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펫] 출산이 임박한 어미개가 새끼들을 안전하게 낳을 곳을 찾아 전전하다 아파트 14층 계단까지 올라간 사연이 가슴을 짠하게 하고 있다.
동물권행동 카라는 지난달 하순 서울 성북구의 한 아파트 계단에서 포획된 어미개의 사연을 지난 4일 SNS를 통해 소개했다.
성북구 소방서는 지난달 23일 새벽 "아파트 외부 계단에 개가 있다"는 주민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했다. 15층 아파트의 14층 계단에 검은 주둥이에 갈색털을 가진 중대현 믹스견이 웅크리고 있었다. 체중 20kg에 2살 정도된 것으로 추정됐다.
출동한 소방관들은 입구에 그물망을 치고 개를 몰아 포획하기로 했다. 낯선 이들의 접근에 도망갈 것을 예상한 것이었다. 그런데 이 개는 도망도 가지 않고 소방관들을 그저 순하게 바라만 봐서 직접 안아서 소방서로 가는 것으로 싱겁게 포획이 끝났다.
그런데 소방서로 가서 예상치 못했던 일이 일어났다. 이 녀석이 소방서로 오고나서 몇 시간 지나지 않은 이날 아침 새끼 5마리를 낳은 것. 새끼들을 낳기 위해 아파트 꼭대기 가까이에 올랐던 것이었다.
소방관은 이 어미개와 새끼들을 차마 유기동물보호소에 보내지 못하고 카라에 도움을 요청했다. 카라는 "소방관님이 카라로 아이의 딱한 사연을 전해 왔다"며 "소방관님도 카라도 무거운 몸을 이끌고 조심스레 15층 아파트 계단 꼭대기까지 올라 출산을 준비했을 이 어미 개를 그대로 둘 수 없었다"고 밝혔다.
카라의 보호시설로 옮겨진 어미와 새끼들. 어미에게는 '성북구 소방서 덕에 구조된 아이'라는 뜻에서 성소라는 이름을 지어줬다. 성소는 카라에 온 뒤 더 놀라운 모습을 보여줘 관계자들을 안쓰럽게 했다.
성소는 구조된 이후 거의 일주일 동안 새끼들의 보살핌에만 전념할 뿐 전혀 소대변을 보지 않았다. 카라에서 혹시나 질병이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성소를 달래 천자로 빼보니 700cc가 넘는 소변이 방광에 꽉 차 있을 정도였다.
일반적으로 동물의 어미와 아비는 새끼를 청결한 환경에서 양육하고 혹시 모를 포식자의 위협에 노출되지 않기 위해 새끼를 키우는 둥지에 배변을 하지 않는다. 성소는 배변을 할 마땅한 곳을 찾지 못해 그렇게 꾹 참고만 있었던 것이었다.
카라는 "현재 젊은 어미개 성소는 보통의 어미개가 되어 새끼들과 함께 잘 지내고 있다"며 "사람들이 없을 때면 새끼들과 최대한 먼 공간으로 나와 배변을 한다"고 전했다.
또 "힘든 수유와 육아에 지쳐 새끼들과 함께 떡실신해서 잠을 자기도 한다"며 "자는 모습을 보면 어찌나 귀엽고 한편 짠한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카라는 성소와 다섯 새끼들을 돌보면서 새가족을 찾아줄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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