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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하늘에 걸린 태초의 숨결 앙헬 폭포

베네수엘라에 도착한 첫 날, 새벽 1시가 넘었습니다. 늦은 시간에도 마중 나와준 알레한드로를 따라 호텔로 이동합니다. 그는 앙헬 폭포로 가는 비행기가 아침 6시 30분 출발하기 때문에 새벽 4시 30분에 호텔을 떠나야 한다고 이야기 합니다. 그나마 예약한 호텔은 차로 5분 거리여서 2시간의 잠을 잘 수 있다고 위로합니다.

 

그런데 호텔에 도착해 바우처를 내보이니 제가 예약한 호텔은 이곳이 아니라고 합니다. 저는 대도시의 호텔을 예약할 경우 호텔 예약 시스템을 이용해 예약하는 일이 가끔 있습니다. 카라카스도 5성급의 호텔인데다 비용도 적당해 서울에서 직접 예약을 했습니다. 그런데 현지 여행사가 아니면 알 수 없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제가 예약한 호텔은 건물이 두 개인데, 하나는 공항 옆에 있고 다른 하나는 시내에 위치해 있다고 합니다.

 

공항 호텔은 건물이 작아 예약하는 날 방이 없다고 다른 건물을 예약하라는 사이트의 안내에 따라 같은 이름의 다른 호텔을 예약했었습니다. 저는 바로 옆 건물이거나 가까운 거리에 있을 줄 알고 예약했는데 차로 45분이나 떨어진 시내에 위치한다고 안내를 합니다. 이제 남은 시간은 3시간, 호텔로 갔다가 공항에 다시 오려면 2시간이 걸리고 수속 후 방에 들어가면 샤워 한 번 할 정도의 시간밖에 남지 않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다 로비에 앉아 뜬 눈으로 밤을 보내기로 했습니다. 중미 여행을 꿈꾸며 제일 우선으로 꼽은 것은 앙헬 폭포였습니다. 그러니 몸의 피곤함도 참아야겠죠, 앙헬 폭포를 대면하러 가는 길에서 이 정도의 고난은 기본 예의 범절에 들어가는 것이라고 애써 위로하며 쇼파에 주저 앉습니다.

 

카라카스를 떠난 비행기는 1시간을 달려 아마존 밀림에 세워진 도시 푸에르토 오다즈로 향합니다. 푸에르토 오다즈는 제트 엔진이 있는 비행기가 운행되는 꾀나 큰 도시입니다. 아마존의 상류는 부채꼴 모양으로 펼쳐져 있기 때문에 흘러나가는 하류는 브라질이지만 상류는 여러 나라에서 기인합니다. 오른편부터 베네수엘라, 콜롬비아, 에콰도르, 페루, 볼리비아, 아르헨티나까지 120˚ 펼쳐진 넓은 지역에서 발원해 모여듭니다.

 

이렇게 넓은 지역에서 아마존이 시작하게 된 계기는 안데스가 융기했기 때문입니다. 아마존은 원래 동쪽에서 서쪽으로 흘렀었습니다. 그런데 중생대 백악기에 안데스가 서서히 융기하면서 서쪽으로 흐르던 강은 산맥에 막혀 더 흐르지 못하고 넓은 저지대에 고이게 됩니다. 그렇게 고인 물은 수위가 높아지며 결국은 동쪽으로 역류하게 됩니다.

