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와빠루] 제40부 동물도 행복을 추구한다
[노트펫] 어린 손자의 눈에 할아버지는 세상 모든 동물들을 잘 다루시는 것 같았다. 나비나 빠루 같은 고양이와 개 같은 반려동물 뿐만 아니라 닭, 금붕어, 비단잉어 같은 동물도 할아버지의 손길만 닿으면 모두 건강하게 잘 자랐다.
어벤져스 시리즈의 아이언맨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Robert Downey Jr)가 열연해 화제가 된 영화 ‘닥터 두리틀(Dolittle)’이 있다. 할아버지는 영화 속 동물들과 대화할 수 있는 마법 같은 특별한 능력을 가진 두리틀 박사처럼 분명 초능력을 가진 것 같았다.
어린 시절 수업을 마치면 마당에 있는 평상에 가방을 풀었다. 그리고 한참을 빠루와 놀다가 어머니가 주는 간식을 먹곤 했다. 그날도 그랬다. 손자가 개와 놀 때, 할아버지는 갓 배달된 잉크 냄새가 진동하는 석간신문을 읽으며 세상 돌아가는 상황을 점검했다.
엄마가 깎은 사과 한쪽을 베어 물다가 문득 동물을 다루는 할아버지의 비법이 궁금해졌다. 그런데 할아버지의 대답은 여느 날과 달리 직접적이지 않았다. 젊은 시절 당신이 키웠던 황소 이야기를 대신 해주셨다. 그 소는 21세기의 소와 달랐다. 우사(牛舍)에서 주인이 주는 맛있는 사료를 먹고, 하루 종일 살만 찌우는 팔자 좋은 비육우(肥肉牛)가 아니었다. 전형적인 역우(役牛), 일하는 소였다.
역우는 평생 살이 찔 시간이 없다. 온몸에 근육질이다. 주인을 위해 밭을 매고 무거운 짐을 나르는 힘든 거친 팔자 때문이다. 소가 뼈 빠지게 일하면 분골쇄신(粉骨碎身)한다. 바로 그런 사자성어에 맞는 생을 살다간 소였다.
할아버지에게 황소는 가족의 생계유지를 위해 필요한 소중한 존재였다. 그래서 소에게 줄 수 있는 최대치의 사랑과 관심을 쏟아 붇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던 어느 날 할아버지는 당신의 밭은 물론 옆집의 밭까지 대신 갈아줘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이웃이 몸살이 나서 며칠째 일어나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황소는 군소리 한 마디 하지 않고 할아버지와 함께 일했다. 일을 마치니 많은 작업량 때문에 벌써 날이 어두워지고 있었다. 할아버지는 빨리 집에 돌아가고 싶었다. 하지만 소는 무슨 생각인지 집 근처에 와서 걸음이 느려지고 들어가기 싫은 눈치였다.
동네 초입에는 작은 개울이 있었다. 할아버지의 눈에는 종일 일한 소가 개울에서 목도 좀 축이고, 피곤한 몸도 좀 담그고 싶어 하는 것 같아 보였다. 비록 해는 지고 있었지만 할아버지는 개울에서 소의 멱을 감겨주었다.
어두워져도 충분히 소를 데리고 귀가할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소는 행복에 겨워 콧노래를 부르는 것 같은 소리를 냈다. 할아버지 말씀으로는 다음부터 소는 일을 하면 개울에서 그런 행복을 누린다는 것을 알고 더 열심히 일 했다고 한다.
할아버지는 황소 이야기를 마치며 소뿐만 아니라 개나 고양이나 모두 작은 마음이 있다고 했다. 그리고 그 마음을 행복으로 채우려고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동물들과 잘 지내려면 그들의 마음에서 나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이를 채워주면 된다고 말씀하셨다.
*동물인문학 저자 이강원(powerranger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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