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펫] 고단백 식단이 만성신장질환을 앓고 있는 이들에게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주장이 있는데 이는 고단백 식단 자체에 대한 논란을 불러왔습니다. 이 논란은 건강한 사람을 포함하여 건강한 반려견과 반려묘에게도 좋지 않다라는 주장까지 이어집니다.
이 주장대로라면 최근에 육류 섭취량을 늘리도록 하는 저탄고지(저 탄수화물 저 지방) 식단 즉, 키토(KETO) 식단도 문제가 있지 않을지 생각해봐야 합니다. 과연 그럴까요? 지금까지 나온 연구결과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정설령 한국영양전문동물병원장의 글을 소개합니다.[편집자주]
세포내 DNA가 하는 일은 아미노산을 결합하여 단백질을 합성하는 것이다. 이렇게 동물이 유전 정보를 통해 만들어 내는 단백질은 무수히 많고 다양하며 근육 형성, 세포내 물질 형성, 체내 대사를 위한 효소 작용, 면역 항체 및 면역 매개 물질 형성, 호르몬 형성 및 합성, 피모 및 피부 형성 등 수없이 많은 일을 수행한다.
사람의 경우 체내에 존재하는 단백질은 적게는 수십만, 많게는 수백만 가지에 이를 것으로 생각된다. 개와 고양이에서도 마찬가지로 신체를 구성하고 체내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대사과정을 원활하게 수행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단백질을 필요로 한다. 그러므로 단백질의 섭취가 불충분하면 위에 언급된 기능을 수행하기가 어려워지게 된다.
그렇다면 단백질의 섭취량을 극단적으로 늘리는 것은 어떨까?
우선 사람에서 과량의 단백질 섭취량은 신장 사구체 압력을 높여 신 기능 손상을 야기할 수 있다는 주장이 있고 이를 토대로 과도한 단백질 섭취는 신장에 스트레스를 준다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하지만 해당 연구들은 건강한 사람이 단백질 섭취량이 높을 경우 신장 사구체 압력이 높아지는 것과 함께 크레아티닌(creatinine)의 배설량이 늘어나는 현상을 기술하고 있고 이에 대한 메커니즘을 규명한 것으로 신장 질환의 발생을 직접적으로 확인한 것은 아니다. 즉, 단백질 섭취량의 증가는 사구체 압력 증가 등 신장의 정상적인 생리학적 반응을 유도하지만 이러한 반응이 신장 손상을 야기한다고 단정 지을 수 없다.
실제 사구체 압력의 증가가 신장 기능 저하로 발전되는 경우는 확인되지 않았고 오히려 이러한 적응 과정이 이로운 반응으로 생각되고 있으며 심지어 신장을 절제한 사람을 대상으로 20여년 간 수행된 연구에 의하면 사구체 압력 증가로 사구체 여과량이 증가하더라도 만성신장질환으로 발전하지 않았다.
또한 1,135명의 건강한 사람을 대상으로 11년간 수행한 연구에 의하면 고단백 식이는 신장 기능 저하와 관련성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단백 식이는 체중 감소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비만인 사람들을 대상으로 고단백 식이를 하는 그룹과 저단백 식이를 하는 그룹사이에 신장 기능의 차이는 발견할 수 없었다. 이외에도 사람을 대상으로 한 다수의 연구에서 고단백 식이가 신장 기능 저하를 야기한다는 증거가 없다는 사실을 입증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사람에서 뿐만 아니라 실험용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의 경우 50~60% 이상의 고단백 식이를 2년간 제공하였을 때 신장 기능이 저하되지 않았고 포유동물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고단백 식이가 사구체 여과율과 신장 혈류량의 증가를 야기한다고 기술하고는 있지만 사람에서의 연구에서와 같이 이러한 생리적 반응은 신장 기능 저하와 연관지어 생각할 수 없으므로 고단백 식이가 신기능 저하를 야기한다고 볼 수 없었다.
또한 잔인한 실험이었지만 75%의 신장을 인위적으로 제거한 실험견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단백질의 섭취량을 56%, 27%, 19%로 달리한 그룹으로 나누어 4년간 급여 실험을 한 경우에서도 남아있는 신장이 구조적으로 차이가 없었음을 확인한 연구도 있다. 이 연구는 심지어 만성신장질환을 앓는 경우에도 고단백 식이가 신장의 구조적 손상을 가중시킨다고 볼 수 없음을 시사하였다.
결론적으로 고단백 식이가 건강한 동물에서 신장기능 저하를 야기하였다는 증거는 없으며 신장 질환 초기 환자에서도 신장 기능을 더욱 악화시킨다는 증거도 없다. 더불어 고단백 식이가 신장 결석과 직접적으로 연관되었다고도 볼 수 없다.
신장기능 이외에도 고단백 식이는 골밀도 저하를 야기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있지만 오히려 고단백 식이는 근육형성을 촉진하여 반대로 골밀도를 증가시키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하여 고단백 식이가 칼슘 대사에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생각되었지만 칼슘 항상성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단백 식단을 실험용 쥐에게 장기간 급여할 경우 간손상과 관련된 지표의 상승을 관찰한 연구도 있지만 이 연구에서는 고단백 식단을 구성하기 위해 우유에서 추출한 카세인(casein)만을 사용하였고 매우 한정된 식재료만을 사용하였기 때문에 실제 육류 위주의 식단으로 다양한 식재료를 같이 사용한 한 고단백 식단과 차이가 있으므로 고단백 식이가 간손상을 유발한다는 명백한 증거가 될 수 없다.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여러 연구들을 토대로 고단백 식이가 오히려 비알콜성 지방간증에 도움이 된다고 한 보고도 있으며 간종양이 있는 경우에서도 고단백 식이는 간의 과도한 염증 반응과 종양세포의 증식을 억제하여 종양으로 인한 간손상을 억제하는데 도움을 주었다는 연구도 있다.
물론 건강한 개와 고양이를 대상으로 고단백 식이가 과연 문제가 있을지에 대한 연구는 극소수이지만 상대적으로 단백질의 섭취량이 낮아도 되는 사람에서의 연구에서 조차도 고단백 식단이 문제를 일으킬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
결론적으로 고단백 식단이 건강한 개와 고양이에게 해를 끼친다는 증거는 현재 없고 오히려 고단백 식단을 꾸준히 제공하였음에도 아무런 문제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증거들이 대다수이다. 그러므로 고단백 식단이 건강한 개와 고양이에게 문제를 일으킨다고 함부로 이야기할 수는 없다.
정설령 수의사(ray@knrc.co.kr) 한국영양전문동물병원 원장 / 한국반려동물영양연구소 대표
**칼럼의 참고문헌 목록은 노트펫 포스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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