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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를 피해 식당 앞에 모인 고양이 가족

[노트펫] 글을 쓰기 이십여 일 전은 거의 두 달 동안 계속되던 장마의 기세가 등등할 때였다. 그날도 마치 열대지방의 스콜(squall)같은 소나기가 반복되고 있었다. 15년 전 여름 중국 광저우(廣州)에 출장 갔을 때와 놀랍도록 흡사한 날씨였다.

 

그런 궂은 날씨에도 우산을 들고 집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몇 달 동안 그리워하던 동네 중국식당을 찾았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장마의 종식을 기다리다가 너무 지쳤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집의 문 앞에는 고양이가 마치 수문장처럼 떡하니 버티고 있었다. 고양이의 당당한 자태에서는 적벽대전 당시 후퇴하던 조조(曹操)의 퇴로를 차단한 관우(關羽) 같은 당당함이 보였다. 누워서 고개만 빳빳이 들고 있는 어미 고양이 옆에는 귀여운 새끼 고양이 두 마리가 보였다. 비가 들이치지 않는 좋은 자리를 고양이 가족이 차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고양이는 경계심이 많은 동물이다. 그래서 약간의 인기척만 나도 몸을 얼른 피한다. 그게 지금까지 알고 있던 고양이 특히 길고양이들의 본능이며, 습관이었다. 하지만 그날 만난 어미 고양이는 예외적인 고양이였다. 고양이는 마치 소가 닭을 보듯이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마치 필자를 투명인간 취급을 하였다.

 

새끼 고양이들은 달랐다. 인기척이 나고 낯선 사람이 접근하자 잠시 몸을 피했다. 하지만 그것도 멀리 간 것은 아니었다. 필자가 손만 뻗으면 닿을 정도로 가까운 거리로 이동했을 뿐이다.

 

어떻게 할지 잠시 난감했다. 고양이를 넘어서야 상점의 문으로 들어갈 수 있고, 그래야지 맛있는 만두를 먹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필자의 선택은 움직임을 최소화하고 조심스럽게 가게에 들어가는 것이었다.

 

예상대로 어미 고양이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겨우 문을 열고 가게에 들어갔는데, 마치 하늘이 무너지는 청천벽력(靑天霹靂) 같은 소식을 접하고 말았다. 그날은 영업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노트펫
비를 피해 식당 앞에 모인 고양이 가족, 2020년 8월 촬영

 

수문장 고양이의 무서운 기세에 눌려 겨우 입장한 결과 치고는 너무나 허무한 결말이었다. 하지만 냉혹한 현실을 피할 수 없는 일이었다. 거의 한 달 동안 꿈꾸던 중국 만두에 대한 환상을 깨고 나니 어떻게 문 밖으로 나갈지 걱정되었다. 선택은 역시 하나 밖에 없었다. 가게에 들어올 때와 같이 조심스럽게 나가는 것 뿐 이었다.

 

밖으로 나가기 위해 문을 약간 열었다. 고양이 수문장은 역시 미동을 하지 않았다.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마찬가지로 새끼 고양이들은 2~3미터의 거리에서 어미를 지켜보고 있었다. 조용히 그리고 살금살금 밖으로 나왔다. 숨소리는 물론 발자국 소리도 내지 않았다.

 

필자의 퇴장과 함께 고양이 가족의 행복과 평화는 다시 찾아왔다. 가게에서 나온 후 그 가족을 바라보았다. 어미는 연신 새끼를 핥아주었고 새끼는 어미의 품을 파고들었다. 잠시 필자가 침범한 그 자리는 비 내리는 그날 고양이 가족들을 비에 젖지 않게 해주는 피신처였다.

 

그리고 어미는 그 소중한 자리를 내주지 않으려고 비록 겁이 나고 자신의 신변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동도 않고 자리를 지킨 것 같았다. 어미 고양이의 행동을 보면서 자식에 대한 어머니의 헌신적이고 무한정한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가장 숭고하고 거룩한 사랑 모성애(母性愛)가 생각난 하루였다.  

 

이강원 동물 칼럼니스트(powerranger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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