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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보호소에서 9년을 보낸 강아지의 견생역전

"쪼꼬는 공이 정말 좋아요"

 

[노트펫] 1살이 되기 전 두 번 버려지고 동물보호소에서 10년 가까운 시간을 보낸 뒤 평생 가족을 만나 제대로 견생역전한 강아지가 있다.

 

10살 배기 갈색 푸들 쪼꼬. 주인의 등 위에 올라타 장난을 치고, 소파와 침대 등등 집안 물품은 쪼꼬 것이 된 지 오래다. 따뜻한 햇볕이 내리쬐는 창가에서 바깥 구경하는 것을 즐기고, 주인 품에 안기길 좋아하는 살가운 녀석이다.

 

캠핑이나 계곡 물놀이 등등 여행을 가든, 바깥에 나가든 항상 주인과 함께 한다. 쪼꼬에게 아낌이 없고 주인 부부 덕분에 남부러울 것없는 견생을 즐기는 반려견이다. 

 

쪼꼬의 일상. 아리 씨는 쪼꼬를 위해 인스타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인스타그램 '나는 쪼꼬야'(@chocochok_dog)
쪼꼬의 일상. 아리 씨는 쪼꼬를 위해 인스타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인스타그램 '나는 쪼꼬야'(@chocochok_dog)

 

그런데 쪼꼬는 어렸을 때부터 함께 한 반려견이 아니었다. 쪼꼬는 지난해 10월 아리 씨네 가족의 반려견이 됐다. 그 전까지 동물자유연대가 경기도 남양주에서 운영하는 동물보호소 온센터에서 지냈다. 그 시간이 무려 9년이었다. 

 

쪼꼬는 1살이 되기 이전 두 번의 파양을 당했다. 첫째 집에서는 그저 못키우겠다는 이유로 버려졌고, 아이들 성화에 못이겨 쪼꼬를 들인 두번째 집에서는 예뻐하긴 했으나 쪼꼬 앞다리가 부러지자 수술비 때문에 포기했다.

 

동물자유연대에 구조된 뒤 다리 수술을 받고, 다시금 밝고 활발한 푸들로 돌아왔을 때 새 가족을 만나기까지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생각하는 이들은 없었다.

 

입양 문의는 꾸준했다. 입양 행사에 멋진 모습으로 나갔지만 사람들은 쪼꼬를 만나보고는 번번히 고개를 돌렸다. 친해지면 한없이 가깝지만 낯선 이에겐 경계를 보이는 성격 탓이었다. 입양 희망자들을 물고 짖고 공격하기도 했다. 그렇게 한 해 두 해가 가고, 무려 9년이라는 시간이 흘러버렸다.

 

인스타그램 '나는 쪼꼬야'(@chocochok_dog)
인스타그램 '나는 쪼꼬야'(@chocochok_dog)

 

"작년 7월 홈페이지에 걸려 있는 쪼꼬 사진과 눈이 마주치는 순간, 뭐랄까 번쩍하고 눈이 맞은 기분이었어요." 아리 씨의 말이다.

 

 

쪼꼬와 만나기 전 아리 씨는 뚜렷한 견관(?)을 갖고 있었다고 자부했다. 아리 씨네 첫 개는 2013년부터 본가에서 키우고 있는 아주 잘생기고 점잖은 진도 믹스 곰돌이다. 쪼꼬보다 한 살 아래다.

 

아리 씨는 곰돌이 때문에 진도 믹스나 진도 믹스 비슷하게 귀가 쫑긋하고 주둥이가 길게 생긴 발바리 종류가 가장 예쁘다고 생각해왔더란다. 귀가 접히고 털이 곱슬한 개들은 관심 밖이었다. 그런데 쪼꼬와 눈이 마주쳤을 땐 그런 견관은 눈녹듯 사라졌다. 머릿 속이 백지가 되고 온통 쪼꼬가 그 자리를 채워 버렸다. 

운명의 그 사진.
운명의 그 사진.

 

이 때만큼 어떤 개가 집에 와야 한다고 강하게 느낀 적은 없었지만 바로 데리고 오진 못했다. 남편은 미적지근했다. 본가에서 오랜 기간 함께 했던 강아지 둘을 떠나보낸 기억이 선명한데 또다시 떠나보낼 자신이 없다고 했다. 게다가 쪼꼬는 견생 후반기에 접어들고 있었다. 

 

아리 씨 엄마 역시 데려와서 더 적응을 못하는 것 아니냐며 반대했다. 그렇게 두 달 넘게 애태우다 9월 초 남편을 쪼꼬에게 데려가는데 성공했다. 쪼꼬는 이날 입양문의가 있을 때마다 입양 상담자를 거부했던 과거의 모습과는 달랐다. 부부는 그렇게 쪼꼬의 면접을 통과했고, 부부에게 공이 넘어왔다. 

 

남편은 며칠을 고민 끝에 입양 불가를 선언했다. 같은 이유였다. 아무리 아쉬워도 포기해야 했다. 그런데 그 뒤 밤마다 쪼꼬가 아리 씨 꿈에 나와 빤히 쳐다봤단다. 그 정도로 아리 씨의 쪼꼬앓이는 깊었다.

 

꿈에 이런 모습으로 나왔더랜다.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이렇게 쳐다보기만.
꿈에 이런 모습으로 나왔더랜다.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이렇게 쳐다보기만.
 

아리 씨의 거듭되는 읍소에 남편도 마지못해 입양에 동의했다. 그렇게 쪼꼬는 사진을 본 지 3개월 만에 아리 씨네의 반려견이 됐다.

 

쪼꼬는 집에 온 지 2주 만에 배를 뒤집고 뒹굴뒹굴하며 잘 웃는 개가 됐다. 세 달 쯤 되니 많이 편해졌는지 자기주장이 강해졌다. 산책할 때도 원하는 방향과 코스가 뚜렷하게 있다. 

 

 

그렇게 반 년이 지나니 어떻게든 사람 품에 안기려 안간힘을 쓰고 내려가지 않았다던 애정결핍도 거의 사라졌다. 안아 달라, 만져 달라 하기는 하지만 여유롭고 장난스럽게 느껴질 정도가 됐다. 진정 평생을 함께할 가족을 찾은 강아지의 모습이었다. 

 

아리 씨는 "다소 파란만장했지만 쪼꼬는 그렇게 우리에게 왔고, 쪼꼬의 세상과 우리의 세상이 둘 다 행복하게 바뀌었다"며 "쪼꼬는 편안하게 배 뒤집고 누워 코골며 잘 수 있는 집과 언제든 어리광부릴 수 있는 가족을 얻었고, 우리는 세상에서 제일 사랑스러운 1등 강아지를 얻었다"고 흐뭇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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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개가 지금 몇 살인지보다, 앞으로 몇 년을 더 살지보다 우리가 함께해서 얼마나 더 행복하고 즐거워질지를 먼저 생각하면 좋겠다"며 "쪼꼬를 통해서 더 많은 분들이 유기동물 특히 노견 노묘, 성견 성묘 입양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김세형 기자 eurio@inb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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