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펫] 자연과학은 모든 연구 결과가 숫자나 수치로 딱딱 떨어진다. 수학과 과학을 응용한 자연과학의 세상에서는 어중간한 결론이 허용되지 않는다. 자연과학은 무엇이든 확실하고 분명한 결론이 나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의 소유자들이 연구해야 하는 학문의 세계다.
하지만 사회과학은 자연과학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사회 현상이나 흐름에서 나름의 독특한 패턴을 발굴하고, 이를 하나의 이론이나 정리해야 하는 사회과학에서는 답이 정확하게 떨어지지 않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기도 한다. 심할 경우, 답이 없는 경우도 있다.
연구 사례가 많지 않을 경우, 사회과학 전공자들은 몇 개 되지 않는 사례에서 나타나는 일부 현상들을 마치 전체에서 일어나는 특징으로 오도하는 실수를 범하곤 한다. 자료(data)를 잘못 해석해도 그런 오류에 빠질 수 있다. 이렇게 사회과학자들이 종종 빠지는 실수를 일반화의 오류 혹은 성급한 일반화(hasty generalization)라고 부르기도 한다.
필자는 많은 품종의 개들을 오랜 시간에 걸쳐 키운 경험이 있다. 하지만 고양이는 그 정도 수준에 이르지 못하는 게 사실이다. 고양이를 키운 개인적인 경험은 앞서 언급한 일반화의 오류라고 비판받을 수도 있다.
그런데 고양이를 키웠던 개인적 경험 중에는 글로 남기지 않으면 후일 후회할만한 독특한 경향이 있다. 그 중에서도 대표적인 것은 고양이의 암수 성별에 따른 뚜렷한 차이였다.
암컷들은 비교적 독립적인 반면 수컷들은 대체로 의존적인 성향을 보였다. 암컷 고양이들은 주인이 주도를 하는 세상 이외에 자신이 주도하는 별개의 세상이 있는 것 같이 행동하였다. 하지만 수컷 고양이는 그렇지 않았다. 성체가 되어도 주인에게 의지하는 성향이 줄지 않았고 전혀 철들지 않는 것 같았다.
한 배에서 태어난 새끼들이지만 이렇게 다양한 색깔을 가지고 있는 게 신기할 뿐이다. 2015년 대전의 한 공원에서 촬영 |
새끼를 출산한 암컷은 세상의 모든 이치를 아는 존재 같이 행동했다. 고양이의 세상에서 출산과 육아는 가혹하게도 암컷의 몫이다. 만약 길고양이라면 암컷은 오로지 자신의 힘으로 새끼를 세상에 내보내야 하는 힘든 운명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암컷 집고양이는 출산과 육아의 과정에서 주인의 도움을 받기도 하지만, 야생의 친척과 같은 강인함을 여전히 가지고 있다.
암컷 고양이들은 거의 어김없이 주인에게 조공(朝貢)을 바쳤다. 한 번도 그런 것을 요구한 적이 없었지만 그들은 그런 행사를 거의 매일 같이 했다. 조공 중에는 벌레도 있고, 남의 집 생선도 있었고, 어디서 잡은 지 불확실한 생쥐도 있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암컷 고양이들이 바친 것이 조공이었는가 하는 의문이 있다. 주인을 교육시키기 위한 용도였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들의 행동은 출산 이후 시작되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어미 고양잇과동물들은 자신의 새끼가 어느 정도 자라면 먹잇감을 가지고 사냥 교육을 시키기도 한다. 암컷 고양이는 주인에게 벌레, 생쥐, 생선을 잡는 법을 교육시키고 싶은 마음이 있었을 수도 있다. 물론 이런 추측은 매우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일 수도 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수컷 고양이들은 단 한 번도 그런 조공을 물고 오지는 않았다. 대신 배가 고프면 주인을 찾아와서 처량하게 울어댈 뿐이었다. 굳이 귀찮게 조공을 하는 것은 체질에 맞지 않았을 수도 있다. 이 점도 역시 일반화의 오류일 수도 있다.
이강원 동물 칼럼니스트(powerranger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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