 

역류하는 강은 넓은 지역으로 침수되고 현재의 아마존 상류를 이루게 됩니다. 아마존은 안데스에서 시작되는데 나라도 여럿이고 시작되는 지점도 여럿입니다. 안데스는 하나의 산맥으로 뻗어 나가다가 볼리비아에서 두 개(오리엔탈, 옥시덴탈)로 갈라지고 다시 에콰도르를 지나 콜롬비아에 이르면 세 개(오리엔탈, 센트랄, 옥시덴탈)가 됩니다. 따라서 안데스의 세 개로 갈라진 산맥 중 맨 오른쪽에 자리한 꼬르디엘라 옥시덴탈의 여러 봉우리, 능선이 진정한 아마존의 시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꼬르디엘라 옥시덴탈은 콜롬비아, 베네수엘라를 통과하며 오른쪽으로 활처럼 휘면서 멕시코만으로 빠져나가기 때문에 아마존의 상류는 부채꼴 모양의 거대한 늪지를 형성하게 됩니다. 아마존의 풍부한 담 수, 울창한 숲, 세계 산고의 30%를 생산하는 허파로써의 기능 모두 안데스가 준 선물입니다.

 

오다즈 공항에서 수속을 마치고 아마존 밀림과 안데스가 감추어 놓은 새로운 세상으로 날아갑니다. 비행기에서 내려다본 아마존의 물줄기는 거대하고 상쾌합니다. 바다같이 넓은 습지와 미로같이 꿈틀 거리는 강줄기, 끝이 없고 빽빽한 열대우림의 푸른 물결, 이것만으로도 앙헬 폭포를 찾아온 이유가 충분해 보입니다. 그 안에 얼마나 많은 생명과 신비가 숨어 있을까요, 오다즈 공항을 떠난 비행기는 한 시간을 날아 카나미아에 내려 앉습니다.

 

아이들이 다섯 명인 원주민 가족과 함께 비행기를 타고 왔습니다. 비행기 외에는 밖으로 나갈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에 이들은 무조건 비행기를 이용해야 합니다. 비행기 표 값을 벌어야 하는 아버지의 어깨가 무거워 보입니다. 어쩌면 원주민에게는 비행기 표 값이 무료이거나 더욱 저렴하지 않을까요, 당연히 정부의 지원이 필요합니다. 남미에는 원주민 인디오에 대한 배려와 보호가 민주 정부의 의무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차베스는 대통령이 된 후 의회의 2%를 인디오의 몫으로 배정했다고 합니다.

 

그 전까지는 사람으로 보지도 않았던 인디오에 대한 의식이 그 때부터 전환되었다고 합니다. 인디오 가족은 마중 나온 사람의 차에 올라타 다시 어디론가 달려갔습니다. 아마도 아마존 더 깊이 들어가겠죠, 그런데 여기는 브라질 국경이 지척인 아마존의 깊은 심연입니다. 그들에게 국경이 있을까요? 처음 국경을 정할 때 여기까지 와보기나 했을까요? 그저 지도만 보고 내 땅, 너 땅 구분하다 보니 지금의 국경이 되었고 존재도 모르던 앙헬이 베네수엘라에 포함됐을 것입니다.

 

지도에서 본 브라질과 베네수엘라는 국경선이 울퉁불퉁한 굴곡으로 되어 있습니다. 아프리카 신생 독립국들의 국경이 자로 그은 듯 일직선인 것에 비하면 구 대륙은 그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구 대륙은 오래 전부터 산맥과 강을 경계삼아 영역을 나누고 나름의 문화를 갖은 민족들이 거주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 장벽이 두 세력의 경계가 되었고 자연스럽게 국경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아마존에는 그런 장벽이 있을리도 없었을 테고 강도 넓지 않아 쉽게 도강하여 영역을 넓히기 쉬웠을 텐데, 치열한 전쟁 한 번 하지 않고 국경이 이리 복잡하게 그어진게 이상하기만 합니다. 자를 대고 그어도 문제 없을 것 같은 아마존 한 가운데 무슨 일이 있었을까요?

 

브라질은 남미에서 흑인이 가장 많은 나라입니다. 흑인이 가장 많은 이유는 플랜테이션 농업이 정착하며 노동력 부족에 시달리는 농장주들이 아프리카에서 흑인을 노예로 대거 들여왔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반대로 보면 원주민 인디오가 적어 극심한 노동력 부족에 시달렸다는 의미입니다. 당시 남미로 향한 흑인 노예의 40%가 브라질로 향했고 다음으로 많은 흑인 노예가 카리브 지역으로 향했습니다.

