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은 창살 사이를 여유롭게 통과하는 고양이, 2020년 11월 촬영

[노트펫] 고양이와 개는 야생이 아닌 인간의 세상에서 사는 동물이다. 그들에게는 주인이 사는 사람의 집이 자신의 고향이다. 다른 동물과는 달리 돌아갈 야생이 없는 존재라고 할 수 있다.

개와 고양이의 공통점은 그 지점까지다. 두 동물은 사람과 같이 산다는 것 이외에는 이질적인 면이 너무 많다. 사회성이라든지 생물학적인 특성에서 공통점을 찾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개와 고양이의 사회성의 차이는 그들 선조와 관계 깊다. 개는 사회적 동물의 후손이지만, 고양이는 단독 생활에 특화된 동물의 후손이다. 두 동물이 인간 세상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고 하지만, 그들의 선조가 야생에서 생활한 시간과 비교하면 조족지혈(鳥足之血)에 불과하다.

개와 고양이는 위기를 감지하고 기회를 포착하는 감각기관에서도 차이가 있다. 개는 주로 후각을 통해 먹잇감을 찾고 적의 출입을 파악한다. 하지만 고양이는 날카로운 청각 능력으로 개의 후각을 대신한다. 멀리서 약간의 바스락거림이라도 나면 고양이는 바로 알아차릴 수 있다.

개는 꾸준한 체력을 요구하는 운동에 특화되어 있다. 이는 늑대나 리카온 같은 야생의 친척들의 사냥 습관을 보면 알 수 있다. 먹잇감이 지쳐서 더 이상 달리기 어려울 정도로 추격하는 것이 개과동물들의 사냥 특징이다. 그들의 친척인 개도 별반 다르지 않다. 아침마다 그리고 주말마다 주인에게 같이 산책을 가자고 조르는 개의 특징은 여기서 나온 것이다.

하지만 고양이는 개와 다르다. 고양이는 추격이 아닌 매복에 능한 사냥꾼의 후손이다. 숨어 있다가 급습하는 것이 고양이의 사냥 전략이다. 그러니 개처럼 많이 달릴 필요가 없는 방향으로 진화한 것이다. 만약 고양이에게 개처럼 긴 시간 뛰라고 하면 지쳐 쓰러질 것이다.  

고양이 액체설? 고양이 신체 숨겨진 비밀

아주 작은 문틈이나 구멍도 잘 빠져나가고 좁은 공간에도 몸을 구겨 넣을 수 있는 고양이의 놀라운 신체 능력. 그 덕분에 고양이 …고양이 액체설? 고양이 신체 숨겨진 비밀에 대하여 비마이펫 라이프에서 더 읽어보세요

고양이의 급습 작전에 필수 조건은 유연성이다. 먹잇감을 잡기 위해 순간적으로 높이 점프하거나 멀리 도약하기 위해서는 개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유연해야 한다. 그래야지 사냥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 고양이는 담벼락 위에서도 전속력으로 달릴 수 있고, 자신의 키의 몇 배나 되는 높은 곳에도 잘 오른다. 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얼마 전 고양이의 놀라운 운동 능력을 보게 되었다. 필자가 사는 아파트에는 단지와 단지를 구분하는 쇠로 된 낮은 담장이 있다. 그 담장에는 장식을 위한 작은 틈이 있는데, 누가보아도 그 좁은 틈 사이로 새끼 고양이가 아닌 성체 고양이가 지나가기에는 부족함이 있어 보인다. 

하지만 그런 좁은 틈 사이로 길고양이 한 마리가 지나갔다. 그 고양이는 주저함이나 준비 동작이 없었다. 만약 사람이 그런 공간을 지나가야 한다면 분명 손이나 팔을 넣는 동작을 했을 것이다. 고양이는 그러지 않았다. 마치 그 앞에 아무 것도 없는 것처럼 움직였다. 짧은 순간 고양이는 그날 필자에게 무협의 고수처럼 자신의 신공을 보인 것이다.

담벼락의 좁은 틈으로 들어오려다 필자에게 걸린 길고양이, 2018년 4월 촬영

몇 년 전 미국에서 생활할 때도 길고양이 한 마리가 그런 동작을 보인 적이 있었다. 담벼락 밑에 있던 작은 구멍을 통해 제법 덩치 큰 고양이가 마당으로 들어왔기 때문이다. 실내에서 마당을 보다가 우연히 관찰하게 된 그 광경도 고양이의 놀라운 유연성을 증명하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이강원 동물 칼럼니스트(powerranger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