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들은 주인이 집에 돌아오면 껑충껑충 뛰고 짖어대는 등 열렬한 환영식을 한다. 그러다가 그 도가 지나치면 자신의 혓바닥을 이용하여 주인의 콧구멍과 입술, 혓바닥을 넘나들기도 한다. 주인이 조금만 방심해도 개와의 뽀뽀를 피하기 어렵다.
개를 키우는 사람이라면 이런 경험은 몇 차례 했을 것이다. 개는 왜 이렇게 주인에게 뽀뽀를 하려고 할까? 여기에는 몇가지 숨은 이유가 있다.
첫째, 무리의 리더에 대한 철저한 복종심리 때문이다. 개는 여전히 늑대의 습성을 가지고 있어서 늑대 무리의 위계질서 개념을 여전히 보유하고 있다. 상명하복(上命下服) 그리고 철저한 아첨과 아부가 그들의 생존전략이다.
일반적으로 늑대는 계급이 낮은 녀석이 꼬리를 가랑이 사이에 집어 넣거나 몸을 웅크린 채 복종, 아부, 아첨의 의미로 대장 늑대의 입술 근처를 핥는다.
참고로 계급이 높은 늑대는 계급이 낮은 늑대에게 이런 아부 성격의 이벤트를 하지 않는다. 낮은 늑대의 뽀뽀를 받아줄 뿐인지 먼저 가서 핥아주지는 않는다.
인간의 친구 개도 그런 목적을 가지고 주인에게 뽀뽀를 한다. 개가 주인에게 결사적으로 뽀뽀를 하려하고 핥는 것은 자신의 서열이 자신에게 뽀뽀를 당할 사람보다 낮다는 것을 공개적으로 알려주는 행위이기도 하다.
즉, 개 자신은 사람에게 철저히 복종해야 한다는 것을 무리 구성원들에게 노출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무리라는 개념은 개가 살고 있는 사람의 집의 모든 가족들이다. 개는 자기 자신을 사람 무리의 구성원 중 하나라고 본다.
개가 자신을 사람이라고 생각할지 아니면 사람을 개라고 생각할 지는 잘 모르겠다.
개는 조상인 늑대와 마찬가지로 무리 구성원 중에서 대장이라고 할 만한 사람에게 철저히 복종한다. 그러면 개가 보는 무리의 대장은 누구일까?
집안에서 가장 덩치가 크고 목소리도 우렁찬 남자 성인 아빠가 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개는 보통 아빠들에게는 철저히 복종한다.
개는 체격이 작은 아이들에게는 덜 복종하는 성향이 있다. 그렇다고 개라는 동물을 계산을 잘하는 간사한 동물이라고 비판할 수는 없다. 그렇게 보면 절대 안 된다. 개는 자신의 본능에 그려져 있는 생존 전략에 철저히 따르는 영리한 동물이기 때문이다.
둘째, 개의 예리한 후각 때문에 주인에게 뽀뽀하려는 경향이 있다. 개는 주인인 사람의 뱃속에 들어가 있는 먹을 것을 토해 내서 자기에게 달라는 의미로 뽀뽀를 하기도 한다.
다소 엽기적이기도 한 이 상황은 야생 들개, 늑대 등 같은 개과동물들의 생활 방식을 보면 쉽게 이해될 수 있다. 그런데 주인 입장에서는 대략 난감한 상황일 수 있다.
집에서 사는 21세기의 개들은 다 자란 어른이 되어도 정신적으로는 강아지 시절의 습성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 몸은 어른이지만 머릿속은 아이라는 뜻이다. 따라서 늑대 새끼의 습성을 집개들은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사람들의 과보호 덕분인지 개라는 동물은 다 자라도 자기가 새끼라고 여전히 생각하고 마치 어미가 늑대굴로 오면 뱃속에 있는 음식물을 토해 내놓으라고 독촉한다. 사람이나 원숭이가 아닌 늑대는 손이 없으므로 핸드 캐리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래서 새끼들을 위해 뱃속에 먹을 것을 잔뜩 넣고 다니기도 한다.
개가 주인의 입 주위를 핥는 것은 그런 의미가 있다는 것을 알면 재미있을 것이다. 주인은 '오늘 점심 때 먹은 돈까스를 토해 놓아야 하는가?'하는 고민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참고로 필자는 많은 개를 키웠지만 식사한 것을 토해서 개에게 준 적은 없다.
셋째, 주인에게 하는 뽀뽀가 여러 가지 의미를 담은 커뮤니케이션일 수도 있다. 개과동물들은 입과 생식기, 항문 주위의 냄새를 맡으면서 인사와 정보 교환을 한다.
개들은 낯가림을 사람처럼 많이 하는 동물이 아니어서 초면에도 뽀뽀는 기본이며 항문 주위와 생식기 주변의 냄새를 맡아보기도 한다.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이런 식으로 인사를 하다가는 두들겨 맞거나 경찰서에 갈 행동들이다. 하지만 개는 이런 행위를 통해 정보를 교환하고 인사를 한다.
개는 글을 쓰거나 말을 할 수 없으므로 주위의 흔적을 통해 인사를 하는 것이다. 개가 주인의 옷이나 신체에 코를 대고 냄새를 맡고 입주변을 핥는 것은 정보수집와 인사의 기능도 있다. 개는 주인이 밖에서 오늘 하루 무슨 행동을 하고 누구를 만났는지 말을 안 해도 대충은 안다.
개가 주인의 입주변을 핥는 이유에 대해 몇 글자 적어 보았다. 솔직히 이 중에서 개가 주인과의 뽀뽀에 집착하는 진짜 이유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콕 집어내기는 어렵다. 하지만 수십 년 동안 무수히 많은 개들을 키워본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늑대 무리의 본능인 질서 유지의 목적이 가장 큰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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