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펫] 살짝 열린 창문 틈에 자리를 잡은 턱시도 고양이는 첩보 영화에 나오는 고독한 주인공처럼 창밖을 내다보며 고독을 씹기(?) 시작했다.
최근 집사 주현 씨는 창문 틈에 자리를 잡고 창밖을 바라보고 있는 고양이 '베르'를 발견했다.
몸이 끼이는 것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살짝 열려 있는 창문 틈에 자리를 잡은 베르. 홀로 창밖을 내다보는 모습이 꽤나 고독해 보인다.
자리에 앉아서 봐도 될 텐데 시원한 밤바람을 쐬면서 분위기 있게 야경을 즐기고 싶었던 베르는 까치발로 서서 다소 힘겨워 보이는 자세로 밖을 내다봤다.
베르는 스스로를 진지하고 고독한 냥이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그걸 지켜보는 집사의 입장에서는 마냥 귀엽고 사랑스러운데.
당장이라도 "집사야. 냥생이란 뭘까?"라고 말할 것 같은 베르의 '엄근진(엄격하고 근엄하고 진지한의 줄임말)'한 모습에 집사는 튀어나오려는 웃음을 간신히 참아내야 했다.
주현 씨는 "베르는 창밖을 보는 것을 굉장히 좋아하는데 캣타워에서 보다가도 바람을 쐬고 싶을 땐 저렇게 창문 틈에 서서 봐요"라며 "옆에 서 있으면 바람이 불 때마다 콧구멍을 벌렁거리는 베르의 귀여운 모습을 볼 수 있어요"라고 설명했다.
*TMI! 창문은 아래는 막혀 있고, 고양이들이 열 수 없는 형태로 되어 있다. |
이어 "크지만 소중한 몸에 비해 창 틈이 좁다 보니 가끔 뒤뚱거릴 때도 있어요"라며 "그래도 매 순간, 매 행동이 매력적인 아이랍니다"라고 덧붙였다.
올해로 2살이 된 베르는 동갑내기 남매 냥이 '치즈'와 함께 구조된 스트리트 출신 냥이다.
"역시 여름에 시원하고, 겨울에 따뜻한 집이 최고다옹!" |
베르와 치즈는 주현 씨가 돌봐주던 엄마 길냥이 '킨더'가 낳은 아이들로, 1년 전까지만 해도 밖에서 생활했다.
직접 만들어 준 길냥이 급식소와 겨울 집에서 쉬다가 주현 씨가 부르면 1초 만에 튀어나오던 냥이들을 보며 주현 씨는 마냥 행복하고 설렜다고.
처음에만 해도 두 냥이를 집으로 들일 생각은 없었는데, 이렇게 된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단다.
"집사에게 항상 고맙다옹~" |
6차선 도로를 건너던 킨더가 불의의 사고로 주현 씨가 보는 앞에서 별이 되고, 주현 씨는 베르와 치즈를 돌보는데 더 각별히 신경을 썼다.
하지만 그 뒤로 치즈가 5층 창문 난간에 갇혀 목숨이 위험할 뻔한 일, 베르가 7층 옥상에 갇힌 일 등 아찔한 상황들이 벌어졌고, 이대로 두면 안 되겠다 싶었던 주현 씨는 베르와 치즈를 가족으로 들였다.
아기 때부터 다른 형제들과 달리 소심했던 베르는 길냥이 시절 주현 씨를 너무 좋아해서 밥을 챙겨주고 가려고 하면 빽빽 울면서 따라왔다고 한다.
재미있는 행동으로 집사를 웃겨주는 웃음 버튼 '베르' |
여전히 베르는 주현 씨를 너무 좋아해 외출 후 집에 들어올 시간이 되면 앞에서 내내 기다리는 마중 냥이의 모습을 보이지만 아직까지 몸에 손을 대지는 못하게 한단다.
"길냥이 때 사람 손을 타면 위험에 노출되는 일이 많아질 것 같아 만지지 않았더니 손길에 익숙하지 않아 아직까지 손을 안 타요. 그래도 저를 많이 좋아해 주는 냥이랍니다"라고 말하며 주현 씨는 웃어 보였다.
집사의 자랑 '얼굴 천재' 냥이 치즈는 빨리 손길에 적응하여 손도 타고 만지는 것도 자유롭게 할 수 있지만 안거나 발톱을 깎는 데에는 조금 어려움을 느끼고 있단다.
어떤 각도에서 찍어도 굴욕 없는 얼굴 천재 '치즈' |
어릴 때부터 식탐이 많아 주현 씨만 보면 제일 큰 목소리로 울면서 반겼던 치즈는 식탐대마왕으로 성장해 집사가 외출하고 돌아오면 쫓아다니면서 목청껏 운다고 한다.
비록 흔히들 말하는 '개냥이'는 아니지만 둘다 생활에는 금방 적응해 다른 집냥이들 못지않게 완벽한 집냥이 라이프를 즐기고 있다.
"우리들의 일상이 궁금하다면 언제든 '@kinkkabaechi'로 놀러오라냥!" |
냥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냐는 질문에 주현 씨는 "내 크고 소중한 베르, 치즈야. 순화가 천천히 돼도 좋고, 매일 화장실에서 거울 보면서 큰소리로 울어도 좋고, 밥 달라고 길막하면서 울어도 좋으니까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오래오래 함께 살자. 사랑해"라고 애틋한 마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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