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조심스럽게 병원 문을 열고 한 부부가 들어왔다. 조금 전 강아지를 입양했는데 물어볼 게 있다고 했다. 이 부부는 마음에 드는 아이를 발견했으나 생각보다 속칭 ‘분양가’가 비싸서 고민하던 중 배꼽탈장이 있는 강아지를 할인분양 해준다길래 데리고 왔다는 것이다. 분양 샵에서는 큰 문제가 아니라고 안심시켰지만 아무래도 찜찜해서 진료를 받아보려고 온 것이다.
탈장(hernia)은 사람에서도 흔히 나타나는데 근육의 약해진 틈을 통해 조직이나 장기가 빠져 나온 상태를 말한다. 탈장은 어느 부위나 생길 수 있는데 배꼽탈장(=제대탈장, umbilical hernia)의 경우 태반과 연결되었던 부위의 복벽이 잘 닫히지 않아 지방이나 장의 일부가 빠져 나오면서 생긴다.
배꼽탈장은 복부의 중심에 동그랗게 부풀어 오른 형태로 보이는데 손가락으로 눌렀을 때 잘 들어가는 경우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성장하면서 아주 드물게 없어지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조금 더 커지거나 흥분 등에 의해 복압이 올라가면 일시적으로 더 커질 수 있다.
배꼽탈장 외에도 사타구니 쪽에 위치한 샅굴구멍이 느슨해 발생하는 서혜부탈장(inguinal hernia), 횡격막 근육의 결손에 의해 간이나 위 등이 흉강으로 빠져나가는 횡격막탈장(diaphragm hernia), 골반 쪽 지지구조 약화로 인해 장이나 방광 등이 빠져나가는 회음부탈장(perineal hernia) 등이 있다.
배꼽탈장이나 서혜부탈장은 선천적인 경우가 많은 반면, 회음부탈장은 노령견과 중성화 수술을 하지 않은 수컷 개에게 많이 발생하고 수술적으로 교정해도 재발이 잘 된다. 횡격막탈장은 선천적으로 발생하기도 하지만 교통사고 등 외상에 의해 발생하는 경우도 많다.
탈장으로 인해 나타나는 증상은 빠져나간 장기가 무엇인지, 얼마나 빠졌는지에 따라 다르다. 공통적인 문제는 탈장된 조직에 혈액공급이 잘 되지 않아 괴사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평소보다 탈장 부위가 커지고 열감이 있으며 색 변화가 있고 통증을 호소하는 등의 변화가 있다면 탈장 조직에 문제가 생긴 것으로 보고 바로 치료를 받아야 한다.
배꼽탈장은 다른 부위보다는 수술적 교정이 쉽고 큰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가 적지만 잠재적인 위험을 안고 있다. 또 유전적인 소인이 많으므로 배꼽탈장이 있는 경우 번식을 금지해야 하고, 중성화수술할 때에 같이 교정하는 것을 권장하는 편이다.
이미 입양된 개에 대해 수의사로서 조언을 할 때는 조심스러운 부분이 많다. 자칫 파양으로 연결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건강과 관련된 부분에 있어서는 입양 전 수의사와 충분히 상담하고 추후 발생할 수 있는 비용적 측면까지 고려해야 한다. 즉, 할인 분양은 스크래치 상품할인처럼 가볍게 생각할 문제는 아닌 것이다.
'김진희의 심쿵심쿵'이 우리 아이를 건강하게 키우는데 필요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합니다. 칼럼을 진행하는 김진희 수의사는 2007년부터 임상수의사로서 현장에서 경력을 쌓은 어린 반려동물 진료 분야의 베테랑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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