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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서 온 너구리, 한국의 산하를 주름잡다

너구리, 우리 주변에 익숙한 야생동물 중 하나다. '너구리가 도심 속 하천인 양재천에 출몰하여 시민들을 놀라게 한다'는 것은 이제 식상한 뉴스 꺼리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이제 너구리는 양재천 깜짝쇼 대신 강남 아파트 단지나 한강고수부지에 출몰하여 쓰레기통을 뒤지며 먹을 것을 찾기도 한다.

 

늑대, 여우 같은 다른 친척 개과동물들과는 달리 같은 개과동물인 너구리는 국내에서 어떻게 멸종되지 않으면서 계속 번성하고 있을까? 너구리들은 멸종은 커녕 오히려 개체 수를 크게 늘리면서 자신들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너구리 이야기에 앞서 간단한 생물학 공부부터 해본다. 너구리는 식육목-개과-너구리속-너구리종에 속하는 동물이다. 너구리의 외모는 작은 곰 같이 보이지만 곰과동물은 아니다. 오히려 외모에서 다소 차이가 있는 개과동물에 속한다.

 

그런 이유로 너구리는 개나 늑대처럼 광견병에 걸리기도 한다. 수의사들이 야생 너구리를 손으로 만지지 말라고 하는 것도 광견병 예방을 위한 것이다.

 

너구리는 의외로 잘 짖는다. 많은 사람들은 너구리가 짖지 않는 동물이라고 생각하지만 이는 전적으로 잘못 알고 하는 말이다. 다만 너구리는 개처럼 크게 짖지는 않는다.

 

그렇게 하면 천적에게 자기 위치와 존재를 알려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작은 소리로 짖고 그것도 주로 밤에 짖는다. 그래서 사람들은 너구리가 짖지 않는다고 잘못 알고 있다.

 

원래 한반도에 야생 너구리들이 많았을까? 그건 아니다. 과거 조선시대 당시 너구리는 우리 산하에 많지 않았다. 그러면 우리나라 야생 너구리들의 조상은 누구일까? 현재 우리나라에 서식하고 있는 너구리들 대부분은 1920년대 모피 생산을 위해 러시아에서 데리고 온 너구리들의 후손들이다.

 

당시 민가에서 모피용으로 사육되던 너구리 중 일부는 사람들의 감시를 벗어나 일부 개체들이 산과 들로 도망쳤다. 그 너구리들은 한국적 지형과 기후에 지난 100여년 잘 적응하며 야생동물로 정착하게 되었다. 이후 이주민에 해당되는 너구리들은 원래 원주민에 해당되는 여우, 늑대는 멸종되었지만 자신들은 토착동물이 되어가며 살고 있다.

 

그러면 너구리를 번성하게 만든 것은 무엇일까? 크게 두 가지 이유를 생각하고 싶다.

 

첫째, 먹이에 대한 너구리들의 뛰어난 환경 적응 능력이다. 너구리는 자기가 직접 사냥한 먹이를 먹는 여우와 달리, 그런 것에 대한 선호가 없다.

 

너구리들은 가리지 않고 먹을 수 있는 것들은 어지간하면 잘 먹는다. 또한 1960년대 이후 진행된 녹화사업 결과, 산에 나무가 울창하여 많은 열매들이 생산되어 너구리들이 먹을 것이 많아진 것도 너구리들에게는 큰 도움이 된 것으로 분석된다. 입맛 까다롭지 않은 너구리에게 한국의 산은 먹을 것이 지천으로 널린 셈이다.

 

둘째, 너구리의 생존을 직접적으로 위협하던 맹수들이 사라진 점이다. 너구리를 잡아 먹던 호랑이, 표범, 늑대 같은 맹수는 이제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야생에서 너구리의 목숨을 노릴만한 사냥꾼은 사실상 사람 이외에는 없는 셈이다.

 

따지고 보면 우리 생태계에서는 손님이나 마찬가지였던 너구리가 이제는 당당하게 한 자리를 차지하고 우리의 이웃이 되고 있다. 모피용으로 수입되었던 너구리의 한국 번성기가 놀랍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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