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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동물전시∙체험시설 중 70% 이상 미등록..'식수, 은신처 등 기본적 관리조차 미흡'

 ·한국동물복지연구소, 동물전시체험시설 실태 조사 보고서 발표
 ·부실한 관리 인력 기준 탓에 직원 1명이 90마리 넘는 동물 돌보기도

 

ⓒ노트펫
땅을 팔 수 없는 사육공간에서 생활하여 발톱이 휠 정도로 긴 미어캣 [사진=동물자유연대 제공]
 

[노트펫] 전국 동물전시∙체험시설 중 70% 이상이 미등록 상태라는 보고서가 발표됐다.

 

지난 17일 동물자유연대 부속 한국동물복지연구소(대표 조희경)가 발표한 '전시체험형 동물시설 사육환경∙동물상태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총 300개소의 동물전시∙체험시설 중 212개소(70.7%)가 미등록 업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보고서는 보유동물의 종과 수 등 기본적인 정보조차 파악되지 않은 동물전시체험시설의 현황 파악을 위한 목적으로, 서울과 제주를 제외한 전국의 동물전시체험시설 20개소에 대한 조사 결과를 담고 있다.

 

ⓒ노트펫
피부 치료가 시급해 보이는 고슴도치

 

동물자유연대가 온라인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는 총 300개소의 동물전시∙체험시설이 있다. 이 중 212개소(70.7%)가 미등록 업체인 것으로 확인됐다. 지역별로는 경기도가 87개소(29%)로 가장 많은 시설이 위치하며, 경상남도(28개소, 9.3%), 강원도(26개소, 8.7%), 제주특별자치도(24개소, 8.0%)가 그 뒤를 따랐다.


보고서에 따르면, 시설 보유 동물 건강 점검을 위해 포유류 1,511마리를 조사한 결과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는 병변이 155건(10.3%) 관찰됐다. 피부 병변, 교상 의심 병변, 안과 질환, 발굽 문제, 꼬리 절단, 보행 이상, 이상행동 등 그 종류는 다양했다. 대부분 시급한 치료가 필요한 것으로 확인됐으나, 시설 내에서 건강 검사 및 치료 진행 여부를 확인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신선한 물을 제공받은 개체는 39.4%에 불과

 

식수 제공의 경우 동물복지 차원에서 가장 기초적인 항목이나, 포유류 총 1,692마리 중 신선한 물을 제공받은 개체는 667마리(39.4%)에 불과했다. 

 

ⓒ노트펫
피부병변이 관찰된 프레리독

 

그 외 오염된 물을 제공받은 개체가 504마리(29.8%)였으며, 521마리(30.8%)는 물그릇 내에 물이 없거나 물그릇 자체가 없는 상황으로 과반수 이상의 동물이 기본적인 관리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었다.

 

△은신처 제공은 34.2%.."동물이 은신처에 숨어 관람객이 동물을 볼 수 없는 상황 방지하려"

 

동시에 모든 개체가 숨거나 쉴 수 있는 은신처가 제공되는 경우는 총 1,514마리의 포유류 중에서 518마리(34.2%)만 해당됐다. 996마리(65.8%)는 일부에게만 제공되거나 한 마리에게도 제공되지 않았다.

 

조사를 진행한 이혜원 소장은 "이는 동물이 은신처에 숨어서 관람객이 동물을 볼 수 없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며 "국내 동물전시체험시설이 동물 복지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방문객의 체험과 오락만을 위해 존재함을 드러내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단독생활하는 동물 중 79.4%가 무리 사육

 

또한 제한된 공간 활용, 관리의 편의성 등을 이유로 단독생활을 하는 동물 총 97마리 중 77마리(79.4%)를 무리 사육하고 있었다. 이 소장은 "단독생활을 해야 하는 동물이 2마리 이상 한 공간에 있는 경우 정신적으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에 동물복지를 위해 반드시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발굽치료가 시급해 보이는 당나귀
발굽치료가 시급해 보이는 당나귀

 

△먹이주기 체험&만지기 체험 관리 소홀 지적

 

한국동물복지연구소는 보고서를 통해 동물전시시설에서 진행하는 체험 프로그램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조사를 진행한 20개소 시설 전부에서 '먹이주기 체험'과 '만지기 체험'을 진행하고 있으나, 다수의 업체가 관리 직원이 부재한 상황에서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었다.

 

동물과 직접 접촉함에도 방역 조치가 전혀 제공되지 않은 업체가 20%였으며, 한 시설 내에서 포유류, 파충류, 조류를 모두 만질 수 있었던 6개의 업체는 손 소독을 요구하지 않았다.

 

이 소장은 "이 같은 동물체험은 인수공통전염병의 가능성을 높일 뿐 아니라 동물 간의 전염병, 새로운 돌연 병원체의 출현을 가능케하는 위험한 환경"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전시체험에 동원되고 있는 매우 마른 상태의 개
전시체험에 동원되고 있는 매우 마른 상태의 개

 

보고서에서는 현재 동물체험시설에 대한 전수 조사가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보유동물에 대한 정보뿐만 아니라 동물들의 사육환경 및 건강 상태가 파악되지 않는 상황이며 동물의 복지를 논하기 위해서는 전수조사가 필수로 진행되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 소장은 "지난해 동물원법과 야생생물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며 전시동물 복지 개선을 기대할 수 있게 됐으나, 여전히 준비해야 할 일들이 많다"며 "업체들에 강화된 기준을 바탕으로 한 시설 개선 기간을 주기 위해 2023년 12월 14일 이전에 등록 및 신고를 하는 경우 법 시행으로부터 4년간 유예 기간을 두게 되어있는데, 이를 악용하여 부적절한 업체가 이득 창출의 기회로 삼지 않도록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현재 대다수의 시설에서 이루어지는 먹이주기 체험은 동물에게 영양의 불균형을 일으키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동물복지 차원에서 법으로 반드시 금지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동물자유연대는 보고서 발간을 통해 동물전시∙체험시설 규제를 위한 캠페인, 관련 법령 강화 등 활동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동물전시∙체험시설의 전반적 현황과 종별 사육 실태에 대해 볼 수 있는 '전시체험형 동물시설 사육환경∙동물상태 실태조사 보고서'는 동물자유연대 홈페이지(https://www.animals.or.kr/report/print/63710)에서 확인할 수 있다.

김승연 기자 ksy616@inb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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