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을 구입하거나 입양하고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이름짓기이다.
온가족이 모여 이런저런 이름을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여 마지막으로 우리 아이의 이름이 드디어 결정이 되는 것은 반려동물 보호자라면 모두가 너나 없이 한 번 정도는 경험이 있으시리라.
1990-2000년대에는 강아지를 임신하여 새끼를 놓거나 제왕절개를 하는 경우도 많았는데, 보호자분 중에는 강아지를 받아준 주치 수의사분께 작명을 부탁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최근에 부는 바람은 연애인들처럼 어릴 때 지은 본명을 놔두고 개명을 한다든가, 영어이름이 부쩍 증가한다든가, 혹은 타로점집이나 일반 무속·사주팔자집에 가서 작명을 도움받는 경우도 볼 수 있다.
특히 개와 고양이의 이름짓기는 시대상을 반영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찬호, 세리, 승엽, 지성 등 유명 스포츠인들의 이름으로 짓기도 하고, 대박이, 까칠이, 순돌이, 완소, 폭탄이 등 당대에 유행하는 유행어를 따서 명명하기도 한다.
이민이나 유학을 다녀온 보호자분들의 개들은 대부분 제니, 줄리, 마이클 등의 영어 이름들을 받았다. 때문에 어떠한 경우에는 대략 환자의 이름만 들어도 언제 구입하거나 입양한 애인지 추정할 수도 있다.
여기에서 임상수의사로서 작명에서 가장 많이 느끼는 점이 하나 있다.
임상수의사가 환자들이 내원할 때 가장 먼저 접하게되는 것이 이름인데, 20년이 다되는 시간 동안 봐온 것을 분석해 보면 마냥 웃지만 못하는 작명과, 건강과의 상관관계가 발견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이 기회에 이 점을 강조드리고 싶다.
흔히 사랑이, 대박이, 공주, 왕자, 황제, 소중이, 최고, 보물이, 진주, 외동이, 귀동이, 생명, 황금이, 왕이, 왕비, 황비, 애기, 신비, 아들, 딸, 건강이, 장수, 행복이, 찬란이, 호화, 강남이, 천국이 등 세상에서 가장 소중하고 사랑스럽고 아름답고, 무엇과도 바꿀수 없다는 의미의 이름을 가진 반려동물들이 있다.
그만큼 그 보호자가 매우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에서 세상 최고의 작명을 통해서 앞으로 15-20년을 살아갈 준비를 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자신의 반려동물을 지극히 사랑하는 일부 보호자는 간식, 고기류, 육포, 개껌, 빵, 과자, 우유, 과일 등의 알러지 유발음식 및 사료 등을 먹이면서 사랑을 표현하게 된다.
그런데 그중에서 알레르기를 유발하거나, 탈수로 인한 신장질환, 고단백으로 인한 암모니아 발생과 그에 따른 만성독소에서 기인하는 간질환 발생, 고염분으로 인한 고혈압이나 심장 및 호르몬 질환발생을 시키는 경우가 많다.
< 이 글은 오원석 수의학박사가 운영하는 오원석동물힐링스쿨에 실린 칼럼입니다. 블로그를 방문하면 오 박사의 다양한 글들을 읽을 수 있습니다. 블로그 바로가기 >
특히 자신의 반려동물에게 맞지않는 식이관리나 생활관리는 장기적으로 염증을 발생시키면서 아토피 및 면역저하 등의 전신장기질환을 진행시키게 된다.
이때 간헐적인 구토, 만성기침과 재채기, 코골이, 반복되는 귀질환, 피부소양감과 피부염등이 발생되게 된다.(일반적으로 1-3세)
또 수분섭취와 소변관찰과 관리에 신경쓰지 못했던 환자들은 진한 소변, 결석, 방광염, 신우신염 등의 심각한 신장질환으로 진행되면서 피부건조증이나 각질, 비듬, 모질변화 등의 피부질환이 더 진행되게 된다. (일반적으로 3-6세)
여기에 평소 배변관리 및 대변관찰을 등한시한 경우 독소에 의한 간기능 저하나 간손상으로 인해 식욕부진, 기면증상, 떠는 증상, 복수, 황달, 발작, 간질, 마비를 동반하는 간관련 합병질환으로 진행되면서 목욕 이후에도 몇일 사이에 피부냄새가 심해지고, 피부가 거칠거나 끈적거리면서 심각한 재발성 및 만성 난치성 피부질환으로 진행되게 된다.(일반적으로 6-10세)
이같은 단계를 거치면서도 보호자가 질병의 조기진단과 관리를 못하는 경우 심각한 장기합병증이 진행되면서 고혈압, 고지혈증, 심장질환, 호르몬불균형, 비만, 당뇨, 종양 등이 진행돼 결국 생을 마감하게 됩니다. (일반적으로 10-15세 이상)
현재까지 진료을 해오면서 조금 특이하거나 소중한 의미를 담은 이름을 가진 반려동물들은 위와 같은 노화나 질병진행단계가 다른 환자들보다 빠른 시간내에 진행돼 환자와 보호자가 질병치료와 간호로 힘든 시간들을 보내는 경우가 많이 있었다.
자신의 반려동물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식이와 생활습관이 문제가 되어 심각한 문제로 진행된 환자 보호자분께 다음과 같이 말씀을 드린다.
특히 수많은 수의사분들로부터 조언을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식이와 생활습관을 고치지 못했던 보호자분들도 아래의 말을 듣고 마음에 새겨보면 두 눈에 눈물을 흘리시면서 반드시 삶을 바꾸는 경우가 많다.
"주인분, 애기를 단순하게 동물로 키우십니까 아니면 자식이나 가족처럼 키우십니까?
주인분은 자신의 옷이나 양말에 구멍이 나도 그 비용은 아껴서 간식이나 육포를 사주실 정도로 사랑이 넘치시는 분이십니다.
그러한 사랑을 음식주는 데는 표현하면서 건강을 돌보는 데는 가끔씩 소홀하여 큰 병을 키우는 환자들이 전국적으로 넘쳐 납니다.
그런데 이렇게 소중한 애기에게 '건강'을 선물하시겠습니까 아니면 매일매일 독을 주어서 생명을 짧게 하실 겁니까?
세상에는 자식에게 고통을 주려고 하는 부모는 아무도 없습니다. 소중한 이름만큼 건강하고 장수할 수 있도록 오늘부터 주인분이 필사적으로 노력해주셔야 합니다. 그 노력이 질병의 치유와 하루하루 생명의 연장을 가져오게 됩니다."
모든 반려동물 보호자는 소중한 아이들 이름만큼 건강하고 오래오래 행복하게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지금부터 공부해보는 것이 어떨까? 공부하고 실천하면, 그 소중하게 작명한 이름만큼 그 만큼 행복하고 아름답게 살아갈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오원석 수의학박사는 경북대 수의학과 출신으로 1997년 개원, 현재까지 대구 황금동물의료원을 이끌고 있다. 피부과 노령동물내과, 임상영양학 전공으로 특히 노령동물 분야의 대가로 꼽힌다. 지금까지 3500여명의 수의사들 대상으로 강연을 펼쳐 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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