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의 위치를 보아서 이 길고양이의 경계심을 알 수 있다. 2019년 9월 |
[노트펫] 사회적인 동물인 사람에게 감정이나 생각을 교환하는 의사소통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사회에서 고립이 되지 않으려면 자신의 의견을 타인에게 정확히 전달해야 하고, 타인의 생각을 제대로 이해해야 하기 때문이다. 의사소통은 사용 수단에 따라서 말이나 글과 같은 언어적 요소와 얼굴의 표정, 제스처(gesture), 눈 맞춤 같은 비언어적 요소로 구분될 수 있다.
그런데 의사소통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도 중요하지만, 사람과 같이 생활하는 동물들에게도 마찬가지로 중요하다. 사람의 친구라는 개나 고양이 같은 반려동물들 입장에서는 주인의 생각을 읽고, 자신의 생각을 주인에게 제대로 전달하는 것보다 중요한 일은 없기 때문이다.
반려동물들은 사람에게 자신의 의사를 음성으로 전달하기도 한다. 이는 그들의 본능과 깊은 관계가 있는 일이다. 개의 조상이며 가까운 친척인 늑대는 목을 길게 빼고 하울링(howling)을 하며 무리에서 떨어진 구성원을 찾거나, 결속력을 다지기도 한다.
또한 낑낑거리는 소리를 내며 새끼가 어미에게 도움을 요청하기도 한다. 새끼 입장에서는 이 소리는 생존이 걸려 있는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다 큰 성체에서도 이런 현상이 발생하기도 하는데, 이는 약자가 강자에게 복종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늑대가 으르렁거리는 소리를 내는 것은 적대적인 상대에게 위협을 가하는 것이다. 그 대상은 다른 무리의 늑대일 수도 있고, 같은 무리의 경쟁자일 수도 있다. 물론 퓨마, 곰 같은 영역과 먹잇감을 놓고 다투는 다른 종(種)일 수도 있다.
개에게 주인은 같은 무리에 속한 구성원이다. 또한 그 무리의 대장이며, 죽을 때까지 영원한 강아지인 자신을 돌봐주는 어미이기도 하다. 이 모두를 합친 존재인 주인에게 개는 늑대가 거의 하지 않는 짖는 행동을 한다.
개가 짖는 것은 두 가지 의미를 가지고 있다. 첫째, 주인에게 위험이 임박했다는 것을 알리는 것이다. 그 위험이 절박하면 할수록 개가 짖는 빈도는 빨라지고 소리를 더 커지게 된다. 둘째, 자신에게 뭔가 필요하다는 의미를 알리는 것이다. 필요한 것이 강렬할수록 개의 짖음의 빈도와 강도는 강해질 것이다.
고양이는 주인에게 야옹거리는 소리를 낸다. 그런데 이 소리는 새끼 고양이가 자신의 어미에게 무엇인가를 요청할 때 내는 소리와 거의 흡사하다. 현존하는 고양이의 조상들은 무리 생활을 하지 않는 외로운 사냥꾼들이었다. 단독생활을 하는 야생의 고양이에게 무리는 어린 시절 어미가 새끼를 돌볼 때 밖에 없다. 그러므로 야옹거리는 고양이의 울음소리는 고양이가 주인을 덩치 큰 어미로 여기고 있다는 반증이라고 할 수도 하다.
성대를 통해 내는 음성 이외에도 개와 고양이는 꼬리라는 강력한 보조 수단을 가지고 있다. 경우에 따라 꼬리는 그 어떤 의사소통수단보다 큰 역할을 할 수도 있다. 개는 기분이 좋을 때 자신의 꼬리를 마구 흔들어댄다. 몸통이 흔들릴 정도로 맹렬하게 흔들기도 한다. 가랑이 사이로 꼬리가 들어갔거나 축 처져 있을 때는 주인에게 혼이 나거나 겁을 먹었을 때다.
고양이도 꼬리를 보면 기분을 알 수 있다. 기분이 좋은 상태면 꼬리를 세우고 당당히 주인에게 다가와서 자신의 몸을 쓱 한번 문지르고 간다. 그런데 고양이의 꼬리는 의사소통수단보다 훨씬 중요한 다른 역할을 하기도 한다.
꼬리는 고양이에게 공간 이동에 있어서 거의 무한한 자유를 주기 때문이다. 고양이가 높은 담벼락을 가볍게 오르내리는 것은 탁월한 운동능력과 함께 꼬리를 통해 균형을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꼬리의 역할로만 보면 개는 의사소통수단, 고양이는 균형유지에 더 많은 방점이 찍혀있다고 볼 수도 있다.
이강원 동물 칼럼니스트(powerranger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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