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펫] 최근 한국 대중문화의 대세는 확실히 복고(復古) 즉 레트로(Retro)가 차지하고 있다. 이미 오래 전 은퇴한 가수가 브라운관에 깜짝 등장하는 프로그램이 있는가 하면, 수십 년 전 개봉한 영화가 뮤지컬로 화려하게 부활하여 공연되기도 한다. 이런 복고 열풍에 힘입어 한동안 푸대접을 받던 전통가요 트로트는 과거의 인기를 되찾아 부활하고 있다.
복고의 사전적 의미는 옛 제도나 모양, 정치, 사상, 풍습 등으로 다시 돌아가는 것이다. 대중이 복고에 열광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현재에 대한 불만과 돌아갈 수 없는 과거에 대한 향수
그렇다고 대중들이 기억하는 과거가 지금보다 풍요롭고 아름다운 것은 결코 아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지나간 시절을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자신의 청춘과 섞어 아름답고 행복하게 기억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성향은 인간이라면 결코 부정하기 힘든 보편적인 현상이기도 하다.
검정고무신의 주인공 기영이. 출처 검정고무신 페이스북 프로필 |
복고와는 거리가 있는 애니메이션도 복고의 사각지대가 결코 아니다. 애니메이션이야말로 한국에 복고라는 바람을 일으킨 자극제 역할을 하였다. 검정고무신, 대표적인 복고풍 애니메이션이다. 검정고무신의 시대적 배경은 1960~70년대다.
작품 속에는 수십 년 전 추억을 불러일으키게 하는 다양한 소재들이 등장한다. 우선 제목 자체도 그렇다. 서민들의 대표적인 신발인 고무신 그것도 검정 고무신이야말로 가장 인상적인 추억의 소재라고 할 수 있다.
1970년대 동절기를 앞둔 당시 가정에서는 두 가지 생필품을 사전에 충분히 비축해야만 했다. 김장과 연탄이다. 당시는 시설채소가 거의 전무했던 시절이다. 그러므로 겨울에 김치가 없으면 싱싱한 채소를 먹는 것은 현실적으로 힘든 현상이었다. 겨울철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김장김치는 선택사항이 아닌 필수사항이었다. 이렇게 김장은 선조들의 지혜인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김장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연탄이었다. 가족들이 겨울에 얼어 죽거나 불미스러운 사고로 죽지 않으려면 사전에 충분한 연탄을 준비하는 게 정말 중요했다. 연탄을 겨울이 오기 전에 미리 구입하여 비축해두면 좋은 점이 있었다. 연탄을 사용하기 한두 달 정도 건조시키면 연탄가스 사고 발생 위험성을 현격하게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추운 겨울 하룻밤을 무사히 보내기 위해서는 연탄 몇 장이 필요하다. 밤새 불타는 연탄이 주는 온기 덕분에 당시 많은 한국인들은 칼바람 부는 겨울을 견딜 수 있었다. 그런데 여기에는 추가 동승자가 있었다. 한국의 집고양이였다. 그들은 주인들과 함께 연탄의 온기를 공유했다.
당시 상당수 단독주택 거주자들은 쥐를 잡기 위해 집집마다 고양이를 키웠었다. 추위를 많이 타는 고양이들은 겨울이 되면 따뜻한 연탄아궁이를 찾았다. 그래서 겨울이 되면 전국 집고양이들의 모색은 검은색으로 바뀌곤 하였다. 물론 봄이 되면 예전의 모색으로 돌아가게 된다.
그런데 겨울에도 연탄자국이 전혀 없는 고양이들이 보이기도 했다. 궁금해서 할아버지에게 여쭤보았다. 할아버지는 그런 고양이들은 주인이 없는 길고양이라고 하셨다.
안타깝게도 길고양이들은 추위를 피할 아궁이가 없기 때문에 연탄이 주는 혜택의 증거인 검은 얼룩을 가질 수 없었던 것이다. 이미 오래 전에 작고하신 할아버지와 이런 추억이 있으니 개인적으로는 고무신보다 연탄이 지나간 추억을 일으키는 소재가 되는 것 같다.
이강원 동물 칼럼니스트(powerranger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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