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나 동물이나 먹어야 산다. 먹거리의 중요성도 갈수록 강조되고 있다. 오래 전 잔밥을 먹던 개들도 이제는 사료를 먹는다. 개들에겐 사료가 주식인 셈이다. 개사료도 단순히 배불림의 차원을 넘어 다양화, 고급화되고 있다. 동물에 대한 인식이 ‘또 하나의 가족’으로 바뀌면서 그들의 건강과 영양을 고려한 탓이다. 사료 공급업체들도 하루가 다르게 늘고 있다. 이러한 추세는 반려동물 먹거리를 놓고 펼쳐지는 시장쟁탈전의 또 다른 단면이기도 하다. 누군가는 이를 ‘개밥전쟁’이라고 부른다.
그렇다면 국내 반려동물 사료시장 규모는 어느 정도일까. 올바른 통계가 없기 때문에 정확한 근거를 제시하기가 어렵다. 그저 가늠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전체 시장규모는 발표하는 기관마다 천차만별이다. 최소 2,500억 원에서 5,000억 원 사이로 추정된다. 다만 반려동물 사료 수입 규모는 2000년 1,400만 달러에서 지난해 1억 달러 수준으로 늘어난 만큼, 성장 곡선이 가파르다는 사실은 틀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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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반려동물 사료시장은 오랫동안 외국계 회사들의 브랜드들이 주도해 오고 있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반려동물 사료의 70% 이상이 외국산 사료라는 게 업계의 정설이다. 국내기업들이 몇 년 전부터 사료시장에 진출해 시장을 공략하고 있지만, 점유율의 변화는 여전히 제한적이라는 평이다.
그러나 물밑 경쟁구도는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외국계 기업의 아성에 ‘신토불이’를 내세운 국내기업이 도전하는 양상이다. 여기에 정부 산하기관도 나섰다. 농촌진흥청이 국산화와 수입산 대체 효과를 목적으로 사료시장에 뛰어든 때문에 앞으로 시장변화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농진청은 최근 외국산 사료를 대신할 고기능성 사료를 개발해 특허를 받았다. 농진청은 “우리나라 반려동물 사료시장의 70% 이상을 수입 브랜드가 차지하는 현실에서 이번에 개발된 기능성 사료가 국내산 사료의 경쟁력 확보에 도움을 줄 것”이라며 “특허 받은 기술을 국내 사료업체에 이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앞서 KGC인삼공사도 홍삼이 함유된 반려동물용 프리미엄 사료를 개발해 시판에 들어갔다.
국내 반려동물 사료시장엔 많은 업체들이 성장성이란 기대치를 갖고 참여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 탓에 업체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물론 당장의 효과보다는 시간을 두고 변화의 움직임이 나타날 것이다. 하지만 선발업체와 후발업체 간의 명운을 건 치열할 공방전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소비자 입장에선 독과점보다 경쟁구도를 반길 일이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의 입장에선 사료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는 측면에서 고무적이다. 경쟁은 가격정책의 변화를 낳기 때문에 비용적인 혜택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올 상반기 경기연구원이 조사한 결과 반려동물 관련 지출비용 가운데 가장 많이 지출하는 품목은 ‘사료 및 식품’으로 전체의 65%를 차지했다. 반려동물을 ‘가족의 일원’으로 여기는 시대에, 그들의 양육에 들어가는 상당 비용이 먹거리부분이라면 ‘개밥전쟁’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도 눈여겨봐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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