실 집사라면 "말도 안 돼!"라고 외칠 만도 한 일.
사람들마다 성격이 다르듯 냥이들의 성격도 제각각이기 때문에 목욕의 날이 다가오면 바짝 긴장을 하는 집사들도 꽤 있을 것이다.
아깽이 목욕은 좀 낫지 않을까 싶겠지만 현실은 생각보다 녹록지 않다.
"어서와. 아깽이 목욕의 현실을 보여줄게냥!" |
그 모습을 직접 본다면 목욕보다는 전투라는 표현이 더 맞다고 느끼게 될 것이다.
아기 고양이 '흑임자'의 첫 목욕은 그야말로 냥장판이었단다.
세면대에 올려둔 순간부터 흑임자는 사이렌 소리를 내며 울더니 씻기 싫다는 것을 온몸으로 표현하며 발버둥치기 시작했다.
흑임자는 집사의 손에서 벗어나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는지 수도꼭지를 붙잡고 애처롭게 울며 탈출할 기회를 엿봤다.
"아이코. 동네 사람들! 집사가 냥이 잡아요! 에오오와오오우웅~" |
겨우겨우 목욕을 끝냈다고 생각한 순간, 흑임자는 순식간에 수빈 씨의 어깨 위로 튀어 올랐다.
[수빈 씨 : 원래도 사람을 타고 올라가는 걸 잘 하는데 세면대에서 나가려고 제 어깨까지 올라가더라고요.]
혹시라도 어깨에서 뛰어내릴까봐 걱정된 수빈 씨는 다급하게 한 쪽 다리를 올렸다고.
그런 수빈 씨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흑임자는 유유히 걸어서 화장실을 빠져나가려고 했단다.
균형을 잡기 위해 애쓰는 집사의 비장한 모습과 이를 비웃듯 자리를 뜨는 냥이. |
몸집은 작지만 어찌나 날렵하고 힘이 좋은지 사진만으로도 그때의 현장감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피치 못할 사정으로 시작된 목욕 한 판에 수빈 씨는 결국 K.O 선언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수빈 씨와 함께 산지 2개월 차에 접어들었다는 흑임자는 지난 11월 인절미와 함께 길에서 구조됐다.
[수빈 씨 : 제가 운동으로 테니스를 하고 있는데 테니스장 옆에서 아기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리더라고요. 가봤더니 어미없이 둘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어요.]
"안녕하새오. 흑임자와 인절미애오~" |
어미의 보살핌을 안 받은 지 꽤 되어 보이는 흑임자와 인절미를 그냥 둘 수 없었던 수빈 씨는 결국 둘을 집으로 데려오게 됐다.
목욕을 하는 모습에서도 알 수 있듯 흑임자는 무척 활발한 냥이다.
"난 흑임자. 이 구역의 시크냥을 맡고 있지!" |
툭하면 인절미에게 시비를 걸고 뒷발차기를 하는 시크한 냥이지만 때로는 개냥이가 되어 수빈 씨의 곁을 지킨다고 한다.
그에 비해 인절미는 순하고 집사를 무척이나 좋아하는 개냥이란다.
"안냥~ 나는 인절미. 우리 집 개냥이를 맡고 있다냥!" |
비닐이나 바스락거리는 종이를 가지고 놀거나 안아 달라고 집사를 쫓아다니면서 울곤 한다고.
[수빈 씨 : 한 번은 설사를 싸고 놀랐는지 둘 다 온몸에 묻히고 있더라고요. 평소 같았으면 씻길 때 난리를 쳤을 텐데 자기들 잘못이라고 생각했는지 둘 다 얌전히 있었어요.]
"우리의 달콤살벌한 일상이 궁금하다면 '@jungnyangnyang(클릭)'로 놀러오라옹!" |
그 때를 제외하면 여전히 씻기는 일은 전쟁이 따로 없다고 한다.
씻기는 도중 팝콘처럼 튀어 올라 세면대를 빠져 나가려고 하는 것은 물론.
"빈틈이다냥! 아이코.. 실패했넹.." |
필사적으로 수빈 씨의 머리채나 멱살을 잡기도 한단다.
"먼저 놓아라 집사! 안 그럼 갈 때까지 가는 거다냥!" |
냥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냐는 질문에 수빈 씨는 "그냥 건강하게만 커줬으면 좋겠네요"라고 따뜻한 바람을 전했다.
회원 댓글 0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