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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 밖에..' 고춧가루 범벅 총각무 허겁지겁 베어먹는 고양이 가족

 

[노트펫] '이것 밖에 먹을 게 없구나' 한겨울 빨간 양념 범벅 총각무를 나눠 먹는 길고양이 가족의 모습이 가슴을 먹먹하게 하고 있다.

 

고양이 사진작가인 이용한 작가는 지난 17일 SNS에 어미 고양이와 새끼 고양이 2마리가 어느 골목 집 담벼락 아래 떨어진 총각무 하나를 나눠먹는 사진 여러 장을 게시했다.

 

고춧가루에 양념이 배고 바람이 들어간 총각무를 새끼도 먹고, 어미도 먹는다. 입가에 빨간 양념이 묻는 것도 개의치 않는다. 덩치가 작은 다른 새끼는 옆에서 총각무를 베어먹는 다른 새끼를 애절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다.

 

겨울철 먹을 것이 뚝 떨어진 길고양이 가족들의 퍽퍽한 삶을 포착했다.

 

 

이 작가가 고양이 사진작가로 활동한 지 4년째, 지금으로부터 11년 전인 지난 2010년 경기도 양평의 한 골목에서 찍은 것이다. 그뒤로 해마다 이맘 때쯤 되면 이 작가는 이 사진을 게시하고 있다.

 

"사료배달을 멈출 수 없는 이유" 10년 넘게 이 사진을 올리는 데에 이만한 설명이 없다.

 

이날도 길고양이들의 모습을 담기 위해 그가 양평의 한 골목에 들어섰을 때 이들 가족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어미가 크게 한 입 베어먹자 옆에 있던 턱시도 아깽이가 '나도 좀 먹자'며 어미를 밀치고 총각무를 독차지했다. 고춧가루와 양념이 범벅된 국물이 총각무에서 뚝뚝 떨어졌다.

 

어미는 한발 물러나 그런 아깽이를 바라만 봤다. 그마저 삼색 어린 고양이 한 마리는 뒤로 밀려나 자기 차례가 오길 기다렸다. 총각무를 다 먹은 턱시도의 입은 물론 발도 김치국물이 묻어 흰털이 빨갛게 물들었다. 양념에 소금기까지 몸에 독소가 쌓일 테지만 고양이들은 그것마저도 부족했다.

 

 

이 작가는 당장 갖고 있는 사료가 없어 주차한 차로 되돌아가 사료 한 봉지를 가져왔다. 그릇도 없이 바닥에 그냥 사료를 부어줬다. 사람의 접근에도 두 마리 아깽이는 걸신들린 듯 숨도 쉬지 않고 그것을 먹어치웠다.

 

새끼들이 먹는 사이 곁을 지키던 어미도 뒤늦게 새끼들이 물러나자 우적우적 사료를 씹어먹었다. 세 마리 길고양이 가족은 그렇게 한참 사료를 먹고 나서야 살겠다는 듯 눈빛이 평온해졌다.

 

 

이 작가는 "모든 게 얼어붙은 계절, 고양이는 먹을 게 없어 김치며 언 호박이며 배추 등 무엇이든 먹어야 하고, 그래야 살아남는다"며 "한겨울 며칠씩 굶주린 고양이는 저체온증으로 죽을 때가 많은데, 그들에게 아사와 동사는 같은 말"이라고 말했다. 

 

 

이 사진을 처음 보는 이들도 있지만 이미 수많은 이들이 알고 있다. 울었다는 이가 있고, 가슴도 무너졌다는 이가 있다. 늘 머리에서 떠나질 않는다는 이가 있다. 길고양이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됐고, 밥을 챙겨주게 됐다는 이들이 있다. 이 작가처럼 사료배달을 더 열심히, 멈출 수 없다는 이들이 있다.

 

이 작가는 "특히 가을에 태어난 아깽이(새끼 고양이)들에게 이 겨울은 생사의 갈림길"이라며 "겨울이야말로 고양이에게 사료 한 줌, 따뜻한 손길이 절실하게 필요할 때"라고 관심을 호소했다.

김세형 기자 eurio@inb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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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 댓글 3건

  •   2020/12/25 20:32:21
    겨울에라도 먹을것 주세요

    답글 27

  •   2020/12/29 23:23:34
    불우이웃 성금은 내냐?

    답글 0

  •   2021/01/01 17:50:49
    너무 가슴이 아프네요. 최소한 저희 동네 길냥이들은 안 굶게 할려고 노력하지만 영역 동물이라 쫓겨나 못 먹는 아이들도 있어 그것도 가슴 아픔니다.

    답글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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