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명 백두산 호랑이로 불리는 아무르 호랑이. 사진 러시아 아무르호랑이센터. |
[노트펫] 동아시아에서 호랑이는 다른 동물과 다른 대접을 받았다. 가공할 힘을 가진 호랑이는 산군(山君)으로 불렸다. 산속의 지배자라는 뜻이다.
최민식 주연 영화 ‘대호’에서도 호랑이는 사람들로부터 산군으로 추앙받았다. 호랑이는 특히 산골 사람들에게는 경외의 대상이었다. 덩치 큰 사슴이나 멧돼지도 일격에 쓰러뜨릴 수 있는 맹수는 동아시아에는 호랑이 밖에 없었다.
호랑이 중에서도 새하얀 털을 가진 백호(白虎)는 영험한 존재로 인식되어졌다. 풍수지리에서는 주산(主山)을 기준으로 왼쪽은 청룡이 관장하고, 오른쪽은 백호가 관장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좌(左)청룡 우(右)백호’라는 지금까지 전해지고 있는 것이다.
백호, 사진 속의 호랑이도 벵갈호랑이다. 2017년 11월 멤피스동물원에서 촬영 |
비록 대한민국에서는 호랑이가 멸종되었지만, 러시아에서는 다른 이름으로 여전히 생존하고 있다. 아무르호랑이(Amur tiger)는 한반도 호랑이의 또다른 이름이다. 그런데 백호는 아무르호랑이에서는 발현되지 않는다.
현존하는 백호는 인도산 벵골호랑이(Bengal tiger)들이다. 그러니 우리 조상들이 말하던 백호라는 동물은 야생동물이 아닌 푸른 용(靑龍)처럼 상상 속의 동물일 가능성이 높다.
고양이는 호랑이의 먼 친척이다. 백호와 비슷한 신비스러운 존재가 고양이의 세계에도 있다. 백묘(白猫)는 백호처럼 희소하지는 않다. 하지만 보는 이에게 신비스러움을 주기에는 부족함이 없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
아파트 주차장에서 망중한(忙中閑)을 즐기는 흰 고양이, 2020년 4월 촬영 |
그런데 흰 고양이는 다른 색상의 고양이에 비해 감각기관에서 특이한 점 몇 가지를 가지고 보유하고 있다.
오드(odd)는 특이하다는 뜻을 가진 형용사다. 오드 아이(odd eye)는 양 눈의 색깔이 다른 경우를 지칭할 때 사용한다. 사람도 드물지만 오드 아이가 있다. 물론 개와 고양이도 그렇다.
흰 고양이는 다른 색상의 고양이에 비해 오드 아이 출현 비율이 높다. 연구자들은 그 비율을 숫자로 언급하기까지 한다. 오드 아이는 멜라닌 색소(melanin) 이상 증세로 발현한다. 그러므로 강한 자외선이 내려쬐는 곳에는 오드 아이 고양이를 노출시키는 게 좋지 않을 수도 있다.
오드 아이 고양이의 경우, 청력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 고양잇과동물은 청각으로 먹잇감의 움직임을 감지한다. 그런 점을 감안하면 좋지 않은 청력은 고양잇과동물의 사냥에 적지 않은 문제가 될 수 있다.
오드아이 고양이. 사진 픽사베이 |
하지만 오드 아이 고양이를 집에서 키울 때는 그런 문제는 문제가 될 수 없다. 고양이가 주인이 주는 사료를 먹으면 청력이 좋지 않아도 생존과는 아무 연관이 없다.
흰색은 다른 색깔이 비해 주간이던 야간이던 쉽게 노출된다. 따라서 털의 색깔이 흰 포식자는 사냥할 때 적지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 점도 오드 아이 집고양이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 어려움은 주인이 극복해주기 때문이다.
흰색 고양이가 빨리 죽는다는 속설은 이런 여러 문제점들을 종합해서 나온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이는 흰 고양이가 길고양이가 되어 야생에서 생활할 때나 적용될 수 있는 것이다. 만약 주인과 함께 사람의 집에서 살 때는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강원 동물 칼럼니스트(powerranger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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