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냥개를 뜻하는 하운드(hound)는 크게 두 종류로 구분된다. 좋은 시력과 뛰어난 스피드로 사냥감을 추격하여 잡는 시각형 하운드와 우수한 후각으로 끈질기게 사냥감을 추격하여 잡는 후각형 하운드다. 전자(前者)는 속도로 사냥을 하고, 후자(後者)는 인내력으로 사냥을 한다고 보면 된다.
대부분의 시각형 하운드들은 속도를 내기에 적합한 체형을 가지고 있다. 늘씬한 몸매와 기다란 다리는 기본적인 신체조건이다. 그 개들은 가젤과 같은 날랜 사슴 종류를 잡을 수 있도록 개량되어 왔다. 시각형 하운드의 대표 주자로는 시속 60kg 이상의 속력을 내며 경견으로도 활용되는 그레이 하운드와 살루키가 있다. 그 외에도 휘펫, 보르조이, 아프간 하운드 등도 있다.
후각형 하운드는 뛰어난 후각으로 여우나 토끼, 오소리 같이 땅에 굴을 파거나 바위틈에 숨어 지내는 동물을 사냥할 때 적합한 개다. 이들의 다리는 시각형 하운드에 비해 상대적으로 짧고 몸은 탄탄한 근육질이다. 비글, 닥스훈드, 바셋 하운드, 블러드 하운드 등이 대표적인 후각형 하운드들이다.
시각형 하운드의 대표 선수라고 할 수 있는 그레이 하운드는 4천여 년 전 고대 이집트 왕조에서 사랑받던 개로 그 역사는 매우 오래됐다. 고대 이집트의 동전에도 그레이 하운드가 세겨져 있으며, 묘석에서는 그림이 발견되기도 한다. 그레이 하운드는 유럽으로 전래된 후 폭넓은 인기를 얻는다.
오늘 소개하는 작은 경주견 이탈리안 그레이 하운드도 그레이 하운드를 모태로 하여 개량된 개라고 말할 수 있다.
그레이 하운드는 제법 체구가 큰 편에 속하는 개다. 수컷의 경우 체고가 75cm가 넘으며 몸무게도 30kg에 달한다. 이 정도 체격 같으면 실내견은 고사하고 마당이 상당히 커야 활동성을 보장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그레이 하운드는 좋아하지만 실내나 마당이 좁아서 현실적으로 그 개를 키우기가 힘든 사람들을 위해 개발된 것이 이탈리안 그레이 하운드다.
이탈리안 그레이 하운드는 그레이 하운드와 외관이 거의 흡사한 축소형이다. 이탈리안 그레이 하운드는 다 자라도 몸무게가 3.5Kg 내외에 불과하다. 우리에게 익숙한 애견인 시추보다도 몸무게가 가볍다.
이탈리안 그레이 하운드는 앙증맞은 체구 때문에 이탈리아를 비롯한 중세 유럽에서부터 귀족, 왕족들로부터 상당한 인기를 누렸다. 특히 격조 높은 귀부인들의 사랑을 듬뿍 받은 개로 명성이 높다. 지금도 유럽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개라고 할 수 있다.
그러면 이 개는 어디에서 개량이 되었을까?
포메라니아가 고향이었고, 이탈리아에서 많은 인기를 누렸지만 표준을 확립한 곳은 영국이었던 소형견 포메라니안과 같이 이탈리아 그레이 하운드도 현재와 같은 표준를 확립한 것은 영국이다.
애견의 역사를 보면 영국에서 최종 마무리된 것이 많은데, 이탈리안 그레이 하운드의 경우도 그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사실은 당시 대영제국이라고 불리던 영국의 엄청난 국력과도 깊은 관계가 있었다.
이탈리안 그레이 하운드는 3kg이 갓 넘는 체구임에도 불구하고 경주견은 물론 사냥에 나서면 훌륭한 조렵견 역할도 확실히 해낸다.
사냥감용 새를 공중에 날아오르게 하는 역할을 하는 조렵견을 플러셔(flusher)라고 하는데, 이탈리안 그레이 하운드는 재빠른 몸짓으로 자신에게 주어진 플러셔 임무를 충실히 수행해 내기도 한다.
경주견 그레이 하운드의 후예로 작지만 재빠르고 민첩한 사냥개 역할도 잘 하고 완벽한 가정용 애견으로도 손색이 없는 이탈리안 그레이 하운드에 대해 우리도 관심을 가질 때가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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