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펫] 짧은 목줄에 매여 '1m' 반경에서 생활하던 강아지의 건강 상태가 좋지 않자, 보다 못한 부부가 구조한 사연이 네티즌들에게 감동을 줬다.
때는 추운 날씨의 작년 12월, 제주도 서귀포시에서 소품샵을 운영하고 있는 두리 씨는 어디선가 강아지가 우는 소리를 들었다.
소리가 나는 곳에 찾아가 보니 생후 2개월 정도의 작은 강아지가 1m도 되지 않는 목줄에 묶인 채 방치되어 있었다.
매서운 추위에 통에 담겨 있는 물은 이미 얼어버린 상황. 두리 씨는 강아지의 주인에게 정중히 강아지 환경 개선의 필요성과 제도에 대해 설명해 주고, 개집과 긴 목줄을 마련해 줬다.
두리 씨의 남편 현동 씨는 본지와 연락에서 "이미 마당에 있던 다른 개를 팔아버리고 또 이 강아지를 데려왔다는 걸 알았다"며 "이 강아지만큼은 팔지 마시고 잘 키워달라고 신신당부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다음날 강아지는 또다시 줄에 엉킨 채 밥과 물도 없이 방치되어 있었고, 집에 들어가지 못한 채 비를 맞고 있었다.
결국 두리 씨는 수시로 찾아가 강아지를 챙겨줬는데. 그러던 어느 날, 강아지의 상태가 매우 좋지 않았다. 코로 아주 얕은 숨을 쉬며 눈도 못 뜨고 거품을 물고 있었다고.
주인에게 말해봐도 '전에 먹이던 약이 있다'며 대수롭지 않게 여기자, 두리 씨가 주인의 동의를 얻어 강아지를 동물병원으로 데려갔는데.
강아지는 파상풍에 걸려 얼굴과 상체에 마비가 온 상태였다. 숨도 제대로 못 쉬고 밥도 못 먹어 안타깝지만 곧 세상을 떠날 것으로 보였다.
주인의 반응은 '그럼 죽이든지 살리든지 데려가라'였다. 결국 두리 씨와 현동 씨는 한파와 눈보라가 몰아치던 1월 22일 강아지를 집으로 데려왔다.
"죽든 살든 편안하고 행복한 기억을 심어주고 싶었다"는 현동 씨. 따뜻한 보금자리를 마련해주자 강아지는 어느새 인형을 껴안은 채 쉬고 있었다.
부부는 강아지가 바로 삼킬 수 있게 사료를 죽으로 만들어 주고 꼬박꼬박 약을 먹였다. 각종 마사지와 테라피 요법을 해주자 강아지도 힘을 얻었는지 기력을 되찾기 시작했다.
가게에 데려가 사람들과 인사도 시키자 놀랍게도 마비가 점점 풀리기 시작했다고. 마침내 강아지는 열흘 만에 완치돼 입양을 보낼 수 있는 수준까지 됐다.
강아지에게는 '조판수'라는 임시 이름이 생겼다. 현재 식사, 배변, 산책, 차량 탑승부터 사회화 훈련까지 꼼꼼하게 입양 준비를 하고 있다.
현동 씨는 지난달 13일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이 소식을 전했다.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따뜻하고 고운 마음씨에 감동입니다" "조판수 복 받았다~!" "많은 아이들의 이야기가 이렇게 해피엔딩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아내가 원래 약 30년간 유기견을 구조하고 입양시키는 개인 구조자로 활동해 왔다"는 현동 씨. 한 번도 개를 키워본 적이 없었던 현동 씨는 아내와 결혼하면서 개 구조의 세계에 들어오게 됐단다.
현동 씨는 "장모님부터 이어져 온 생명 구호 활동은 아주 큰 감정적, 물리적 헌신과 희생이 동반되는 일이었다"며 "결혼 후 7년여의 세월 동안 29마리의 개와 고양이를 구조하고, 입양 보내고, 직접 입양도 했다"고 말했다.
솔직한 생각으로, 결혼 초창기에는 '내 개'만 잘 키우면서 가볍고 재밌게 살고 싶었다는 현동 씨. 구조한 개들이 들어올 때마다 엉키는 삶의 루틴을 감당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참한 처지에 있던 동물들이 새 삶을 살게 되는 모습을 볼수록 아내의 활동이 귀하다는 걸 알게 됐다고. 현동 씨는 "그 숭고한 가치의 크기가 제 감정과 수고보다 더 컸다"고 말했다.
이제는 "딱한 아이들이 저와 있는 동안은 사랑받았다고 느꼈으면 한다"며 어떤 이유와 판단도 내려놓고 그저 앞에 놓인 생명을 보살피고 있다고.
현동 씨는 "늘 저 뒤에서 숨어 말없이 개똥을 치우고 있는 구조자의 남편들을 마음으로 응원하고 싶다"고 말하며 웃었다.
판수는 꼭 실내견으로 키울 입양처를 찾고 있다. 판수의 입양 문의는 두리 씨의 인스타그램 계정(@choonsik_okhee)에서 가능하다.
현동 씨는 "봄날의 유채꽃을 닮은 판수야, 어떤 가족을 만나는 무한한 사랑 속에 이젠 꽃길만 걷길 바래"라며 애정 가득한 마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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