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펫] 동물을 좋아하고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꿈꾸는 작은 행복이 있다. 자신의 반려견과 함께 공원이나 거리를 산책하는 것이다. 이는 애견인이 일상에서 누릴 수 있는 소소하면서도 확실한 행복이기도 하다. 일종의 ‘소확행’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동물과의 이런 산책은 작은 행복감뿐만 아니라 주인과 개에게 각각 몇 가지 긍정적인 효과를 주기도 한다.
주인은 산책을 통해 자신의 개와 더욱 돈독한 유대감을 형성할 수도 있다. 산책을 하다보면 주인은 자신의 개가 무엇을 좋아하고, 어느 것에 특히 관심이 있어 하는 지 알 수 있다.
사람들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해주는 사람을 좋아한다. 이는 사람은 물론 개에게도 그래도 적용되는 사실이다. 대부분의 개들은 정기적인 산책을 좋아한다. 그러니 개는 주인 중에서도 자신을 데리고 매일 산책을 하는 주인을 특히 좋아하게 된다. 개인적인 경험을 참고로 하면 이는 틀림없는 진실, 불변의 진리라고 할 수 있다.
현대인들 대부분은 만성적인 운동 부족에 시달린다. 많은 사람들은 몸 구석구석에 붙은 군살 때문에 고민을 많이 한다. 현대인들은 운동하기 위해 시간을 내기도 어렵고, 설령 시간이 나도 운동하기 보다는 집에서 뒹구는 것을 선호한다. 운동을 안 하기 위한 핑계를 찾는 게 현대인들의 솔직한 마음이기도 하다.
하지만 자신의 반려견과 함께 산책하는 것을 일상 속의 변하지 않는 일로 정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개는 생각보다 기억력이 좋다. 아침이 되면 산책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개는 주인보다 먼저 산책할 준비를 한다. 필자가 키웠던 미니어처 슈나우저(Miniature Schnauzer)는 아침 6시만 되면 거의 정확하게 자신의 목줄을 물고 방문을 긁어댔다.
말 못하는 개와의 약속은 어길 수 없는 법이다. 폭설이나 폭우가 내리지 않는 이상 산책은 사람이라는 종과 개라는 종과의 거룩한 약속이므로 지켜야 한다. 만약 기상이 악화되어 도저히 운동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도 일단 개를 데리고 현관문은 나가는 게 좋다. 그리고 개에게 직접 악천후를 보여주고 한동안 안고 있으면 개도 단념하게 된다.
이렇게 개와의 숭고한 약속인 산책은 견주에게는 유의미한 수준의 유산소운동을 보장한다. 물론 대단한 수준의 칼로리 소모는 아니어도 건강 유지에는 산책은 큰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사람은 물론 반려견에게도 산책은 긍정적인 효과를 준다. 산책하는 동안 반려견은 답답한 실내를 벗어날 수 있다. 이는 반려견에게 스트레스 해소와 적지 않은 운동 효과를 줄 수도 있다. 또한 그런 과정을 통해 주인과의 유대감을 향상시킬 수도 있다.
그런데 반려견이 아닌 다른 동물들을 키우고 있는 사람에게 자신의 반려동물과 같이 산책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반려동물과의 산책은 개라는 특정 동물에게만 허락된 일이다.
얼마 전 멕시코시티에서 새끼 호랑이를 데리고 산책하는 장면이 국내 언론에 소개됐다. 처음에는 래브라도 리트리버(Labrador Retriever) 같이 갈색 계열의 모색을 가진 개에게 호랑이 줄무늬를 염색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자세히 보니 틀림없는 새끼 호랑이였다.
호랑이를 데리고 산책한 사람의 마음에는 아마 과시욕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동물을 키울 때는 그런 과시욕을 버려야 한다. 동물은 자신의 부를 과시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기 때문이다. 살아있는 귀금속이나 명품 백으로 생각하고 동물을 키워선 안 된다. 생명은 그 자체로서 존중하고 사랑을 해야 하는 대상이다. 자랑하기 위해 키우는 대상은 결코 아니다.
이강원 동물 칼럼니스트(powerranger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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