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펫] 밥을 양보하고 할머니에게 쓰담쓰담을 받은 고양이는 꼬리가 하늘 높이 올라갔다. 할머니와 고양이가 눈길을 마주하고 있는 사진이 보는 이들을 흐뭇하게 하고 있다.
길고양이 작가 해랑이 얼마 전 SNS에 게시한 사진들이다.
부산의 어느 동네 골목 부식가게 할머니와 고양이 누렁이의 모습을 담았다. 해랑 작가가 소개하고 있는 이 골목 고양이들과 사람들의 모습 가운데 하나다.
할머니가 누렁이를 쓰다듬는 사이에 곁에선 고등어 무늬를 가진 고양이가 할머니가 내어준 밥을 먹고 있다.
고등어 고양이는 이 가게에 종종 들르는 동네 아저씨 고양이란다. 이렇게 가끔 와서 밥을 먹고 간다고.
이날 역시 밥을 얻기 위해 들른 아저씨 고양이. 누렁이는 밥을 먹는 동네 고양이를 번갈아 보면서 뭔가 할말이 있다는 듯 할머니를 쳐다본다.
할머니가 그런 누렁이를 쓰다듬자 기분이 좋아졌는지 꼬리를 치켜 세우고선 다시 아저씨를 바라본다.
젊은 시절 공장에 다닐 때 할머니는 집 앞에서 밥을 먹던 고양이를 누군가에게 보낸 적이 있다고 했다. 누군가 그 고양이가 이쁘다면서 자기한테 주면 안되느냐고 해서였다.
그집으로 가기로 한 날 고양이는 이별을 알았는지 눈물을 흘리는 것처럼 보였다. 그때 고양이의 그 눈빛은 차마 잊혀지지 않았다. 할머니는 공장을 그만두고 부식가게를 차린 뒤로 배고파서 찾아온 고양이들을 이렇게 챙겨주고 있단다.
누렁이 역시 할머니의 그런 마음을 아는 것일까. 마치 '아저씨 천천히 많이 드세요'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해랑 작가는 "종종 들르는 고등어 아저씨한테 밥을 양보하고 칭찬으로 쓰담쓰담을 받은 누렁이 꼬리는 점점 하늘로 올라갔다"는 설명을 붙였다.
누렁이는 지난해 가을쯤 살짝 열린 부식가게 창고 문으로 들어와 자고 있던 녀석이다. 녀석을 발견한 할머니는 지낼 곳이 없으면 생길 때까지 지내도 된다고 했는데 아직 갈 곳이 없는지 쭉 부식가게 고양이로 지내고 있다.
그새 할머니 바라기가 되기도 했다. 잠시 동네 고양이들을 만나러 갈 때를 빼곤 이렇게 할머니 곁에 바싹 붙어 있단다.
파를 손질하는 할머니와 곁을 지키는 누렁이. |
파 냄새에 눈을 찡그린 누렁이. 하지만 할머니 곁엔 꼭 붙어 있는다. |
할머니가 파를 썰 때도 예외는 아니다. 할머니 곁에 붙어 있고는 싶고, 다듬는 파 때문에 눈은 제대로 뜨기 힘들고... 할머니 뒤에 꼭 붙어서 매운 눈을 하고 있는 모습에서 어린 손자의 모습이 떠오르지 않을 수 없다.
가게에 야채를 사러 들르는 이들에게도 누렁이는 할머니의 귀여운 손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손님이 해주는 궁디팡팡에 꺄르르 웃는 모습으로 다시금 할머니의 부식가게를 찾게 만든다.
해랑 작가는 "부식가게에 오시는 손님들도 저 녀석은 본인이 이쁜 것을 안다며 좋아해 주신다"며 "누렁이도 할머님네 부식가게에서 계속 지내고 싶어 하는 것같아 꽃샘 추위가 지나가면 중성화수술을 해주려고 계획하고 있다"고 웃었다.
해랑 작가는 우연히 발걸음했던 이 골목길에서 지금은 별이된 둘째 고양이를 만난 게 인연이 되어 골목길에서 밥을 챙겨주는 할머님 다섯 분께 매달 사료를 드리고 골목길 고양이들을 기록하고 있다.
해랑 작가의 인스타그램(@haerang_919)을 방문하시면 더 많은 골목 고양이들의 모습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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