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펫] 개와 고양이는 사람과 같은 집에 산다. 그래서 비슷한 성향을 가진 가족 정도로 여기기 쉽다. 하지만 둘의 세계는 비슷하지 않고 하늘과 땅의 차이인 천양지차(天壤之差)에 가깝다. 이들에게 교집합은 주인과 주인이 사는 집일뿐이다.
개와 고양이는 세상의 움직임을 파악하는 주요 창구부터 다르다. 고양이는 소리로, 개는 냄새로 바깥의 변화를 감지한다. 그렇다고 두 동물이 다른 감각기관의 사용을 경시하는 것은 아니다. 고양이의 청각과 개의 후각은 특장의 장점을 가진 레이더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고양이는 인간의 귀로는 거의 들리지 않는 작은 바스락거리는 소리에도 민감하다. 이러한 고양이의 반응은 설치류, 작은 새 같은 소형 동물 사냥에 특화된 포식자이기 때문이다. 고양이의 먼 친척인 서발(serval)이나 카라칼(caracal)도 그렇다. 이들의 배를 채우는 일도 예민한 귀가 시작한다.
비단 고양잇과동물만 그런 것은 아니다. 부엉이나 올빼미 같은 밤의 제왕들도 그렇기 때문이다. 설치류가 이들 천적(natural enemy) 앞에서 숨 쉬는 소리도 내지 않으려하는 것은 목숨을 이어가고 싶은 본능의 발현이다. “쥐 죽은 듯 조용하다.”라는 옛말은 빈 말이 아니다.
귀를 세우며 세상을 여는 고양이와 달리 개는 킁킁거리며 세상의 움직임을 파악한다.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일은 배를 채우는 것이다. 후각은 멀리서 풍기는 냄새를 맡기에 최적의 기관이다.
그런데 개는 먹잇감을 찾는 일에만 후각의 사용을 제한하지 않는다. 영역에 들어온 낯선 침입자의 정체를 파악하고, 저 멀리 있는 이성 친구의 존재도 알아차린다. 개에게 후각은 사냥은 물론 영역 보호와 번식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감각기관이다.
산책을 나간 개는 가만히 있지 않는다. 가장 먼저 하는 행동이 나무나 전봇대에 남겨진 다른 개들의 소변 냄새를 맡는 일이다. 또한 사람의 눈에는 지저분한 행동이지만 길에 떨어진 다른 개의 분변도 확인하려 한다.
하지만 이는 사람의 눈에 유쾌하지 않다. 하지만 개는 그런 것에 신경 쓰지 않는다. 지난 수백만 년 동안 이어진 본능의 발현을 어찌 사람이 막을 수 있겠는가. 너무 지나치지 않은 경우라면, 개의 행동에 잠시 눈감아 주는 여유도 바람직하다.
개와 고양이의 주된 감각기관에 대한 이해가 되었다면, 행동 방식의 차이도 이해 가능하다. 개의 감각기관은 멀리 떨어진 상대를 탐지하는데 요긴하다. 늑대나 리카온(lycaon) 같이 개의 친척들은 후각을 이용하여 수 km 밖에 있는 사냥감을 찾기 위해 움직인다. 그 정도 거리를 이동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지구력이 필요하다.
사냥감을 발견했다고 해서 사냥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다시 수 km 정도의 추격전이 이어지기도 한다. 먹잇감의 체력이 완전히 고갈되어 더 이상 뛰기 어려울 정도로 개과동물들은 밀어붙인다.
죽을힘을 다해 먹잇감을 찾고 사냥하는 게 개의 본능 속에 숨어있다. 그러니 혈기왕성한 젊은 나이의 개가 자신의 주인이 지칠 정도로 놀아달라고 요구하는 일은 결코 이상한 일이 아니다. 주인은 힘들겠지만, 이는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일부 고양이들은 주인을 와락 습격하기도 한다. 주인의 혼이 완전히 가출할 정도로 놀라기 쉽다. 혼비백산(魂飛魄散)이라는 말이 떠오를 정도다. 하지만 고양이의 이런 행동도 본능에 따른 결과일 뿐이다. 갑자기 기습하는 것은 야생의 고양이가 가장 좋아하는 공격 방식이다.
고양이는 개처럼 지구력을 요구하는 사냥에는 재능이 없다. 청각으로 파악한 먹잇감이 무방비 상태일 때 공격하는 것을 기본적인 공격 방법으로 삼는다. 그러니 고양이가 그렇게 놀라게 해도 참아야 한다. 그게 고양이의 삶이기 때문이다.
이강원 동물 칼럼니스트(powerranger7@hanmail.net)
< 알림 >
지난 3년 동안 연재되었던 ‘고양이와 그 친척들’을 마칩니다. 그동안 많은 성원을 보내주셨던 독자 여러분들에게 깊은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다음 주부터 어린 시절 키웠던 고양이와 강아지 이야기인 ‘나비와 빠루’를 연재할 예정입니다. 레토르 감성이 물씬 풍기는 글과 사진을 통해 즐거운 추억 쌓기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앞으로도 많은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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