 

이는 현재의 인구 분포로도 증명됩니다. 남미의 흑인은 전체 인구의 5%에 달하는데, 대부분의 흑인이 현재에도 브라질에 모여 살고 있다는 것입니다. 반면 중미의 흑인은 전체 인구의 8%에 달하는데 대부분이 카리브해의 섬나라에 분포되어 있습니다. 아이티의 경우에는 90%가 흑인이며 도미니카의 경우는 10%의 흑인과 흑인과 백인의 혼혈인 물라토가 75%를 차지합니다. 쿠바도 적지 않은데, 12%의 흑인과 22%의 물라토가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중남미는 아프리카를 제외하고 가장 많은 흑인이 사는 대륙으로 불립니다. 그런데 카리브해와 브라질에 흑인 인구가 높은 이유는 이들 지역은 스페인의 지배를 받기 전 잉카와 마야 같은 거대 왕국이 없었고, 이로 인해 인디오의 인구가 아주 적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더불어 토양이 비옥하고 일조량이 높아 유럽의 1차 생산품 공급지로 대단위 농장이 개발된 지역입니다. 그런 이유로 흑인 노동자가 대거 유입되었고 현재의 인구 분포를 보여줍니다.

 

국경 문제를 이런 역사적 인과 관계로 들여다보면 이런 유추가 가능합니다. 브라질의 확대는 탐험가와 대 농장주들의 역할이 주요했습니다. 브라질을 포르투갈이 품에 안은건 1494년 또르데실야스 조약 때문입니다. 대서양의 아조레스와 까보베르데 섬을 잇는 종단선을 깃점으로 1493년 교황의 까보베르데 칙령이 공포됩니다. 이 칙령에 의해 스페인은 아메리카로 진출하고 포르투갈은 희망봉을 넘어 인도로 가는 역사적인 역할을 맞게 됩니다.

 

콜롬버스가 아메리카에 첫 발을 딛은 것을 1492년으로 볼 때 해외 진출에 대한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미묘한 갈등이 있었던 것을 교황이 조정한 것입니다. 그런데 1년 후 포르투갈은 심한 항의를 하게 됩니다. 그래서 서쪽으로 1,100마일, 1,600km 기준선을 옮겨 다시 조약을 맺게 됩니다. 세계 최초로 당사자가 없이 맺어진 불평등 조약입니다. 아마도 포르투갈은 브라질의 존재를 알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몰랐다면 행운인 것이고 알고 있었다면 치밀한 계획으로 얻은 축복의 땅인 것입니다.

 

포르투갈은 스페인이 아즈텍과 잉카에서 금을 캐가는 것을 보고 브라질에도 금광이 있을거라 믿고 꾀나 많은 공을 들이게 됩니다. 이 때쯤 황금 제국 엘로라도가 알려지게 됩니다. 아마존 어딘가에 숨겨진 황금 제국은 탐험가와 욕심꾸러기 퇴역 군인, 금강 개발업자들을 끌어 들였고 그들은 아무런 대가 없이 아마존 곳곳을 탐사하며 포르투갈의 영역을 넓혀 놓습니다.

 

그렇게 남미 대륙의 반을 차지하는 브라질의 땅은 탄생하게 됩니다. 황금을 기다렸건만 아마존엔 엘도라도가 없었고 결국 포르투갈 왕실은 쓸모 없는 땅이라며 귀족들과 탐험가들에게 나누어 줍니다. 그들이 아마존의 인디오를 잡아 노예로 부리고 아프리카에서 흑인 노예를 들여오면서 아마존을 변방으로 거대한 농장을 개발합니다. 북부와 남부의 접경까지 땅을 넓히고 그렇게 넓혀진 땅이 지금의 국경으로 울퉁불퉁하게 이어집니다. 대 농장주가 "난 브라질에 합류 하겠어"라고 하면 그의 땅 밖으로 금이 그어지고 "아냐 베네수엘라가 좋겠어"라고 하면 다시 금이 그어지고 그렇게 아마존에서의 국경은 천천히 굳어가게 됩니다.

