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펫] 얼마 전 장을 보러 시장을 갔다. 그런데 시장 초입에서 새끼를 출산한지 얼마 되지 않은 길고양이 한 마리를 보게 되었다. 첫눈에 봐도 아직 수유 중임을 알 수 있었다. 그런데 쇼핑의 목적지가 고양이의 목적지와 겹쳤던지 한동안 약간의 간격을 두고 같이 움직이게 되었다. 마치 고양이가 필자의 뒤를 따라다니는 것과 같은 형상이었다.
계절이 바뀌는 봄에는 냉장고에 오래 묵은 김장김치보다는 싱싱한 오이와 무로 만든 오이소박이와 깍두기가 입맛을 당기게 한다. 그래서 그 날 장의 목적지는 채소 가게였다. 방금 전까지 뒤에서 따라다니던 고양이는 물건을 구입하는 사이에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오이와 무를 봉지에 담아주던 상인은 계산을 하면서 고양이가 보이지 않는다는 필자의 말을 듣고 그 고양이의 숨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시장에서 사는 그 고양이는 어린 시절부터 상인들의 많은 도움으로 끼니를 해결했어요. 그러던 고양이가 어른이 되어서 이번 봄에 첫 출산을 했어요. 여기서 멀지 않은 곳에서 새끼를 낳아서 키우고 있고요.”면서 주변의 어느 상점을 가리키면서 저 집에서 도움을 받고 있다고 했다.
필자는 당연히 고양이 이야기가 끝난 줄 알았다. 그래서 “그래도 고양이가 인복(人福)이 있어서 여전히 시장 상인들의 도움을 받고 있네요.”라는 추임새를 넣었다. 하지만 이는 오산이었다. 상인의 말은 아직 절반 밖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인천의 한 가게에서 장난을 치고 있는 새끼 고양이들. 건강한 상태를 보아서 어미의 보살핌을 잘 받은 것 같다. 2019년 11월 촬영 |
“그런데 그 고양이는 출산 후 성격이 급변했어요. 그 전에는 상인들에게 애교도 많고 사람의 손길도 즐겼지만, 요즘에는 사람이 근처에 오면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 놓고 있어요. 겁이 많아서 개를 보면 혼비백산하고 도망치기 바빴지만, 출산 후에는 개나 다른 고양이가 보이면 마치 호랑이처럼 표변하여 공격해요.”라는 것이다.
상인이 다른 이야기를 하려 하자 아까부터 이야기를 듣던 주변 다른 상인도 이야기 대열에 합류했다. “나도 그 고양이를 잘 알아요. 새끼 때부터 봤으니까. 최근에 예전과 같이 쓰다듬어주려고 하다가 하마터면 다칠 뻔했어요. 고양이가 발톱을 세우고 할퀴려고 했어요. 예전에 먹을 것도 많이 줬는데 섭섭하네요.”라고 말했다.
두 상인이 내린 결론을 종합하면 순둥이 같던 고양이가 출산 후 마치 호랑이 같은 존재가 되었다는 것이다. 충분히 그럴 수 있다. 새끼를 보호하기 위해 어미는 아무리 위험한 일이라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전에는 무서웠던 동네 개들도 새끼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목숨을 걸고 싸울 수도 있다.
사진과 같은 귀여운 새끼 고양이들도 어미의 사랑으로 자라고 있는 것이다. 2015년 대전에서 촬영 |
장을 보고 집으로 귀가하면서 인간이 자연의 이치를 이해하며 만든 단어 중에서 가장 위대한 것은 모성(motherhood, 母性)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국사전을 펼치면 모성은 어미로서 갖는 이치, 감정, 의지 등의 총칭이라고 한다. 모성은 다음 세대로 생명이 순환되도록 하게 하는 강력하면서 거룩한 동인이라고 할 수 있다.
이강원 동물 칼럼니스트(powerranger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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