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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베탄 마스티프와 몽골 방카르

최근 한국교육방송(EBS)에서는 중앙아시아 관련 다큐멘터리를 연속 방영하고 있다. 평소 이런 종류의 다큐멘터리를 즐겨보는 편이라서 빠지지 않고 계속 챙겨보고 있다. 그런데 지난 3월 11일 방송에는 시선을 확 끌어당기는 장면이 하나 나왔다.

 

몽골 유목민들의 유목 생활 장면을 소개하는 화면에 엄청나게 큰 덩치의 개가 나왔기 때문이다. 물론 방송에서는 그 개에 대해 주목하지 않았고 별도의 언급도 없었다. 하지만 그 개는 적어도 나에게는 굉장히 의미 있는 개였다.

 

그 개는 몽골리안 방카르(이하: 방카르)라는 개다. 몽골어로 방카르는 덩치가 큰 개라는 뜻을 가지고 있지만 이 개는 엄연히 몽골과 티벳의 밀접한 문화 관계를 증명하는 살아있는 증거이기도 하다.

 

몽골리안 방카르의 직접적인 선조는 티벳에서 승려를 보호하고 사원을 지키는 역할을 하는 티베탄 마스티프다. 중국에서는 이 개를 짱오라고 부르기도 한다. 짱오는 한 때 세계에서 가장 비싼 개로 손꼽히며 중국의 부호들 사이에 수억원에서 수십억원 거래되기도 하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그 폭등세가 진정되는 것 같다.

 

티베탄 마스티프는 중국에서 한 마리에 수억원의 고가에 거래되기도 한다, 사진=위키피디아(영어판)

 

그런데 티벳의 개가 어떻게 멀리 몽골로 건너가서 지금의 몽골리안 방카르가 되었을까? 티벳과 몽골 양국의 밀접한 관계부터 이해해야 한다. 티벳과 몽골은 티벳불교라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다. 티벳에서 기원한 티벳불교는 오래 전부터 험준한 초원을 건너 몽골에 뿌리 깊게 전파된다.

 

티벳불교의 몽골 포교에는 물론 티벳 승려들의 노고가 많았다. 그들은 목숨을 걸고 거친 초원과 산악을 건너 티벳에서 몽골로 포교 활동을 벌였다. 그런데 그들의 이동 경로에는 늑대, 표범 같은 맹수, 도적들 같은 장애물들이 있었다.

 

티벳 승려들은 원행에 앞서 그들의 안전을 보장해 줄 보디가드들을 동반하였다. 그들에게는 체중 70~80kg의 덩치 큰 티베탄 마스티프는 살아있는 금강역사와 같은 존재였다. 티베탄 마스티프는 늑대 1~2마리 정도는 해치울 수 있는 용맹성을 가진 개로 예로부터 널리 알려졌다. 이런 사유로 티베탄 마스티프들은 티벳 승려들을 보호하며 몽골로 이동하게 된다.

 

이렇게 몽골로 간 티베탄 마스티프는 티벳 승려들과 함께 사찰에서 악령을 물리치는 영적인 역할도 하였다. 하지만 일부는 몽골 유목민들에게 보급되기도 하였다. 그리고 그런 개들의 후손이 몽골리안 방카르가 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몽골리안 방카르는 유목민들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소중한 존재들이다. 초원의 늑대, 자칼 같은 맹수들로부터 소, 양 같은 가축들을 지키기도 하고, 낯선 도적들이 게르를 침입하지 못하게 하는 경비견 역할도 한다.

 

몽골 전통개 방카르, 사진=코이카몽골리아 블로그

 

몽골의 전성기인 13세기 당시 징기스칸을 필두로 몽골제국은 대대적인 서역 정벌 길에 오른다. 그런데 몽골군은 당시 수만 마리나 되는 티베탄 마스티프(혹은 몽골리안 방카르)를 군견으로 데리고 원정에 참여했다는 주장이 지금도 전해진다. 물론 명확한 문헌적인 근거가 있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이런 주장은 분명 개연성이 충분히 있다.

 

초원의 몽골족은 양, 염소, 말, 소 같은 가축들을 키우면서 유목생활을 한다. 그런데 그들에게 유목생활을 위해서 개는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다. 개는 가축들이 도망가지 못하게 하고, 맹수들로부터 보호하기도 때문이다. 그래서 몽골의 유목민족들은 다른 가축들은 잡아먹어도 개는 잘 잡아먹지 않는다.

 

북중국을 통일한 몽골제국의 남송 원정 당시, 몽골군은 북만주와 내몽골이 원산지인 차우차우들을 데리고 원정길에 올랐다는 주장도 전해진다. 이런 주장들은 몽골족의 유목 습성과 밀접한 관계를 잘 파악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포교를 위해 몽골로 간 승려들은 후일 어떻게 되었을까? 그들은 20세기 들어 굉장히 어려운 운명에 직면하고 만다. 몽골은 독실한 불교 국가였다. 20세기 초반만 하여도 몽골 전체 인구 90%가 불교신자였으며, 성인 남성 30%는 승려였다. 물론 불교 신자, 승려들은 대부분 티벳불교 소속이었다.

 

1936년 몽골의 공산화는 몽골에서 송두리째 불교의 운명을 바꾸고 만다. 공산정권은 정권 초반부터 불교에 대한 엄청난 종교 박해를 자행하기 시작한다. 이러한 박해 때문에 몽골의 많은 승려들은 학살되거나 강제이주를 당하게 된다. 당시 몽골 승려 중 적지 않은 수는 자신들의 종교적 고향인 티벳으로 이주하게 된다.

 

이렇게 공산 정권의 탄압을 피해 몽골에서 티벳으로 이주한 승려들에게는 다시 한 번 가혹한 운명이 찾아오게 된다. 1949년 중국 본토에서 장개석의 국민당 군대를 완전히 물리친 중국 공산군이 전격적으로 티벳을 침공하였기 때문이다.

 

공산 중국은 1951년 티벳을 독립국가가 아닌 중국의 자치주 중 하나로 격하시키고 불교에 대한 탄압정책을 펼치기 시작한다. 그 결과 티벳의 승려들은 다시 인도로 피난길에 오르게 된다. 그리고 그들이 모여서 세운 것이 티벳 망명정부가 된다. 불교신자라면 참으로 가슴 아픈 사건들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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