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펫] 이제 죽었구나 하던 때 고양이는 다리 한쪽을 물고 절뚝거리며 집에 들어섰다.
덫에 걸려 끝내 잘려나간 뒷다리를 입에 문 채 노부부의 품으로 돌아온 고양이의 사연이 전해졌다.
24일 광주동물보호협회 위드는 3살 삼색 고양이 은비의 구조와 치료 소식을 알렸다.
은비는 전라남도 담양에서 장애를 가진 노부부와 함께 살고 있는 녀석이었다. 이 노부부는 어려운 형편에도 길고양이들을 돌봐주고 있는데 은비는 그중에서도 특별했단다.
처음에는 다른 녀석들처럼 돌봐주는 시골 길고양이 가운데 하나였다. 유난히도 부부를 따르면서 노부부가 방에 들일 정도로 됐다. 주변을 돌아다니는 것은 여전했지만 반려묘나 다름이 없었다고 한다.
은비가 이달 초 갑자기 사라졌다. 부부는 집주변을 찾아봤지만 보이지 않았고, 불편한 몸으로 먼 곳이나 집주변 산까지 찾아나설 엄두를 낼 수 없었다. 그렇게 하루이틀이 갔고, 강추위마저 닥쳤다.
이제는 죽었구나하면서 단념하려 할 때 은비가 기적처럼 나타났다. 사라진지 20일쯤 지난 며칠 전 새벽 고양이 우는 소리에 나가보니 초췌한 모습의 은비가 있었다. 털이 붙은 뭔가를 물고 있었다.
고양이의 다리였다. 은비의 뒷다리 한쪽이 없었다. 집주변 야산 이곳저곳에 누군가 불법으로 설치해둔 덫에 걸린 것이 틀림없었다. 덫에 뒷다리가 찍혀 빠져나오려 안간힘을 쓰다 다리가 잘려 나갔고, 그 다리를 물고 집으로 돌아온 것으로 생각됐다.
은비는 집에 돌아온 지 사흘이 흐른 지난 23일 위드의 주선으로 동물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다. 잘려나간 부위에 뼈가 튀어나와 움직일 때마다 고통스러워했다는 은비. 노부부는 당장 치료해주고 싶었지만 수중엔 돈이 없었단다. 이웃까지 나서 도움을 줄만 한 곳을 이리저리 찾다가 그렇게 시간이 지났다.
위드는 조만간 은비를 보호소로 옮겨 회복할 수 있도록 보살피고, 노부부에게 돌려보낼 예정이다. 반려묘나 다름 없는 녀석을 노부부에게서 떼어놓을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대신 체력이 회복되면 중성화수술을 통해 다리 한 쪽 없이 살아가야할 은비가 다시금 새끼를 낳는 일은 없게할 계획이다.
임용관 위드 대표는 "새벽에 나타난 아이는 마치 떨어져나간 다리를 다시 붙여달라는듯 슬피 울었고 두 부부도 그런 아이를 안고 한참을 울었다고 한다"며 "은비가 무사히 치료를 잘 마치고 돌아갈 수 있도록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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