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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깨에 올라타 박치기했던 고양이 외면 못해 집까지 바꾼 남집사

라봉이를 처음 만난 날. 2020년 12월17일. 인스타그램 @han_rabongri
라봉이를 처음 만난 날. 2020년 12월17일. 인스타그램 @han_rabongri

 

[노트펫] 잠시 내려가 있던 제주에서 만난 길고양이를 외면하지 않은 남성의 이야기가 얼마 전 다시 화제가 됐습니다.

 

길거리를 걷던 도중에 무언가 뒤에서 훌쩍 올라타더니 바로 머리를 들이받아버린 상황에 운명을 예감한 이 남성.

 

그 고양이를 키우기 위해 아예 서울 집을 정리하고 제주도에 눌러 앉아버리기까지 홀연히 찾아온 묘연을 놓치지 않은 사연은 언제봐도 질리지 않는 '냥줍' 스토리가 아닐까요.

 

지난해 12월 제주도에 잠시 내려와 호텔을 잡고 일을 보고 있던 남성은 거리를 가다가 누군가 뒷통수를 치길래 고개를 돌리다 어깨 위에 올라탄 어린 고양이를 발견하게 됩니다.

 

 

어깨 위에 야무지게 올라탄, 그러나 솜털처럼 가벼웠던 이 녀석은 균형을 잡고선 도통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더랬습니다. 덕분에 첫 만남의 순간도 온전히 남길 수 있었죠.

 

고양이를 너무 좋아하지만 '냥줍'을 함부로 하면 안되는 것을 알고 있던 터여서 근처에 어미가 있는지 찾아도 보고, 이 녀석을 떼어놓고 도망도 가봤습니다. 하지만 이 녀석은 결코 놔줄 생각이 없었죠.

 

'오모나! 애기 이러는거 처음 본다. 아빠 해줘야 한다'는 그 주변에서 만난 길고양이 돌봐주는 어머님 한 분의 말씀에 차마 외면하지 못하고 놀아주다보니 3시간이 훌쩍 지났습니다.

 

그새 머릿 속은 몹시 복잡해졌습니다. 그 어머니 말마따나 보통 인연은 아닌 것같은데 그렇다고 덥썩 데려갈 여건은 안됐던 탓입니다.

 

서울 원래 살고 있는 집으로 데려가자니 반려동물 불가라 집을 옮겨야 했고, 제주도에서 함께 살자니 호텔을 나와 따로 집을 구해야 했던 것이죠. 물론 제주도에 살게 될 경우엔 서울집을 정리해야 하는 문제도 있었습니다.

 

차마 떨어지지 않는 발길을 옮기고 호텔에 들어온 이 남성. 하루 종일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습니다. 그리고 내린 결론은 '에라 모르겠다. 키우자'였습니다. 이 녀석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아서 내린 결단이었죠.

 

서울 집은 정리하면서 제주도에 오래 머물 거처를 마련키로 하고, 다음날 이 녀석을 찾아 다시 그 장소로 갔습니다. 3시간 동안이나 찾아 헤맸지만 보이지 않는 고양이. 허탈함에 만난 장소에서 맥없이 있던 순간 이 녀석이 나타났습니다.

 

ⓒ노트펫
3시간 헤맨 끝에 다시 만난 라봉이. "이제 우리 함께 하는거야!"

 

어느새 쪼르르 다가온 이 녀석. 너무 놀라고 기뻤던 이 남성은 그 길로 예비집사에서 초보집사로 변신했습니다.

 

이렇게 요란(?)했던 냥줍이 끝나고 5개월 가까이 흐른 지금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요. 남집사와 고양이는 알콩달콩한 제주 라이프에 푹빠져 있습니다.

 

우선 이 녀석에게는 라봉이라는 이름이 생겼습니다. 제주 한 씨랍니다. 한라봉이죠. 호텔을 나와 친구가 구해준 임시거처에서 지내다가 지금은 라봉이가 좋아하는 탁트인 전망 좋은 집도 구했습니다. 제주도에 집을 먼저 구하고 서울집을 정리했는데요. 라봉이를 키우겠다는 결심으로 생활의 중심이 서울에서 제주로 바뀌었습니다. 

 

"진짜 두달 사이에 뭔일이 일어난거야?"

 

라봉이의 땅콩도 수확했습니다. 처음 만났을 때 불과 1.4kg여서 아기 고양이인 줄 알았는데 병원에서는 1살 초반으로 추정되는 다 큰 녀석이라고 해서 큰 망설임 없이 중성화수술을 시켜줬다고 합니다.

 

남집사는 그새 '확대의 장인'이 됐습니다. 라봉이는 데려온 지 보름 여 만에 체중이 2kg 후반으로 늘었는데요. 얼마 전 저울에 올라가보니 무려 4kg까지 확대돼 있었습니다. 3kg 중반이라는 보통 체중을 넘어서 뚠냥이로 변신해 가고 있는 중입니다. 

 

피규어들 안녕~~~
피규어들 안녕~~~

 

남집사가 그토록 애지중지했던 피규어는 어느새 라봉이 차지가 됐습니다. 마치 고양이가 탁자 위에 올려둔 물컵을 툭 떨어뜨리듯 피규어를 떨구기도 하고, 피규어 사이를 누비며 하는 숨바꼭질에 남집사의 가슴은 가끔 철렁 내려 앉는다고 하네요. 

 

그럼에도 달라지지 않은 것이 하나 있다는데요. 어깨 위에 올라타는 버릇입니다. 덕분에 집안에서 편안한 옷으로 있다가 어깨에 뜻하지 않은 문신이 생기는 일도 있답니다.

 

ⓒ노트펫
 

 

ⓒ노트펫
 

 

ⓒ노트펫
"집사, 일어나야지?"

 

남집사는 얼마 전 업무 차 육지로 나갔다가 고양이 울음소리를 듣고 깜짝 놀랐다고 합니다. 정신을 차려보니 환청을 들은 것이었기 때문이죠. 라봉이가 엄청 보고팠다고 밖엔 설명을 못할 정도로 라봉이에 대한 애정을 잘 나타내주고 있습니다. 천생연분인가 봅니다. 

 

라봉이 아빠는 "라봉이는 여러분의 관심과 사랑 덕에 건강에 이상없고 활기찬 냥이로 잘 크고 있다"며 "부디 모든 길냥이들, 고양이들이 좋은 환경에서 행복해지길 바란다"고 꾸준한 관심에 고마움을 표시했습니다.

 

혹시 몇 해 전 개봉한 고양이 영화 '내 어깨 위 고양이, 밥'을 아시나요? 길거리 뮤지션이 길고양이 밥을 만나게 되면서 서로의 상처를 치유해 준다는 줄거리를 갖고 있습니다. 유쾌한 '내 어깨 위 고양이, 라봉'은 인스타그램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김세형 기자 eurio@inb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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