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저스 부부의 웰시코기 반려견 시에나의 생전 모습. |
[노트펫] 반려견을 잃고 상심한 부부가 노숙인의 반려견을 돌보면서 상처를 치유했다고 미국 로스앤젤레스타임스가 지난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웰시 코기는 영국 여왕의 반려견으로 유명한 견종이다. 코기는 영리하고, 주인에게 진정한 헌신을 보여주는 개로 유명하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州) 로스앤젤레스 시(市)에 사는 테드 로저스와 샌디 로저스 부부에게 코기는 인생 반려견이다.
테드는 5년 전 당뇨병에 걸려, 혈당을 체크해줄 코기 치료견 ‘시에나’의 도움을 받기 시작했다. 혈당이 위험한 수준으로 떨어지면 시에나는 테드를 핥아주면서 위험을 경고해줬다. 시에나 덕분에 테드는 응급실에 실려 갈 뻔한 위기를 수차례나 넘겼다.
그런데 지난해 봄 코기 반려견 시에나는 암 진단을 받고, 그해 8월 13살 나이로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아이가 없는 로저스 부부에게 시에나의 죽음은 자녀의 죽음과 같았다. 부부는 침대 밖으로 나올 기운조차 나지 않을 정도로 심한 우울감에 빠졌다.
퍼푸치노를 먹는 시에나. |
한 50대 노숙인이 몇 달 전에 11살 된 코기 반려견을 비상 임시보호가정에 맡기면서, 로저스 부부가 그 개를 맡게 됐고 세 사람의 삶은 완전히 달라졌다. 그는 코기를 맡기면서 편지에 “(1살 때부터) 이 녀석의 평생을 같이 했습니다. 이 녀석이 나를 대단히 사랑하지만, 당신을 만난 후 곧 당신도 그만큼 사랑해줄 겁니다.”라고 적었다.
슬픔에 빠진 부부는 새 반려견을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지만, 선의로 코기를 받아들였다. 아내 샌디는 “우리가 그를 돕는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가 우리를 도운 것이란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로저스 부부는 노숙인과 코기의 이름을 밝히지 않고, 둘의 사연을 나누기로 했다.
견주가 코기와 시간을 보내려고 가끔씩 찾아오면서, 부부는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됐다. 부부는 그에게 묻지 않았지만, 그는 자연스럽게 그의 인생을 털어놨다. 그는 박사 학위를 가졌고, 할리우드에서 연봉 수십만 달러 직장에 다녔지만, 4년 전 실직을 계기로 바닥까지 추락했다.
저축과 실직수당, 부동산 매각대금 등도 그의 추락을 막지 못했다. 생활비를 아끼기 위해 자택에 룸메이트를 들였다가, 자신이 남의 집에 룸메이트로 들어갔고, 결국 집도 없이 지내는 신세가 됐다. 우버 운전사로 일했지만, 할부금을 못 갚아 차를 팔게 되면서 그 직업마저 잃게 됐다.
그는 우버 배차직원으로 일하면서, 데이터 과학(data science) 분야에서 일하고자, 새 기술을 배우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가 자립하려고 각종 지원시설에 알아볼 때마다 반려견은 안 된다는 말을 들었다.
게다가 그가 남매의 집, 에어비앤비, 노숙자를 위한 그룹 홈, 저렴한 호텔 등을 전전할 동안 코기는 스트레스와 상처를 받았다. 특히 다른 개들과 싸워서 문제가 많았다.
시에나를 조련한 경험이 있는 테드는 코기가 다른 개들과 친구가 될 수 있도록 코기를 훈련하기 시작했다. 개들을 보고 겁먹지 않도록 코기의 마음을 안정시키는 데 초점을 맞췄다.
로저스 부부는 견주가 찾아왔을 때, 견주와 코기를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 코기가 다른 개를 보고도 짖거나 물지 않고, 자연스럽게 냄새를 맡는 모습을 보고 견주는 감탄했다.
부부의 도움으로 코기도 견주도 안정을 찾았고, 견주가 자립하는 대로 코기를 데려갈 계획이다. 물론 로저스 부부는 이 코기에게 많은 정이 들었지만, 시에나를 잃은 슬픔을 극복할 수 있었다는 것은 이 코기가 준 가장 큰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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