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사도'가 순항하고 있다. '베테랑'으로 1000만 관객 배우 반열에 들어선 유아인의 또다른 흥행을 예고하고 있다.
배우 유아인은 개와 인연이 있는 배우로 보인다. 베테랑에서는 이탈리아 원산의 멋지 개 카네코르소에 골프채를 휘둘러 악인 이미지를 한층 각인시켰던 유아인.
사도에서는 개를 아끼는 모습에서 아버지 영조(송강호 분)에 얼마나 사랑을 받고 싶었는지를 더 절절하게 표현하고, 내쳐졌을때 느꼈을 슬픔을 극대화하는데 개가 큰 역할을 한다.
특히 반려동물을 키우는 이들은 물론이고 그렇지 않은 이들의 가슴을 찡하게 하는 장면이 있으니. 그건 바로 사도세자가 뒤주에 갇혀 죽어갈 때 그 곁을 지키는 개가 나오는 장면이다.
한 모금 물도 마시지 못한 채 기진맥진한 유아인. 뒤주 주변을 맴돌던 개는 컹컹 짖고 유아인은 이렇게 말한다. "몽아, 너도 왕이 무섭더냐?"
영화 속 설정은 청나라에서 조선 왕실에 온 개를 사도세자가 키운다는 내용이다. 사도세자가 여러 장의 개 그림을 그리고 있는 장면도 나온다.
출연한 개는 아프간 하운드다. 암컷으로 올해 6살에 접어든 중년인 셈이다. 이름은 유아인이 부른대로 몽이.
아프간 하운드는 도그쇼에 단골로 출전하는 귀족견이다. 사람을 봐도 그다지 신경쓰는 타입은 아니며 위엄이 있고 초연하다. 평소 게을러서 누워 있기 일쑤지만 긴 털을 휘날리며 걷는 모습은 상당히 매혹적이어서 왕자의 품위에 제격이다.
아프간 하운드는 기원전 4000년경 중동지역인 시나이 반도에 있었다고 전해진다. 고대 이집트 왕실에서는 수렵견으로 사육했고 사막의 하운드로서 아라비아 사막을 거쳐 아프가니스탄으로 가서 산악견으로 변했다.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이나 미국에서 동양적이고 신비한 개로 인기를 얻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견종으로 노아의 방주에 태워졌던 개가 이 견종이라고 전해지고 있다.
왕자의 품위에 맞게 우아하면서도 한편으로 이국적인 이미지를 주기 위해 선택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거리와 시대적 배경을 봤을 때 조선 왕실에 올 수 있었을까 생각해 보면 다소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구석도 있다.
그렇다면 실제 사도세자는 개를 좋아했을까. 국립고궁박물관에는 사도세자가 그린 그림으로 추정되는 개 그림이 소장돼 있다.
작은 개 두 마리가 비교가 안될 정도로 큰 개를 향해 달려가는 그림이다. 그런데 작은 개들은 기쁜 마음에 달려가고 있지만 큰 개는 먼산 바라기다.
국립고궁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는 개 그림. 사도세자가 그린 것으로 전해 오지만 명백한 증거는 없다고 한다. |
영화의 자문을 맡은 정병설 서울대 국문학과 교수가 내놓은 해석이 눈길을 끈다.
정 교수는 지난 2011년 계간 '문헌과해석'에 '궁궐의 개, 사도세자의 개'라는 제목의 연구논문을 게재했다.
정 교수는 "사도세자의 개 그림은 사도세자가 그렸다는 아무런 증거가 없다"며 다만 "큰 개를 향해 반갑게 달려가는 작은 개와 무덤덤한 큰 개가 사도세자와 영조의 관계를 잘 표현하고 있다"고 풀이했다.
정 교수는 또 사도세자가 청나라에서 건너온 그 개를 보면서 마음의 위안을 얻었을 것으로 추론하고 있다.
사도세자가 살았던 무렵 그려진 개 그림도 상당수 남아 있는데 이 역시 사도세자가 개에 큰 애정을 갖고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으로 정 교수는 보고 있다.
영화에도 정 교수의 해석이 상당 부분 녹아 들어 있다. 다만 그림 속 개가 우리나라 토종의 삽살개가 아니겠느냐는 주장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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