 

지도와 달리 베네수엘라와 브라질 아마존에는 국경이 있었을까요? 하늘에서 내려다 본 그대로 누구도 살지 않는 푸른 따지를 가르는 강만 있을 뿐입니다. 아마존의 주인은 인간계로 본다면 인디오이고, 생명계로 본다면 수 많은 생명체일 뿐입니다. 그 어떤 권력도 아니고 그 누구의 소유도 아닌 모든 생명체가 소유자인 것입니다.

 

앙헬 폭포로 가는 길은 아마존에서도 가장 외진 곳이기 때문에 처음부터 단단히 마음을 먹어야 합니다. 카나미아 캠프에 도착하니 롯지 매니저는 오늘 앙헬 캠프로 가면 어떻겠냐고 묻습니다. 앙헬 폭포로 가려면 높이 2,510m의 아우얀테푸이(Auyun Tepui) 고원 평야에서 시작되는 추룬(Churun)강을 보트로 4시간에서 길게는 6시간에 걸쳐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그래서 앙헬 폭포 탐방 시기는 5월부터 11월까지 우기에만 가능합니다. 12월부터 건기에 들어가는데 그 때는 추룬강에 물이 없어 앙헬 폭포로 갈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인지 탐방객이 없어 캠프도 철수하고 카나미아로 비행기가 운행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시기적으로 저는 우기말미, 건기가 시작되는 시점에 온 것입니다. 매니저의 말을 귀담아 듣고 앙헬 폭포로 출발합니다. 긴 나무 보트에 필요한 3일간의 생수와 음식, 연료를 싣고 보트는 출발합니다.

 

한강 만큼이나 넓은 추강 하단부는 계곡 깊숙한 지점으로 다가갈수록 바닥에는 돌이 들어납니다. 경험이 많은 보트 운전사는 앞에서 돌을 피하고 보트 후미에서는 프로펠라의 강약을 조절해가며 역류하는 물결을 헤쳐 앞으로 조금씩 전진합니다. 상류로 올라 갈수록 수위가 낮아 볼바닥에 돌들이 걸리고 한 두 번은 내려서 보트를 밀고 가야합니다. 그렇게 물을 거슬러 앙헬 캠프에 닿았습니다. 캠프는 달리 특별한게 아니고 나무로 지은 개방형의 2층 구조물인데 1층엔 식탁을 놓아 식사를 하고 2층에는 천장을 받치는 가래와 기둥에는 해먹을 걸어 두었습니다.

 

해먹에서의 하루밤은 짜릿하기도 하고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젊은 시절 암벽 등반을 할 때 인수봉에 매달려 잠을 자곤 했습니다. 서울의 야경을 보며 잠을 자는 운치까지는 좋은데 장시간 벽에 매달려 자다보면 허리도 아프고 해먹 안에서 몸을 움추릴 수도 없어 몹시 불편했던 기억이 앞서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우려한 바와 달리 앙헬 캠프의 해먹은 그 때의 그 해먹처럼 불편하지 않습니다. 편안한 잠자리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불편하지도 않은 해먹이었습니다. 혹 쇼파에서 밤을 지세며 새벽 비행기를 타고 또 4시간 동안 보트를 탄 강행군을 겪어서 인지 제 몸이 불편을 못 느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앙헬 폭포로 가는 동안 물에 비친 수림, 맑고 깨끗하다

 

추룬강을 따라 카누를 타고 접근하면서 조망하는 앙헬 폭포와 아우얀테푸이의 전경

 

