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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 한 마리' 얹고 근무하는 영국 근위병

공식명칭 베어스킨(bearskin), 높이 약 46센티미터(18인치), 무게 0.68킬로그램(1.5파운드)

 

영국의 버킹엄궁을 지키는 근위병들이 쓰는 모자가 화제의 대상이 됐다. 이미 10년도 전에 불거진 대체 논란이 다시금 고개를 들면서다.

 

지난 19일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영국 정부가 지난해 캐나다산 흑곰 모피를 사용한 근위병 털모자 127개를 주문한 것을 두고 동물애호단체의 비난이 쇄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털모자를 둘러싼 논란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지난 1997년 영국의 국방부 장관은 동물윤리를 들어 이 털모자가 사라지기를 바란다고 언급했다.

 

동물애호단체들이 그 이전부터 꾸준히 흑곰이 쓸데 없이 죽어가고 있다면서 털모자 폐기를 요구해 왔기 때문이었다.

 

털모자는 원래 영국 근위병들의 전유물은 아니다. 각국 전투복의 경연장과도 같았던 17세기 유럽의 전장에서 상대방의 기를 죽이기 위해 보병들이 썼던 것이 그 유래다. 질서정연하게 행군하다 근접거리에서 돌격전을 펼치는 것이 전술의 전부였던 전장에서 군대의 모습만을 보고도 겁을 주기 위해 높이가 있는 털모자가 선호됐던 것.

 

벨기에, 프랑스, 스웨덴, 러시아 등 털모자를 착용했던 국가는 꽤나 많았다. 하지만 19세기 들어 곰털값이 부담이 되고, 또 유지가 어렵다는 이유로 대부분의 털모자를 퇴출됐다.

 

영국 근위병들이 털모자를 쓰기 시작한 것은 1815년 워털루 전투에서 곰털 모자를 쓴 나폴레옹 군대를 격퇴한 것을 기념하면서다. 다른 나라가 털모자를 폐기하면서 어느새 털모자는 영국 근위병의 상징으로 자리했다.

 

영국 정부는 한해 100개 안팎의 털모자를 주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문제는 털모자 1개를 만드는데 캐나다산 흑곰 한 마리가 필요하다는 것.

 

시대가 바뀌어 이제 털모자의 역할은 실전용에서 의장용에 그치고 있다. 동물애호가들 입장에서도 그런데도 굳이 살아 있는 흑곰을 잡아 만든모피를 써야 하는지 의문이 생길 수 밖에 없었다.  캐나다산 흑곰으로 털모자를 만드는 측에서는 흑곰들의 개체수 관리가 필요하므로 학대가 아니라고 해명하고 있다.   

 

영국 정부는 이미 비버나 표범 가죽으로 만들어 왔던 털모자를 폐기했고, 대체소재를 채택한 상태다. 영국 정부는 그간 비비안 웨스트우드 등 유명 디자이너들을 불러 흑곰모피 대신 인조품을 쓰는 방안을 연구했다고 하지만 동물애호단체들은 의지가 없는 것이라고 비난의 강도를 낮추지 않고 있다.

 

비행기는 물론이고 각종 정밀 무기 제조 능력을 갖춘 영국군이 어떻게 곰가죽 하나 대체하지 못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는 것이다. 결국 대영제국 시절의 영광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는 영국 보수층의 마음이 바뀌지 않는 이상 곰털 모자 논란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김세형 기자 eurio@inb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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