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펫] 도심 한 가운데에 등장한 거위가 사람들의 궁금증을 자아냈다. 사실 이 거위는 인근 상인이 키우는 소중한 반려동물이었다.
지난 7월 유튜브에는 "거리를 활보하는 거위...???"라는 제목의 영상 하나가 올라왔다. 아무렇지 않게 가게 앞을 서성이는 거위의 모습이 놀라움을 자아내는데.
노트펫 취재 결과 이 거위는 대구의 한 화장품 가게 주인이 키우는 반려동물로 나이는 9개월이며 이름은 '쥬시'였다.
사연은 이렇다. 쥬시 보호자는 2년 전 큰 교통사고를 당해 3달 가까이 몸도 마음도 힘든 시기를 보내야 했다.
보호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치료비도 많이 들고, 거동이 불편하다 보니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도 줄어들어 매우 우울한 시기였다"고 설명했다.
그때 농장을 운영하는 지인이 보호자에게 거위를 키워보라고 권유했다. 특히 보호자는 몸을 조금씩 움직여야 회복이 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거위를 돌보면서 저절로 운동도 된다는 이유였다.
그런데 생각보다 거위를 키우는 건 꽤 어려운 일이었다. 보호자는 "쥬시가 아무 데나 볼일을 보고 맘대로 여기저기 다니다 보니 힘들었다. 거위가 2~3달쯤 되는 시기에 키우기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는데 무슨 말인지 이해가 갔다"고 말했다.
심지어 너무 많이 움직인 나머지 보호자의 몸이 갑자기 무리하는 바람에 통증의학과에서 또 치료를 받아야 했다. 결국 보호자는 어쩔 수 없이 쥬시를 다른 농장에 맡기기도 해봤는데.
하지만 쥬시는 농장에서도 말썽쟁이였다. 계속 밥도 안 먹고 울어대서 다른 동물들이 힘들어해 보호자는 쥬시를 다시 데려가야 했다.
그런데 자신을 데리러 온 보호자을 본 쥬시가 고개를 쭉 빼고 '구우 구우'하면서 울기 시작했다. 이미 쥬시는 보호자에게 깊은 정이 들었던 것이다.
순간 눈물이 울컥 나온 보호자는 쥬시를 다시는 다른 곳에 보내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렇게 쥬시와 보호자는 평생 인연이 됐다.
"몸이 다쳤을 때 정말 서글픈 마음이 많이 들었다. 그때 나한테 '올인'하는 쥬시를 만났다. 쥬시가 화장실도 따라오고 늘 저를 기다리고, 발밑에서 노는 모습을 보고 '내가 아니면 안 되는구나'라고 생각했다"는 보호자.
이제는 여행을 갈 때도 쥬시를 꼭 차에 태워 가고, 다른 사람들이 거위를 데려오지 말라고 하면 쥬시를 두고 나갈 순 없다며 아예 보호자도 나가지 않는단다.
쥬시를 키우는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길에서 쥬시를 본 사람들 중에는 선의로 '거위가 농장에서 탈출했다' '거위가 다칠 것 같다'며 신고한 사람도 있었지만, '거위가 싫다' '길에서 치워달라'는 사람도 있었기 때문이다.
보호자는 "직접 관계 부서에 물어보니 제 가게 앞에서 거위를 치우게 강제할 권한은 없다고 한다. 다만 거위를 소유한 제가 관리, 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단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래도 사람들이 걱정한다고 하니 하루에 몇 번만 밖에 나오게 하고, 그것도 행인들에게 덜 보이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은 신고도 거의 들어오지 않고, 오히려 쥬시가 동네 주민들의 관심과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단다. 이제는 철이 들었는지 쥬시도 보호자 말을 잘 듣고 사고도 덜 친다고.
힘든 시기도 있었지만 결국 끝까지 보호자 곁에 남아 평생을 함께하게 됐다는 쥬시. 보호자는 "절대 쥬시를 배신할 일은 없다. 쥬시를 위해 나의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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