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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로 먹고 사는 고기잡이삵

ⓒ노트펫
美 멤피스동물원의 고기잡이삵. 생선을 주 먹잇감으로 삼아 살아간다. 

 

[노트펫] 코로나 바이러스 대유행 때문에 가급적 외출을 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 며칠 씩 아파트 현관을 넘지 않기도 한다. 하지만 언제까지 그러고 있을 수는 없다. 며칠 전 냉장고 파기의 한계를 느끼고 저녁 찬거리 마련을 위해 드디어 집에서 100m 떨어진 동네 마트로 갔다.

 

집에서 마트까지는 엘리베이터 사용 시간을 합쳐 2분 내외다. 하지만 그 짧은 외출은 오랜 만에 현관문을 열고 나오는 사람을 들뜨게 하기에 충분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아파트 화단을 보았다. 감나무에 변화가 있었다. 매달려있던 감의 대부분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주민들이 그사이 감을 따서 먹었는지, 감이 중력의 법칙을 거부하지 못하고 떨어졌는지 알 수 없다.

그런데 감나무 꼭대기에는 아직 남은 감이 몇 개 있었다. 그리고 그 감에는 참새가 보였다. 몇 개 안남은 감의 단맛을 즐기고 있었다. 까치밥이 아닌 참새밥이었다.

 

ⓒ노트펫
숨은그림찾기 수준이다. 하지만 열심히 보면 감을 먹고 있는 참새를 볼 수 있다. 2020년 12월 촬영

 

아파트 출입구를 지나 마트로 가는 길에 작은 콘크리트 화단이 있다. 평소 같으면 관심을 두지 않고 지나친다. 하지만 그날을 이상하리만큼 눈길이 갔다. 그런데 화단 위에는 작은 고양이가 뭔가를 숨기는 것 같은 행동을 하고 있었다. 얼른 보니 배변 뒷정리였다.

 

지저분하게 보일 수 있는 행동이다. 하지만 오랜 만의 외출에 대한 대자연이 주는 선물 같은 생각까지 들었다. 마트에서 용무를 마치고 다시 그 화단 앞을 지나갔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고양이가 이미 깨끗하게 변을 덮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배변 뒷정리가 습관이 된 고양이와는 달리 그러지 않는 소형 고양잇과동물도 있다. 고양이와 비슷한 크기의 삵은 자신의 변을 치우지 않는다. 오히려 당당하게 영역 표시 수단으로 활용한다. 분변에서 풍기는 고약한 냄새로 자신의 공간을 확인시켜주는 것이다. 그래서 삵을 연구하는 학자에게는 삵의 변이 중요한 관찰 도구가 된다.

 

삵속(屬)에는 한국에서 서식하는 삵(살쾡이)을 포함 모두 4개의 종(種)이 있다. 삵은 다른 친척과는 달리 상대적으로 북쪽인 동북아시아에서 산다. 나머지 삵인 붉은점박이삵, 납작머리삵, 고기잡이삵은 모두 따뜻한 동남아시아와 남아시아를 터전으로 삼는다.

 

고기잡이삵은 삵속 동물 중 가장 특이한 방법으로 사냥한다. 피싱캣(fishing cat)이라고도 불리는 고기잡이삵은 작은 새, 설치류도 사냥하지만 주식은 이름에서 나타나듯이 생선이다. 그래서 사냥하기에 용이한 계곡, 웅덩이 등 물가를 생활의 터전으로 삼고 있다.

 

ⓒ노트펫
2017년 11월 테네시주에 있는 멤피스동물원에서 마주한 고기잡이삵. 

 

고기잡이삵의 사냥은 가짜 미끼를 계속 움직여 공격성 강한 육식어류를 잡는 루어낚시(lure fishing)와 비슷하다. 영리하기로 소문난 사냥꾼인 고기잡이삵은 자신의 앞발로 수면을 가볍게 튕긴다. 그러면 수면에는 곤충이나 개구리가 내는 파장과 비슷한 파장이 생기게 된다.

 

공격성이 강한 어류에게 이런 파장은 참기 어려운 유혹이다. 고기잡이삵은 파장을 보고 수면으로 몰린 고기 중 자신의 마음에 드는 것을 골라 낚아챈다. 삵의 앞발이 가짜 미끼(lure)인 셈이다.

 

가물치 낚시꾼과 비슷한 방법으로 고기를 잡는 고기잡이삵은 수영도 독특하게 한다. 고기잡이삵은 마른 땅에 사는 다른 친척과는 달리 두툼한 꼬리를 갖고 있다. 그리고 자신의 꼬리를 보트의 키(rudder)처럼 활용한다. 물가 생활에 특화된 꼬리라고 할 수 있다.  

 

이강원 동물 칼럼니스트(powerranger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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