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와빠루] 제46부
[노트펫] 사람은 채식과 육식을 병행한다. 하지만 개와 고양이는 육식을 기본으로 삼는다. 입맛만 놓고 비교하면 사람은 개와 고양이보다는 돼지와 비슷한 취향을 가진 셈이다. 그러므로 개와 고양이를 키우는 경우, 적정 수준의 단백질 제공에 유념해야만 한다.
하지만 현대인들은 그런 걱정에서 자유롭다. 굳이 대형마트까지 가지 않더라도 동네 상점에서도 다양한 종류의 반려동물 사료들이 판매하기 때문이다.
1970년대 필자의 어머니는 아침만 되면 여섯 가족의 끼니는 물론 개와 고양이들의 식사 준비에도 바빴다. 당시 어머니가 반려동물의 밥을 만들기 위해 사용 가능했던 단백질은 가족이 좋아하는 생선과 닭고기였다. 쇠고기는커녕 돼지고기도 비싼 시절이었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2학년 때였다. 필자의 생일이 가까워지자 어머니는 생일 때 뭘 먹고 싶은지 물어보셨다. 생각할 것도 없이 쇠고기, 불고기였다. 지금은 흔하지만 당시는 위상이 달랐다. 하지만 그렇다고 작년 생일 처음 먹었던 바나나를 포기할 수도 없었다. 둘 다 얘기하면 혼날 것 같았다. 하지만 용기내서 얘기했더니 어머니는 “그럼 둘 다 준비하겠다.”고 하셨다.
생일 날 아침, 주방에서 불고기 냄새가 풍겨났다. 후각이 둔한 사람이 느낄 정도였으니 개와 고양이는 냄새를 맡고도 남았다. 스피츠 강아지 빠루와 고양이 나비는 낯선 쇠고기 냄새에 난리가 났다. 짖고 낑낑거리며 자신들도 예외가 될 수 없음을 강조했다.
어머니는 가족들이 충분히 먹을 수 있도록 쇠고기를 네 근이나 샀다. 1970년 기준 한국인 1인당 쇠고기 소비량은 1.2kg이었다. 그러니 아들 생일에 2.4kg의 쇠고기를 구입한 것은 엄청난 결심이었다. 나중에 어머니는 아버지가 얼마 전 보너스를 받아 이런 호사를 누린다고 했다. 참고로 2021년 한국인 쇠고기 소비량은 13.6kg으로 40여 년 전에 비해 11배나 된다.
그런데 할아버지는 장손의 생일상에 놓인 쇠고기 불고기에 젓가락을 올리지 않았다. 할아버지에게 권했지만, 빙그레 웃으시면서 “생일 축하한다.”면서도 드시지 않았다.
식사를 마치고 가방에 책을 넣었다. 할아버지가 쇠고기를 드시지 않았던 이유가 궁금했다. 속으로 ‘손자들이 많이 먹으라고 일부러 드시지 않았다.’고 지레짐작하며 이유를 물어보았다.
할아버지는 식탁에 놓인 쇠고기를 보며 예전에 같이 농사도 짓고 짐도 나르던 누렁이가 생각났다고 했다. 친구처럼 지내던 소에게 빚진 게 많아 쇠고기는 먹지 않는다고 말씀을 마쳤다.
가방을 메고 학교에 가야할 시간이 되었다. 할아버지 말씀이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손자의 표정이 어두워진 걸 눈치 채신 할아버지는 등을 두드리며 “너는 평생 소에게 빚질 일이 없을 것이다. 그러니 쇠고기 맘껏 먹어도 된다. 맛도 좋지만 몸에도 좋다고 한다.”고 하셨다.
‘할아버지 고맙습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목이 메어서 그 말을 하지 못했다. 일소와 함께 매일 힘들게 일했던 할아버지의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냥 꾸벅 인사만 하고 대문을 나섰다.
*동물인문학 저자 이강원(powerranger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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