앙헬 폭포와 아우얀테푸이 주변도

 

앙헬 폭포 캠프의 숙박지, 이층에는 해먹이 걸려있다

 

앙헬 폭포의 둘째날은 폭포와 마주서는 날입니다. 정글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동안 간혹 얼굴이 보이기도 하지만 전망 포인트로 알려진 Laime Ventage Point에 이르러서야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모습으로 나타납니다. 마지막 순간에야 온전히 보여주는 여인의 나체에 감미로운 미소가 지어집니다. 그건 여자의 몸을 보는 즐거움 때문이 아닌 그녀가 저를 받아 주었다는 만족감입니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았다면 그녀는 마음으로 저를 받아들인 것입니다.

 

저 하늘 꼭대기에서 떨어지는 폭포라는 이름의 우윳빛의 여자와 함께 춤을 추고 노래하며 반나절을 보냅니다. 그리고 그녀에게로 천천히 다가갑니다. 979m 위에서 떨어지는 물은 믿을 수 없이 아련합니다. 979m 위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추룬 강을 따라 앙헬 캠프로 오는 동안 마주해야 했던 거대한 평원은 "아우얀테푸이"라고 불리는 태초의 땅입니다. 그렇게 높이 있었건만 대지는 깎이고 깎여 아마존의 늪지가 되고 남미 대륙의 풍요로운 팜파가 되었습니다.

 

이처럼 오래 된 땅의 전형을 간직한 곳은 지구상에서 남아공의 테이블 마운틴과 베네수엘라의 아우얀테푸이 밖에 없습니다. 상상력을 능가하는 자연의 질서 앞에서 실체에 대한 고민을 해봅니다. 태초의 대지는 대륙괴에서부터 시작합니다. 아프리카 남단의 대륙괴가 첫 대지의 탄생이고 용암이 대륙괴에 붙어 천천히 식으며 대지가 조금씩 넓어집니다. 그렇게 하나의 대륙인 판게아가 탄생합니다.

 

대륙의 모태인 대륙괴는 아프리카 대륙에만 4개가 있으며 대부분의 대륙괴는 아프리카에 존재합니다. 바로 최초의 대지인 아프리카를 만든 주체이기 때문입니다. 땅이 갈라져 지금의 대륙으로 모양을 잡기 시작한 건 그래봐야 2억년에서 1억 5천년 전의 일입니다. 아프리카 대륙은 높은 산이 없지만 다른 대륙보다 평균 높이가 400m나 높습니다. 그러면서도 모나지 않고 두루뭉술하기까지 합니다. 그건 아프리카가 땅의 모태이자 역사이기 때문입니다.

 

아프리카를 닮은 아우얀테푸이는 최초의 대륙 판게아의 그 모습 그대로를 지키고 있는게 아닐까요, 아마도 그럴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토록 절묘하게 자신을 감출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아마존에서 가장 심오한 곳에 숨어 쳐다볼 수 없는 하늘 끝에 자신의 몸을 감추고 세상사의 전면을 주유하게끔 폭포 하나를 걸치고 멋스럽게 초연하니 바라보고 앉은 저는 천천히 대지의 부속물로 굳어짐을 느낍니다.

 

아우얀테푸이의 석양

 

앙헬 폭포의 셋째 날 다시 배에 오릅니다. 그리고 감탄과 찬사가 끈이지 않았던 추 계곡을 나옵니다. "이과수는 멋지고 우아하지만 아련하진 않아, 앙헬이 아련한 건 찾아오는 사람을 사랑하기 때문 일거야 뽐내지도 않고 자랑하지도 않으면서도 가슴을 훑는 건 애정밖에 없어.." 보트를 타고 나오는 동안 저는 앙헬을 제 가슴 속에 꼭꼭 묻습니다. 다음엔 저 위 아우얀테푸이에 올라 진실과 대면하라는 기대를 가져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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