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창원 지역에서 전국 최초로 동물병원 진료비 자율표시제가 시행됐다. 사진 경상남도. |
[노트펫] 동물병원 진료비를 사전에 고지할 것을 의무화하는 수의사법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해 국회로 넘어가게 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사항으로 내세웠던 동물병원비 부담 경감이 우여곡절 끝에 사전 고지로 끝을 맺게 됐다.
정부는 11일 오전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열린 제20회 국무회의에서 LH 사태가 결정적으로 기여한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법 공포안 등 법률공포안 47건, 수의사법 일부개정법률안 등 법률안 2건,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 등 대통령령안 10건, 일반안건 3건 등 62건을 심의·의결했다.
수의사법 개정안은 반려동물가족과 직결된 동물병원 진료비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다.
동물병원 개설자가 동물 소유자 등에게 진료비용 등을 고지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동물병원이 농림축산식품부령으로 정하는 진료비용을 동물소유자 등이 쉽게 알 수 있도록 사전 고지하는 것으로 현실적으로는 홈페이지나 병원 내부 게시 등을 의미한다. 이렇게 되면 보호자는 진료비 정보를 미리 파악하는 것은 물론 타병원과의 비교선택도 가능해지게 된다.
법안은 또 직접 비교가 어려운 것을 감안해 동물병원별 진료비를 조사·분석하여 동물병원별 진료비를 비교·선택할 수 있도록 진료항목별 평균가격, 가격 범위 등을 공개토록 하는 내용도 담았다.
아울러 동물의료의 체계적인 발전을 위해 질병명, 진료항목 등에 관한 표준을 마련하도록 내용도 넣었다. 이 역시 보호자 입장에서는 비교가 더욱 명확하게 할 수 있는 측면이 있다.
해당 법안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 동물병원비 부담을 언급하면서 '반려동물 보호자 부담 완화를 위한 진료체계 개선'을 약속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농림축산식품부는 공약 이행을 위해 표준수가제 도입을 검토했지만 현실을 감안해 공시제 도입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표준수가제는 어느 지역 어느 병원에서나 똑같은 진료비를 받는 것을 일컫는다. 진료표준 자체가 확립이 안돼 있는데다 제도 도입을 위해서는 건강보험과 유사한 공적 지원이 필요하다. 사회적 합의를 거쳐야 하는 사안으로 문재인 정부 임기 내에 완수하기에 시간이 너무 촉박했다.
또 이해당사자인 수의계는 표준수가제는 물론이고 진료비 공시제 도입에 대해서도 진료 표준 마련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적극반발했다. 정부는 당초 지난해 9월 사전 고지 등을 담은 수의사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었으나 이는 실현되지 않았다.
논의가 주춤해진 가운데 지자체에서 돌파구가 열렸다. 경상남도에서 지난해 10월 전국 최초로 수의사회와의 협의를 거쳐 창원 지역에서 동물병원비 자율표시제 시행에 들어간 것이었다.
여파가 컸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올해 초 이번 수의사법 개정안을 재입법예고했고, 서울시의회도 최근 동물병원 진료비 자율표시제 지원 근거를 마련했다.
정부는 "반려동물에 대한 의료서비스 수요가 증가하고 있으나. 동물병원마다 진료 항목이 상이하고 진료비 과다 청구, 과잉 진료 등으로 소비자 불만이 증가하는 등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며 "해당 법률안이 통과될 경우 반려동물을 기르는 동물 의료서비스 소비자의 알 권리와 진료 선택권 보장이 강화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공이 국회로 넘어간 가운데 진료비 공개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표시해온 수의계의 반발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법안 통과를 장담하기는 어렵다.
회원 댓글 0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