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펫] 지인의 반려견을 3층 창문 밖으로 내던진 50대 남성에게 이례적으로 큰 액수의 벌금형이 선고됐다. 동물학대 강력 처벌 요구 속에 관행처럼 굳어져온 '벌금 300만원형'이 깨지는 분수령이 될지 관심이다.
17일 한국유기동물복지협회에 따르면 이달 초 청주지방법원은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50대 A씨에게 76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 4월13일 오후 9시께 청주 서원구 사창동의 한 모텔 3층에서 함께 술을 마시던 지인과 말다툼 끝에 지인의 반려견을 창밖으로 던져 중상을 입힌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이전에도 한 차례 강아지를 내던진 적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8개월쯤 됐던 강아지는 이날 3층에서 바닥으로 내던져지면서 폐에 출혈이 발생했고, 골반도 골절돼 생사를 오갈 정도였다.
재판은 A씨가 정식재판을 청구하지 않고 벌금을 납부하면서 마무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신속한 재판은 물론 벌금 액수도 이전 동물보호법 위반 사건에 비춰 주목할 만하다는 평가다.
사건 접수 이후 판결까지 50일 정도가 소요됐다. 이 사건은 제보를 받은 한국유기동물복지협회의 신고로 수사가 시작됐는데 현장에 출동했던 해당 지구대에서 사건 내용을 상세히 파악해 경찰서로 넘겼고, 경찰서는 이를 기초로 A씨를 당일 입건하고 본격 수사를 진행했다.
연보라 한국유기동물복지협회 본부장은 "청주시 경찰은 지난 2018년 동물보호소의 냉동고 학대사건 이후 크게 변화했고, 동물학대 수사에 과학수사대를 투입하고 부검도 의뢰하는 등 적극적인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대처에 감사를 표시했다.
연 본부장은 특히 이번 사건 판결이 '벌금 300만원룰'을 깨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높이 평가했다.
동물보호법은 학대 행위로 상해를 입힌 경우에는 최고 2년 이하 징역 또는 최고 2000만원 벌금, 죽음에 이르게 한 때에는 최고 3년 이하 징역 도는 최고 3000만원 벌금형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실제 재판에서는 징역형이 선고되는 경우는 매우 희박하고, 벌금도 300만원 이하로 선고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지난해 6월 서울시 중랑구 소유 공원에서 구청 공식 길고양이 급식소를 훼손하고 안에 있던 고양이 새끼들을 다치게 한 남성에게 벌금 300만원이 최근 선고됐다. 지난 2020년 12월 길고양이를 화살로 쏴죽이고 영상을 공유하는 등 동물판 N번방으로 불린 온라인 단체 채팅방 운영자 역시 지난해 9월 300만원의 벌금형이 확정됐다.
자신의 반려동물을 죽여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학대 주인들에게도 줄줄이 벌금 300만원이 선고돼왔다.
지난해 3월 새벽 울산의 한 아파트 11층에서 남편이 애지중지하며 키우던 반려견을 아파트 밖으로 던져 죽음에 이르게 한 아내가 올 3월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았다. 이에 앞서 2020년 11월 수원에서 부부싸움 뒤 홧김에 16층 아파트 창밖으로 반려견을 던져 죽게한 아내에게도 300만원의 벌금이 선고됐다.
반성하고 있는데다 초범이라는 점이 양형에 고려됐다. 하지만 이런 처벌 수위가 너무 낮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지적돼 왔다. 이를 반영해 이번 정부 역시 동물분야 국정과제 중 하나로 동물학대 범죄에 상응하는 엄정한 양형기준 마련을 제시했다.
연 본부장은 "동물보호법에서 정한 처벌 상한에 비춰 이번 벌금액수 역시 작다고 볼 수 있지만 이전 판결 사례들에 비할 때 이례적"이라고 반겼다.
중상을 입은 강아지는 사건 발생 직후 주인의 생활 여건을 고려해 한국유기동물복지협회에서 데려와 돌보고 있다. '천운'이라는 이름을 가지게 된 강아지는 현재 다리도 많이 회복돼 살도 올랐고, 다른 강아지들과도 잘 어울리고 있다는 전언이다.
회원 댓글 0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