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컨텐츠 바로가기
뉴스 > 종합

강원도 도계의 호랑이 이야기

동물을 좋아하는 특성상 저녁 밥상의 단골 메뉴는 동물 이야기다. 우리 집은 3대(代) 6명의 식구가 사는 대가족이다. 특히 필자의 부친(아이들 할아버지)이 손자들에게 해주는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의 동물 이야기는 듣는 사람들의 몰입도를 높이는 단골 메뉴이기도 하다.

 

그러면 할아버지가 손자들에게 해주는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이야기로는 무엇이 있을까? 물론 할아버지가 아이들에게 해주는 이야기 대부분은 필자가 초등학교 재학 시절 할아버지(아이들에게는 증조할아버지)에게 들었던 이야기들과 같은 이야기들이다. 그런데 그 이야기들 중에는 진짜 호랑이 이야기도 있다.

 

 

지금으로부터 약 80년 전 아이들 할아버지는 강원도 산골마을에서 태어 나셨다. 그곳은 지형이 험준하기로 소문난 강원도 삼척이었다. 보다 정확하게 말하면 삼척에서도 읍내 쪽이 아닌 도계라는 탄광촌 근처 산골마을이었다.

 

약 10여 년 전 필자는 회사일로 우연히 강원도 삼척 도계로 출장간 적이 있었다. 물론 지금도 이곳은 험준한 산악지형으로 나무 사이로 표범이나 호랑이 같은 맹수가 튀어 나올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그런데 과거 그 마을에는 집집마다 개를 키웠다고 하는데, 그 용도는 밤에 도둑을 예방하는 역할도 했지만, 야생동물의 움직임이 포착되면 맹렬히 짖어 주인들에게 알려주는 일종의 경보장치 같은 역할도 하였다고 한다.

 

이런 개들 덕분에 깜깜한 밤이 되면 민가로 내려와 가축들에게 해를 끼칠 수 있는 너구리, 여우, 삯 같은 작은 포식동물들의 먹이 활동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산신(山神)이라고 불렸던 호랑이 앞에서 개의 용맹함과 유용성은 무용지물이었다. 개는 개였을 뿐이다.

 

야생에서 먹이사슬의 정점에 있는 호랑이는 자신의 존재를 숨기는 표범과는 달리 과감하게 노출하고 과시하려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호랑이는 일주일에 한두 번씩은 깊은 산 속에서 '어흥'하고 포효했다.

 

이런 소리가 들리면 개들은 무서워서 꼬리를 가랑이 사이로 넣고 아무 소리도 내지 못하고 겁에 질려 개집으로 들어가 고개를 숙였다. 호랑이를 무서워하기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호랑이 울음소리가 들리면 대문과 방문을 다시 한 번 꼭꼭 잠그고, 호환(虎患)이 없도록 하였다.

 

호랑이가 밤에 포효하면 다음날 아침 개가 없어지는 집이 있었는데, 그 현장에는 낯설고 덩치 큰 짐승의 발자국이 희미하게 보이곤 했다. 산골 사람들은 그런 일이 있으면 '우리집 개를 호랑이가 물고 갔구나'하고 체념하였다.

 

쉽게 인정하기는 어렵지만 견해에 따라 당시 산골마을 사람들은 호환을 피하기 위해 개를 호랑이에게 바치는 일종의 공물(供物)로 활용한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이런 호랑이 이야기는 이제는 호랑이가 담배를 피우던 옛날 일이다. 하지만 80~100여 년 전 만해도 호랑이가 강원도 깊은 산골에는 있었고, 사람들은 호환을 입을까 노심초사했다는 점은 알 수 있다.

 

아이들은 호랑이 이야기를 들으면 "할아버지, 지금도 호랑이가 우리나라에 있어요?"하고 물어본다. 아이들의 마음속에는 아직도 우리 산하에 호랑이, 표범 같은 동물들이 살아 숨쉬기를 바라는 것 같다.

 
목록

회원 댓글 0건

  • 비글
  • 불테리어
  • 오렌지냥이
  • 프렌치불독
코멘트 작성
댓글 작성은 로그인 후 작성이 가능합니다.
욕설 및 악플은 사전동의 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

스티커댓글

[0/30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