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생태계에서 하늘엔 황조롱이, 땅에서는 길고양이가 포식자 역할을 하고 있다. |
[노트펫] 서울의 면적은 605㎢에 불과하다. 하지만 인구는 대단한 규모다. 1천만 명에 이르는 서울의 인구 규모는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나라들과 어깨를 견줄만한 수준이다.
유럽의 그리스, 포르투갈, 스웨덴, 헝가리나 중동의 요르단, 아랍에미리트, 아제르바이잔 등과 비슷하다. 좁은 땅에서 많은 사람이 살다보니 서울의 인구밀도는 대단히 높다. 1㎢ 당 대략 16,520여명 정도다.
서울을 포함한 대도시는 나무 대신 빌딩이 곳곳에서 숲을 이룬다. 심야 시간이나 새벽 시간이 아니면 차도에는 늘 차량이, 인도에는 시민들로 가득하다. 그래서 콘크리트와 아스팔트가 뒤덮은 대도시에는 생태계가 존재하지 않다고 생각하기 십상이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이는 상당한 오해다. 도시에도 사냥꾼이 있고, 먹잇감이 존재한다. 포식자는 먹이 활동으로 도시의 생태계의 균형을 맞추기도 한다.
사람과 도시의 야생동물은 대도시라는 같은 공간에서 생활한다. 하지만 서로 겹치지 않는 생활권을 사용한다. 같은 공간을 서로 완벽하게 분리하여 사용하고 있는 셈이다.
도시인들은 잘 모르고 있지만 수도권 하늘의 제왕은 황조롱이(kestrel)다. 매목 매과에 속하는 황조롱이는 창공에서 날갯짓을 하며 수시로 주변 상황을 살핀다. 그리고 기회가 포착되면 급전직하(急轉直下)하며 비둘기, 참새 등을 낚아챈다.
필자는 작년 여름까지 초고층 아파트에서 살았다. 날씨가 좋은 날은 10여 km 밖까지 보였다. 시야가 탁 트여서 주변을 관찰하기에 최적이었다. 하지만 그 좋은 아파트는 필자에게 화중지병(畵中之餠), 그림속의 떡이었다. 자가(自家)가 아닌 전세(專貰)였기 때문이다. 그런 아파트를 자가로 하기에는 아직 재력이 적잖게 부족한 것이 가슴 아픈 현실이다.
초고층 아파트에 살 때 황조롱이의 사냥 장면을 몇 번 본 적이 있다. 날랜 화살처럼 수직으로 내리꽂는 황조롱이의 움직임을 보면서 맹금(猛禽)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었다. 사냥에 성공한 황조롱이는 필자의 아파트에서 육안으로도 보이는 옆 동의 비상용 헬기 착륙장에서 비둘기로 보이는 먹잇감의 깃털을 자신의 날카로운 부리로 뽑곤 했다.
도시에서 ‘닭둘기’로 통칭되는 비둘기는 개체 수 조절이 필요한 조류다. 맹금의 먹이 활동을 통해 그런 활동이 이루어지는 게 이상적인 것 같다. 2011년 경기도에서 촬영 |
하늘에 황조롱이가 활약한다면 지상에서는 길고양이가 그런 역할을 한다. 그 아파트에 살 때 화단에서 길고양이가 쥐를 물고 다니는 장면을 몇 번 본 적이 있다.
길고양이는 자신의 배타적인 지배 영역에서 설치류를 잡고 배를 채운다. 간혹 길고양이들끼리 시끄럽게 싸우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특정 길고양이가 지배하는 영역에 다른 길고양이가 침입했기 때문이다. 영역은 먹이는 물론 번식을 하기 위해서도 필요한 공간이다. 결코 양보할 수 없는 땅이다.
황조롱이와 길고양이는 시민들은 눈치 채지 못하게 하면서도 수도권 대도시의 생태계를 지배하고 있다. 이들 포식자의 역할은 대단히 중요하다. 지상과 공중에서 자신과 새끼의 배를 채우기 위해 사냥하며 먹잇감의 과잉 번식을 예방하기 때문이다.
비둘기와 쥐가 들끓는 대도시, 상상만 해도 무섭고 끔찍한 일이 아닌가. 하지만 도시 생태계의 지배자 덕분에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 같다.
이강원 동물 칼럼니스트(powerranger7@hanmail.net)
회원 댓글 0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