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펫] 11시간의 해외입양길을 앞두고 심하게 헥헥대는 유기견에게 선풍기를 가져와 바람을 쐬어준 항공사 직원들의 배려가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작지만 새 가족을 만나 행복한 삶을 살기를 바라는 마음이 잘 느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지난 18일 인천공항 출국장. 시베리안 허스키 행운이와 진돗개 밍키가 독일 프랑크푸르트행 대한항공 비행기를 타기 위해 출국절차를 밟고 있었습니다.
국내에서는 입양처를 찾지 못해 독일에서 평생 가족을 찾으러 떠나는 길이었습니다. 한 달 가량이 걸리는 미국이나 캐나다와 달리 4개월의 준비기간을 거치고 때마침 두 녀석을 흔쾌히 독일까지 데려다 주겠다는 이동봉사자도 나타나 성사된 여정이기도 했습니다.
쾌적한 공항이지만 행운이는 낯설고 수많은 사람들로 인해 긴장한 듯 혀를 길게 빼고 심하게 헥헥댔습니다. 진돗개 밍키는 그에 반해 차분했는데요. 시베리안 허스키가 더위에 약하다지만 떠는 모습이 역력했습니다. 입양을 주선한 서울동물학대방지연합 관계자들과 이동봉사자도 걱정될 정도였습니다.
출국절차가 막바지에 다다랐을 때 서울동물학대방지연합 관계자의 눈에 대한항공 지상직 직원들이 행운이 앞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행운이를 구경하는가 싶었는데 직원들은 탁상용 선풍기를 가져와서는 바닥에 놓고 행운이에게 바람을 쐬어주고 있었습니다.
운반대 위 대형 이동장에 담긴 행운이는 비행 도중 이동장 문이 열리지 않도록 마지막 결속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는데요. 거기 있는 시간은 고작 10~15분으로 매우 짧다고 합니다. 그 짧은 시간이라도 긴장을 풀라고 시원한 바람을 불어넣어주고 있었던 셈이죠.
해외입양길에 오르는 유기견들은 한 해 3000마리 가까이 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대략 평일엔 7마리, 주말에 10마리를 웃돌기도 한다고 합니다.
화물을 담당하는 항공사 직원들도 이같은 사정을 잘 알고 있죠. 탑승객들의 화물을 운반하느라 정신없이 바쁜 와중에 유기견들에게 마음을 쓰는 일은 생각만큼 쉽지 않습니다. 도착지 공항에서 일이 꼬이면서 항공사가 곤란해진 일이 발생한 적도 있어 마냥 달갑지 않은 일일 수도 합니다.
장병권 서울동물학대방지연합 대표는 "군말없이 유기견들의 탑승수속절차를 밟아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때가 많다"며 "바로 직전까지 승객들의 수많은 짐을 나르고 처리하느라 땀나고 힘들었을텐데 행운이까지 챙겨줘 너무나 고마웠다"고 말했습니다.
행운이와 밍키는 장시간을 비행을 마치고 무사히 프랑크푸르트에 도착했다고 합니다. 허스키 행운이는 현지의 임시보호가정에서 적응 기간을 거쳐 평생 가족을 만날 예정이라고 합니다.
장 대표는 "해외입양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몇 시간이나 좁은 케이지에 갇혀 화물칸 비행을 한다는 것은 아이들에게도 너무나 힘든 여정"이라며 "국내에서 평생 가족을 만나 입양을 간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한국의 주거 형태에서는 쉽지 않아 안타까울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럼에도 아직 많은 아이들이 평생 가족이 되어줄 분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며 유기견들에 대한 관심과 사랑, 응원을 부탁드린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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