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대상 설문조사 결과
동물학대 판단 곤란 > 증거 수집 어려움 > 신고 내용 부실
[노트펫] 동물학대 사건에 대한 경찰 수사 결과에 대해 만족스럽지 못하다고 느끼는 이들이 상당하다. 실제 동물학대 사건을 담당하는 경찰들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지난 1일 정의당 이은주 국회의원과 동물자유연대가 공동 주최한 '동물학대 대응체계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토론회에 따르면 경찰의 72.4%가 동물학대 사건 수사에 대해 어렵다고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토론회를 위해 지난 5월11일부터 5월20일까지 경찰관 3235명을 대상으로 이메일 설문조사한 결과에서다.
얼마나 어렵게 느껴졌습니까라는 질문에 332명이 답했는데 37.7%인 125명이 '매우 어려웠다'고 답했고, 116명(34.9%)은 '약간 어려운 편이었다'고 응답했다. '다른 사건과 비슷했다'가 24.1%(80명), '매우 쉬웠다'라는 답변은 0.9%인 3명에 그쳤다.
571명이 참여한 어렵다고 느껴지는 이유에 대해선 동물학대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는 답변이 30.6%로 가장 많았고, 증거 수집 곤란이 22.1%로 뒤를 이었다. 신고나 고소, 고발 내용의 부실과 동물보호법 부실, 동물의 생태나 습성의 생소함을 꼽는 이들도 있었다.
동물을 죽이거나 동물에게 상해를 입힌 사건을 주로 맡았는데 특히 상해 정도를 두고 판단의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물을 강하게 때리는 행위'에 대해서는 경찰의 89.6%가 동물학대로 판단했다. 그러나 외상을 동반하지 않고 동물을 가볍게 때리는 행위에 대해서는 44.5%만이 학대라고 봤다.
34.3%는 판단하기 어렵다고 했고, 학대가 아닌 것같다는 대답도 15.3%로 나타났다. 강하게 때리는 행위도 피상적인 개념으로 실제 외상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판단이 모호했다.
이에 경찰의 72.6%가 사건을 처리하는 데 있어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느꼈다고 응답했다. 하지만 조력이 필요한 내용과 관련하여 전문가 또는 전문기관 풀(pool)이 확보됐는지 묻는 질문에 91.3%가 아니오라고 답했다.
실제 현장 출동 시에 경찰의 53.6%가 관할 지자체 동물보호담당부서에 협조를 요청해봤으나 58.7%는 협조가 원활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동물학대 사건 착수는 시민과 시민단체의 제보가 절대적이었다. 해당 사건을 어떤 경로로 접수하게 됐냐는 물음에 73.5%가 시민과 시민단체의 신고 제보라고 답했고, 순찰 등을 통한 자체 인지와 지자체 및 공공기관의 신고에 의한 접수가 각각 9.3%, 6.2%로 나타났다. 언론과 방송 보도를 통한 접수는 1.8%로 언론에 알려졌을 당시에는 신고나 인지가 이뤄진 상태였음을 시사했다.
설문조사를 진행한 이혜원 잘키움동물복지행동연구소장은 "학대접수 이후의 체계적이고 세부적인 매뉴얼의 부재로 동물보호감시원 뿐만 아니라 경찰에게도 업무 처리에 어려움이 있다"며 학대 전담 지자체 부서 및 동물보호감시원과 경찰의 협력체계가 수월하게 이뤄질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토론에 참석한 김순영 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과 경감은 "경찰은 법률상 벌칙조항을 근거로 동물학대 등 범죄수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경찰의 독자적인 업무수행에 한계가 있다"며 "지자체장의 구조, 보호, 출입, 검사 등 적절한 행정권한의 발동과 함께 수사가 진행될 때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동물소유자 뿐만 아니라 사회 일반의 동물보호에 관한 인식개선을 위한 방안 마련이 필요하며, 동물대상범죄에 대한 독자적인 양형기준 신설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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