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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병 주인 살린 반려견..`환각·자살충동 쫓아줘`

몰리 윌슨과 서비스견 행크.

 

[노트펫] 서비스견 훈련을 받은 반려견이 조현병을 앓는 견주에게서 환각과 자살 충동을 쫓아줘, 삶이 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게 해줬다고 미국 피플지(誌)가 지난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플로리다 주(州)에 사는 20살 몰리 윌슨은 14살 때부터 환각으로 사람들을 보곤 했다. 자살을 부추기는 무서운 목소리도 들렸다. 조현병 때문에 그녀의 머릿속에서 벌어지는 환상일 뿐이지만, 그녀에게 실제와 다름없다.

 

그러면 몰리는 검은 래브라도 리트리버와 로트와일러 믹스견 ‘행크’에게 가서 도움을 청한다. 몰리의 어머니 멜라니는 “행크가 들어왔다가 나가면, 몰리는 거기에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며 “몰리가 무언가를 봤는데, 모두를 반기며 좋아하는 행크가 그것을 알아보지 못하면, 몰리는 그것이 진짜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고 말했다.

 

몰리가 지난 2015년 처음 자살을 시도한 후 입원할 당시, 몰리의 부모님은 반려견 행크를 서비스견으로 조련하기 위해 1만5000달러(약 1740만원)를 모았다. 행크는 미국 조지아 주 애틀랜타 시(市) 소재 종합 반려동물 치료(Comprehensive Pet Therapy) 훈련소에서 5달간 집중 훈련을 받았다.

 

몰리는 환각 때문에 두 차례 더 자살을 시도했고, 자살을 방지하기 위해 자원해서 여러 차례 병원에 입원해야만 했다. 몰리의 아버지 그렉은 “몰리가 그 목소리들과 대화하면, 그들이 더 폭력적으로 변한다고 말해줬다”고 털어놨다. 부부는 딸을 잃을까봐 불안에 시달려야만 했다.

 

그러나 행크가 서비스견 훈련을 마친 뒤로 몰리의 삶은 몰라보게 달라졌다. 몰리의 손에 칼이 있으면, 행크는 앞발로 몰리의 팔을 누르거나 앞발로 칼을 툭 쳐서 떨어뜨리게 만든다. 행크는 칼이 어떻게 생겼는지 알아보도록 훈련을 받았고, 자살 시도를 막도록 조련됐기 때문이다.

 

또 행크는 몰리의 공황발작도 진정시켜준다. 몰리는 “행크가 앞발로 나를 긁고, 내게 뛰어 올라와서 내 어깨에 앞발을 올려놓고, 내 얼굴을 핥아준다”며 “그러곤 내 옆에 앉아서 앞발로 나를 쿡쿡 찌르는 것이 마치 호흡을 천천히 하라고 가르쳐주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이제 몰리는 살아야 할 이유가 두 가지 생겼다고 부모님에게 말했다. 행크와 어린 조카가 몰리에게 삶의 목표가 됐다. 행크가 자신감을 심어준 덕분에 몰리는 집밖으로 외출하기 시작했고, 불가능할 것 같았던 고등학교 졸업을 이뤘다. 몰리는 이제 대학 강의도 수강하고 있다. 또 최근에 어머니를 따라서 학교 방과 후 교사로 근무를 시작했다.

 

해병대 퇴역군인 출신의 그렉은 “행크의 도움으로 몰리는 집을 떠나 삶에 도전할 수 있게 됐다”며 “행크는 몰리에게 희망을 주고, 삶이 가능한 것으로 보이게 만들었다”고 감사했다. 그렉은 행크가 몰리에게 갑옷과 같은 존재라며, 사람들이 서비스견을 이해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닥터 독스>의 작가 마리아 구다비지는 공포와 불안 같은 감정의 냄새를 맡도록 조련 받은 개들의 의료분야 이용이 증가하는 것에 관해 “우리가 이 개들이 할 수 있는 것을 경험하고 있지만, 이것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미국 퍼듀대학교 수의대 인간동물유대센터의 케리 로드리게스 박사도 “개들은 본능적으로 우리의 감정 상태에 주의를 기울인다”고 설명했다. 정신질환 안내견 훈련을 받은 서비스견은 의학기술, 약물 치료 등과 더불어 새로운 치료 가능성을 열어주면서, 급성장하고 있다.

김국헌 기자 papercut@inb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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