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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용품, 브랜드가 먹히는 시대로

"아, 멜슨이다"

 

반려동물 보호자의 수준이 높아지면서 브랜드 파워가 먹혀들기 시작하고 있다.

 

지난 6일부터 8일까지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제5회 케이펫페어 현장. 날씨가 짖궂었지만 보호자의 발길은 줄곧 이어졌다.

 

특히 각종 박람회에 업체들이 할인판매를 하는 것이 일반적이어서 용품 장만의 기회로 여기는 보호자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마치 블랙프라이데이를 기다린 이들처럼 말이다. 여기까지는 늘 그래왔던 것과 다르지 않았다.

 

"옆 부스에 있던 업체 관계자가 하는 말이 우리 부스를 보고 "아, 멜슨이다" 이렇게 말하는 보호자들을 봤다는 거예요. 이전에는 그런 분들을 보기 어려웠는데 말이죠." 독일의 프리미엄 용품업체 멜슨 관계자의 말이다.

 

 

멜슨의 대표 상품인 소프트켄넬 가격은 17만원으로 보통 제품의 3, 4배 이상이다.

 

이처럼 자기 브랜드를 알아봐주는 보호자들을 만난 업체가 멜슨 말고도 여럿 있었다. 반려동물 유모차의 스토케라 불리는 에어버기를 비롯해 올해 미국에서 공식 수입된 반려견 아웃도어 러프웨어 등이 그렇다.

 

러프웨어 관계자는 "올해초 브랜드를 들여오고 난 뒤 여러 행사에 갔을 때만 해도 스스로 찾아주는 이들이 별로 없었다"며 하지만 "이번 박람회에서는 그런 분들을 어렵지 않게 만나볼 수 있었다"고 고무된 표정을 지어 보였다.

 

1년 전만 해도 가격표를 보고 흠칫 놀라 마치 오지 못할 곳을 왔다는 표정을 짓던 보호자들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가격에도 불구하고 꼼꼼하게 살펴봤다. 에어버기 유모차만 해도 최소 60만원 이상이다.

 

브랜드 제품들은 현장 판매 실적도 나쁘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에 해외 브랜드가 본격 들어오기 시작한 시점은 2013년께다. 그때만 해도 브랜드에 대한 인식은 매우 낮았다. 2년이 경과한 사이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는 것은 물론이고 용품도 단순히 사용하는 것에서 벗어나 보호자와 반려동물의 수준을 드러내는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

 

초고가의 용품 만을 취급하는 서울 압구정 갤러리아 펫부띠끄. 그곳의 수제 사료와 간식의 매출은 월 1000만원을 가볍게 넘고 있다. 그만큼 반려동물에 대한 관심을 높아졌음을 방증하고 있다.

 

갤러리아 펫부띠끄는 지난달 28일 리뉴얼 오픈하면서 화려함에 박차를 가했다. 그런데 갤러리아는 입점 브랜드의 대부분을 갤러리아 자체적으로 수입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브랜드화가 진행되는 추세를 간파하고 발빠르게 움직이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어떤 제품이 있는지도 몰랐고 그저 있는대로 판매하는 것이 다였다면 이제 우리나라 반려용품 업계도 브랜드 파워를 생각해야 하는 시기가 됐다"고 말했다.

 

김세형 기자 eurio@inb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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